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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한화컨버전스, 최대 수익원 '삼성전자'

②매출 67%, 삼성그룹과 거래로 발생…20여년째 지속된 협력관계

고진영 기자  2023-08-03 08:01:18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한화컨버전스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삼형제의 재원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삼형제가 한화에너지를 통해 간접 소유하고 있는 가족회사로 7년간 배당액이 1000억원을 넘는다. 눈에 띄는 부분은 한화컨버전스의 현금창출력, 삼형제에게 밀어줄 자금여력이 주로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한화컨버전스는 연결 기준 200억원 안팎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2011년 100억원을 넘긴 이후 크게 흔들림이 없었으며 2021년 처음 20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는 외형 성장에도 불구 EBITDA가 225억원을 기록, 전년(241억원) 대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200억원대를 유지했다. 매출 대비 EBITDA 역시 20.9%로 두 자릿수를 지켰다.


견고한 현금창출력의 배경엔 삼성전자가 있다. 한화컨버전스는 2015년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부터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입지를 키워왔다. 2001년 설립됐는데 이듬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의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 유틸리티 센서신호제어기(PCL)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유틸리티 제어 소프트웨어는 전력과 오수 및 폐수, 냉공조 등을 자동으로 제어해 제조설비의 원활한 가동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에 인수된 이후론 PCL 사업의 핵심인 데이터 관리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유지보수 엔지니어 개개인이 따로 관리하던 데이터를 회사 차원에서 공유하는 형태로 바꿨다. 또 자동화 로봇 연구를 접는 대신 사업 분야를 PCL뿐 아니라 공장자동화(FA) 설비 소프트웨어 전반으로 넓혔다. 2014년엔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1차 협력사 위치를 공고히 하기도 했다.

지금도 한화컨버전스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삼성그룹에서 나온다. 현재 화성과 기흥, 평택, 온양 등 국내뿐 아니라 미국 오스틴, 중국 시안까지 삼성전자 국내외 모든 반도체공장의 유틸리티 통합관제시스템을 관리 중이다. 또 증설 중인 평택공장 라인, 텍사스 등 미국 신규 공장에서도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이어온 오랜 영업관계는 높은 마진율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동안 쌓인 설비구축 노하우와 원재료 구매경쟁력, 숙련된 맨파워 등이 경쟁력 있는 원가구조 형성에 보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비중을 보면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삼성그룹과의 거래로 벌어들인 몫이 67%고, 삼성전자만 따져도 52%에 이른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경쟁사들보다 수주 경쟁력도 우위에 있다. 거래관계를 오래 이어온 만큼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구조를 파악하는 데 유리해서다.


게다가 PCL은 특성상 시스템 구축업체가 유지보수까지 맡는다. 삼성전자가 생산라인의 통합관리시스템에 쓰는 지출 가운데 한화컨버전스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80%를 웃돌고 있다. 개별 수주가 입찰경쟁 방식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앞으로 삼성전자가 협력사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비용 문제를 염두에 둬야할 뿐 아니라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에도 SI업체인 삼성SDS가 있지만 한화커버전스와 겹치지 않는 다른 공정에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한화컨버전스 실적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계획에 크게 좌우된다. 계약을 체결한 뒤 약 반년에서 1년의 프로젝트 기간에 걸쳐 매출에 반영하는 구조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황 호조로 삼성전자의 시스템 구축 수요가 확대 추세를 나타냈다. 하반기부터 업황이 안 좋아기진했으나 삼성전자가 평택캠패스 제4라인(P4)과 제5라인(P5) 준공을 진행하면서 수요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반도체 불황 속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감산으로 전략을 틀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1분기 말 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감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한화컨버전스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신규 투자와 별개로 설치 시스템의 평균수명이 7년 수준이기 때문에, 이 기간 발생하는 유지보수 매출이 실적 변동성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작년까지 최근 3년간 한화컨버전스 매출에서 유지보수 서비스 비중을 보면 전체 실적의 약 18%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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