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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움직이는 사람들

고우찬, IT인프라 콘트롤타워 선봉장으로

⑥올 들어 엔터프라이즈에서 카카오로 복귀, 초대 인프라부문장에 선임

이지혜 기자  2023-07-25 07:29:41

편집자주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국내 IT기업의 선두로 꼽히는 카카오가 글로벌로 진격하겠다며 선포한 비전이다. 엔터, 모빌리티 등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가 되겠다는 포부다. 동시에 카카오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될 수 있도록 ESG경영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수익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게 카카오의 청사진인 셈이다. 카카오의 이런 꿈을 실현하는 이들은 누꿀까. 카카오 비전 실현의 '키맨'과 그들이 짊어진 과제를 조명해 봤다.
“카카오는 개선 대책을 이행하기 위해 향후 5년 간 지난 5년 동안 투자한 금액의 3배 이상 규모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카카오는 2022년 ESG보고서에 이렇게 적었다.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카카오의 다짐이다. 산술적으로 카카오가 향후 5년간 약 4조원 넘게 설비 투자에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록 풍부한 현금곳간을 둔 카카오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만큼 카카오는 이 작업을 주도할 수장도 신중하게 선택했는데 그 결과 고우찬 카카오 인프라 부문장이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던 고 부문장은 올해부터 ‘부문’으로 격상된 인프라부문을 지휘하는 첫 수장에 올랐다.

고 부문장의 어깨는 무겁다. 카카오는 2024년부터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무사히 끝내 ‘카카오 먹통 사태’의 재발을 막고 서비스의 안정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다.

◇IT인프라의 콘트롤타워 된 인프라부문, 고우찬 첫 수장으로

2023년 1월 2일 고우찬 부문장이 인프라부문 신임 부문장에 올랐다. 2019년부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일하던 그가 약 4년 만에 카카오에 돌아온 셈이다.

1973년 12월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로 학사학위를 받은 고 부문장은 1998년 삼성SDS에 입사했다가 2003년 NHN으로 자리를 옮겼다. IT업계에서 인프라 관리 관련 전문성을 쌓기 시작한 것은 2007년 NHN 중국법인 인프라팀장을 맡으면서다. 고 부문장은 2011년 카카오로 자리를 잡은 뒤에도 인프라팀장, 인프라 총괄을 지냈다.


경력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5년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카카오의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지낸 그는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을 맡아 인프라를 총괄했다. 그런 그가 카카오로 다시 복귀한 배경은 2022년 말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사고 때문이다.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데브 2022'에서 “(이번 사고 이후) 카카오의 가장 큰 변화는 인프라 조직의 재구성”이라며 “인프라부문을 소홀히 하지 않고 서비스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고우찬님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고 부문장이 IT업계 인프라부문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만큼 그를 다시 본사로 불러 중용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고 부문장의 역할도 늘어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 단위였던 인프라플랫폼실은 카카오의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는 역할이 주였다. 통신사마다 전용 콘텐츠 캐시팜을 구축하고 더 많은 대역폭을 확보, 이슈성 트래픽에 대한 비용부담을 줄이는 게 과제였다.

그러나 올해부터 바뀌었다. 고 부문장이 인프라부문을 이끌면서 IT엔지니어링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조직을 만들고 대표이사 직속의 IT인프라 콘트롤타워로 거듭났다. 고 부문장이 이끄는 IT엔지니어링 조직은 데이터센터, SRE, Devops, 클라우드개발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육성하는 동시에 대규모 서비스 장애에 대비한 재해 복구 위원회도 갖춘다.

◇데이터센터 건설, 대규모 투자까지 ‘중책’

고 부문장이 당장 집중하는 분야는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안산 데이터센터다. 고 부문장은 지난해 말 열린 콘퍼런스에서 안산 데이터센터를 두고 “침수, 해일, 강풍, 지진 등 극단적인 재난 재해에 대한 대비책도 완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학교의 에리카(ERICA)캠퍼스에 연면적이 1만4353평에 이르는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자체 데이센터를 짓고 있다. 2021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올해 준공을 마치고 2024년 1월부터 운영하는 게 목표다. 카카오가 데이터센터에 들이는 비용은 4600억원에 이른다.

카카오가 안산 데이터센터에 들이는 비용도 적지 않지만 노력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화재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24시간 무중단 운영과 관리를 위해 전력, 냉방, 통신의 이중화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 기존 데이터센터와 달리 무정전 전원장치실과 배터리실을 강화격벅으로 각각 분리시공해 배터리실에 화재가 나도 나머지 시설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했다. 또 친환경 경영에도 앞장서기 위해 기존 임대 데이터센터 대비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배출량을 15% 줄일 수 있도록 지었다.

데이터센터는 카카오가 뉴이니셔티브(New Initiative)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사업에 있어서도 중요성이 크다. AI사업은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만큼 AI 관련 클라우드 비용으로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런 역할을 카카오의 데이터센터가 맡기에 고 부문장의 책임이 크다.

카카오는 AI 관련 클라우드 비용으로 올해 2000억원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바라봤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5년 간 과거 5년간 진행했던 투자의 3배를 인프라에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IR자료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봤을 때 카카오가 2018년부터 자본적지출(CAPEX)로 쓴 돈은 약 1조5000억원에 가깝다. 다시 말해 향후 5년 동안 4조원이 넘는 돈을 인프라 설비 등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 부문장은 당시 행사에서 “카카오의 결정 하나하나가 초기 투자비를 제외하고도 연간 운영비만 몇백억 혹은 몇천억원이 들 수 있는 과감한 투자결정”이라며 “차근차근 착실히 실행해서 서비스 중단으로 받은 불편을 되풀이 하지 않고 카카오를 편히 믿고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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