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국내 비금융 사기업 중 기업신용등급((ICR)으로는 가장 높은 'AAA' 등급을 부여받았다. 최우량 크레딧을 획득하는 데 기여한 조력자 중 방경만 최고재무책임자(CFO) 수석부사장이 꼽힌다.
특히 방 수석부사장이 부임한 2020년엔 KT&G가 인도네시아·중동 등 해외사업과 관련해 고의적 분식회계 논란까지 겪었다는 측면에서 이번 신용등급 개선은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해당 건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성 없는 '중과실'로 최종 결론 내렸지만 KT&G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년여간 회계감리를 받는 등 뼈깎는 과정을 거쳤다.
한국기업평가는 27일 KT&G의 기업신용등급을 AAA로, 단기신용등급은 A1으로 부여했다. KT&G로선 2004년 6월 이후 처음 부여받은 것으로, AAA급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과 금융지주 등을 제외하면 비금융 사기업으로서 SK텔레콤·KT·KT&G 등 세 곳에 불과하다.
통상적인 크레딧 개선의 배경 중엔 수익성 호조와 사업안정성, 재무구조 개선 등이 있다. KT&G의 경우 사업안정성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통한 실질적 무차입구조 유지, 자산가치에 기반한 재무융통성, 유동성 대응능력 등으로 AAA 등급을 획득했다. 대부분의 요소가 최고재무책임자의 업무와 관련이 있다.
1971년 1월생인 방 수석부사장은 한국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미국 뉴햄프셔대에서 경영학과 석사 과정을 밟았다. 19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KT&G 전신)에 입사해 영업본부 마케팅국 브랜드매니저, 글로벌본부 해외사업실, 비서실장, 마케팅본부 브랜드 실장을 거쳤다. 2020년 4월 전략기획본부장에 부임하면서 실질적인 CFO 역할을 수행해왔다.
2021년 사업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이후 2022년 4월부터 총괄부문장, 전략기획본부장을 겸직했다. 2022년 하반기 김진한 전략기획실장(전무)이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승격되면서 방 수석부사장은 총괄부문장만 담당 중이다.
특히 방 수석부사장은 그룹 글로벌화에 공을 들인 백복인 KT&G 대표와 글로벌본부에서부터 합을 맞춰왔다. 백 대표는 KT&G 글로벌본부 터키법인장, 마케팅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쳐 대표로 승진했다. 둘 다 비슷한 루트의 경력을 쌓아온 셈이다.
KT&G는 그동안 별도로 CFO 직책을 두진 않았지만 분식회계 논란 이후 전략기획본부장인 방 수석부사장이 CFO 역할을 맡게됐다. 재무담당 임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내부통제 개선에 들어간 셈이다. 당시 외부 전문자문기관으로부터 재무회계 투명성 제고, 글로벌 수준의 재무 담당 임원 역할과 운영안을 자문받기도 했다.
방 수석부사장은 CFO로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 효율성 제고에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취임 이래 현재까지 특별한 조달을 집행하지 않았다. 무차입 경영전략을 고수한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도 이부분을 AAA 등급 부여 논거 중 가장 먼저 거론했다. 보고서를 통해 "실질적인 무차입 구조로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연간 1조2000억원을 상회하는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며 자본적지출과 배당 소요자금을 넉넉히 충당했다는 평도 덧붙였다.
실제 방 수석부사장 부임 이후 KT&G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마이너스(-)2조4218억원, 2021년 -2조2017억원, 2022년 -1조8020억원 등을 기록해왔다. 계속해서 무차입 기조를 유지해온 만큼 이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총영업현금흐름도 2020년 1조3523억원, 2021년 1조2342억원, 2022년 1조2629억원 등 1조2000억원대를 유지해왔다.
다만 방 수석부사장에게 사업다각화를 통한 재원관리는 앞으로 과제다. 현재 KT&G는 본업에 이어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 5월 계열회사인 스타필드수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80억원을 출자하고 2021년 450억원을 두 차례에 걸쳐 출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