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금융 조달시장이 200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조달방식이 다변화됐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조달 의사결정에서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이나 소속섹터 등 처한 환경을 고려해 적합한 조달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더벨은 27일 '위기의 시대, CFO의 제1역할은 '현금 확보''라는 주제로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2023 더벨 CFO 포럼'을 개최했다. 제2세션 발표자로 나선 권용현 신한투자증권 GIB그룹 기업금융1본부장 상무는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변화 및 의의'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권 상무는 최근 10년(2013~2022년)간 국내기업의 직접금융방식 조달시장의 성장에 주목했다. 이 기간 국내기업의 조달규모를 보면 간접금융방식 조달은 1100조원 수준으로 팽창했다. 특히 직접금융방식 조달은 2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직접금융방식 조달의 연평균성장률은 8.83%를 기록했다.
권 상무는 "회사채시장 규모가 2021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급속한 금리상승 기조와 레고랜드 사태 등 자본시장을 급격히 냉각시킬 수 있었던 자본시장 이벤트들로 지난해 연말 감소했다"며 "올해 상반기에만 최종금리(terminal rate) 안정화 등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권 상무는 모딜리아니-밀러 이론(Modigliani & Miller Static Trade-off Theory)을 언급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 부채 증가는 오히려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할 수 있지만 과다한 부채 조달이 이뤄진다면 기업가치가 반드시 훼손된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 최소가 되고 기업가치가 최대가 되는 최적 부채 수준(Optimal Debt Level)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 상무는 "신종자본증권 공모발행이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달창구로 변화하고 있다"며 "경영권 승계방안의 하나로 전환우선주(CPS)의 발행부터 보통주 유상증자까지 기업의 다양한 조달 스펙트럼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투자자의 니즈가 다르며 기업의 성숙도에 따라 투자자군과 조달원천(source)이 확장되는 점도 소개됐다. 시드(seed) 단계에서 성장(growth) 단계까지는 주로 벤처캐피탈(VC·Venture Capital), 프라이빗에쿼티(PE·Private Equity) 등 사모투자자로부터의 에쿼티(equity) 투자가 중심이다. 하지만 이후 기업공개(IPO) 단계에서 공모투자자로 에쿼티 투자가 확장되며 성숙 단계 이후 신용도(rating)와 대외신인도를 바탕으로 채권 기관투자자들로 펀딩원천이 확장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1000억원 이상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사례를 보면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권 상무의 설명이다. 2차전지, 바이오 등 신성장섹터의 사업확장을 위한 조달과 여행, 항공 등 코로나19에 의한 한계기업의 운영자금을 위한 조달이다. 성장성에 주목하는 주식시장과 안정성에 기반한 요구수익률 차이가 이런 조달방식의 차이점을 발생시켰다는 분석이다.
특히 동일한 2차전지 섹터 기업들도 각사가 처한 환경에 따라 자금조달에 차이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베터리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업계 선두주자 지위와 안정적인 수익성 시현을 바탕으로 지난해 IPO로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최근에는 1조원 규모 회사채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SK온은 업계 후발주자인데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프리IPO(pre-IPO)를 통한 조달을 이어오고 있다.
권 상무는 "양극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은 우수한 사업성과 그룹신인도를 바탕으로 2021년 유상증자와 매년 2000억원 이상의 공모채 발행으로 자본적지출(CAPEX) 펀딩을 완료했다"며 "반면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상대적으로 열위한 그룹과 자체 신용도 때문에 유상증자와 메자닌(mezzanine)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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