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와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 지주회사 전환,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그리고 ESG 경영 등 다섯 가지 계기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이 변화했다. 다만 많이 기대하는 전략가로서의 CFO는 국내를 포함해 해외에서도 자리매김하지 않았다. 하지만 CFO 역할과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이용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사진)는 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2 thebell CFO Forum'에서 이같이 말했다. 더벨 CFO 포럼은 CFO와 기업 재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위해 마련한 첫번째 포럼이다.
이번 포럼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진화하는 CFO'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교수는 포럼의 첫 번째 세션 연사로 'CFO 역할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CFO의 기본적인 업무는 '자금 조달'이라면서도 1990년대에 CFO 직책이 국내 도입된 이후 다섯 가지 계기로 그 역할이 변화했다고 전했다. 먼저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표되는 경제위기 국면에서다.
이 교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는 부채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자본 유치를 해야 했다"며 "또한 경영 진단과 자산 매각,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 등 구조조정을 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CFO 역할이 컸다"고 전했다.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재무 위험 관리 시스템 구축과 함께 신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했는데 CFO 역할이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CFO 역할을 변화시킨 두 번째 계기는 2004년 내부회계관리제도로 설명되는 외감법의 적용이다. 외감법은 2018년 많은 조항이 개정돼 신외감법으로 바뀌었다. 이 교수는 "내부회계관리제도는 회계 부정을 막기 위함"이라며 "신외감법으로 바뀌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수준이 강화됐는데 관련 책임자인 CFO 역할이 커졌다"고 전했다.
세 번째 계기는 지주회사 설립과 전환 요구다. 이 교수는 "2004년 '소버린 사태'를 겪고나서 지주사 전환이 크게 증가했다"며 "더 투명하고 간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이 검토되고 이해되는 일에서 CFO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소버린 사태란 2003년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순환출자 등 기존 지배구조의 약점을 파고들어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하려 한 사건이다. 국내 재계에 투명한 지배구조 체계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 교수가 설명한 CFO 역할이 변화한 네 번째 계기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위기 점검과 대응을 위해 단일화된 회계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도입됐다. 이 교수는 "IFRS 도입은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CFO의 전문가적 판단이 요구됐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 계기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산업 트렌드인 ESG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가치를 추구하고 그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성과 측정 업무를 맡고 있는 CFO들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ESG 시대로 CFO가 전략 수립에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2020년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출간한 도서 'CFO의 전략적 역할'을 인용하며 CFO 역할이 재무 업무 중심의 'F-CFO', 관리 업무 중심의 'O-CFO', 그리고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CE-CFO'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략가로서의 CFO인 'CE-CFO' 유형은 국내외에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 경영에서 CFO 역할과 비중은 대체로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며 "다만 전략가로서의 CFO 역할은 아직 자리매김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난 6월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S&P 500 기업 CFO 가운데에서도 추가적인 사업 운영 업무를 맡는 이는 6% 정도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ESG 경영 등 최근 흐름이 CFO의 역할과 비중을 점차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