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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인플레 장기화, '유동성·상환능력' 보강 필요"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美 금리 인상, 러시아-OPEC 카르텔 정조준"

박동우 기자  2022-11-09 15:46:02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공급 카르텔'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내외 고금리 추세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이 장기화되는 건 불가피하다.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유동성과 상환 능력을 보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2022 더벨 CFO 포럼'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더벨이 '급변하는 경영환경, 진화하는 CFO'를 주제로 주최했다.

김 수석은 세번째 세션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에서 국내외 경기를 좌우하는 변수를 살펴보고 물가·금리 등 주요 경제 지표의 흐름을 예측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가 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2 더벨 CFO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2년은 세계 경제의 변곡점을 형성한 해다.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각국 경기가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진의 관심사는 물가 상승과 고금리 추세가 계속될 것인지 여부다.

세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줄을 잇는다. 물가 안정을 노리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만큼, 전쟁이 끝나면 물가가 안정될 거라는 논리다.

하지만 김 수석의 진단은 다르다. 그는 "전쟁이 종결되더라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추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을 둘러싼 국제적 이해관계에서 답을 찾았다. 김 수석은 러시아가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OPEC과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전반적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러시아는 자국에서 에너지 산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 국내총생산(GDP)의 30%, 연간 수출액의 68%가 △석유 △가스 △전력 △석탄 분야 기업에서 창출될 정도다.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강화할 유인이 커지는 건 필연적이다.

2010년대 들어 미국이 셰일가스를 생산하고 서방 주요 국가에서 화석연료 사용량 감축 기조를 채택하면서 저유가 흐름이 이어졌다. 에너지 산업의 위축을 우려한 러시아는 OPEC과 공동 전선을 형성하면서 가격 조정에 나섰다. 미국은 러시아와 OPEC의 카르텔을 타파할 필요성을 인식했고, 꺼내든 정책 수단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분석이다.

김 수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는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석유 공급 카르텔을 깨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1980년대 연준의 정책 결정을 복기하면, 수년 안에 기준금리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일쇼크의 직격탄을 맞았던 1980년대 초반 사례는 앞으로 연준 행보를 전망하는 데 유용하다. 당시 폴 볼커(Paul Valcker) 연준 의장 주도로 1년여 만에 기준금리가 5%대에서 20% 수준까지 올랐다.

단기적인 경기 후퇴가 발생했지만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에너지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감하면서 OPEC의 유가 카르텔이 약화됐고, 미국 경제는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장기 호황을 누렸다.

고금리 현상이 길어질수록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난국을 헤쳐나가려면 CFO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유동성(liquidity)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손실을 최소화하되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상환 능력(solvency) 테스트에 대비할 필요성 역시 거론됐다. 상환능력 테스트는 △주가 △실업률 △GDP 성장률 등을 중심으로 경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기업이 차입금을 갚을 역량이 충분한지 진단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김 수석은 "설상가상으로 국내 금융 시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대두되면서 자금 거래의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부채를 상환하는 여력이 충분한 기업이 조달 환경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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