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세법 시행에 맞춰 국내 재계 서열 상위 기업집단은 곧바로 자본 재분배 전략을 집행했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계열사 중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곳들이 먼저 움직였다. 현지 생산·판매법인에 쌓여있던 유보금을 본사로 집중시켜 투자 재원으로 안배하고 있다.
◇ 삼성전자·삼성SDI, 지난 1분기 본사로 예년 수준 배당금 수익 유입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올 1분기 본사 배당금 수익을 늘렸다. 삼성전자는 별도 기준 배당금 수익이 8조43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조321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별도 기준 배당금 수익이 21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3억원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그룹 내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계열사다. 해외 현지 법인에서 거두는 수익이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84%(253조5767억원)였다. 국내 매출 비중은 16%(48조6547억원) 수준이다. 삼성SDI는 연결 기준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94%(18조9516억원)에 이른다. 국내 비중은 6%(1조1725억원)였다.
삼성전자는 올 1월 개정 세법(해외 자회사 배당금 95% 익금 불산입)이 시행되자마자 해외 법인에서 거둬들이는 배당금을 증액했다.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배당금 수익(8조4398억원)이 2021년(6조5600억원)과 지난해(3조9523억원) 연간 배당금 수익을 상회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장기로 운영자금 20조원을 차입할 정도로 본사 유동성이 팍팍했다. 2021년 말 18조9194억원이었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해 말 3조9217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 1분기 말 8조4155억원으로 늘었다.
삼성SDI도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배당금 수익(2169억원)은 2021년(670억원)과 지난해(1111억원) 연간 배당금 수익을 능가한다. 지난 2년 동안 관계기업에서 수령한 배당금은 매년 20억원이었다. 국내 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인 에스디플렉스가 지급한 배당이다. 삼성SDI의 연간 배당금 수익은 대부분 해외 종속기업에서 유입된 자금이다.
◇ LG전자·LG화학, 배당 집행하지 않던 해외법인서 자금 끌어와 LG그룹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해외에 분산된 자금을 본사로 끌어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83%(43조182억원)인 LG화학과 60%(50조1800억원)인 LG전자가 자본 리쇼어링(해외 자회소 소득의 국내 유입) 전략을 실행했다.
LG전자는 한 분기 만에 연간 배당금 수익에 버금가는 자금을 본사로 이동시켰다.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배당금 수익은 6612억원으로 2021년(7517억원), 지난해(7224억원) 연간 배당금 수익과 비등하다.
그동안 본사로 배당을 집행하지 않았던 해외 법인들이 움직였다. 지난해 배당이 없었던 100% 자회사 인도 전자제품 생산·판매 법인(LGEIL)에서는 3786억원이 들어왔다. 최근 2년 배당이 없었던 △싱가포르 전자제품 판매법인(LGESL)이 254억원 △인도 연구·개발(R&D) 법인(LGSI)이 130억원 △아랍에미리트 서비스 법인(LGEME)이 130억원을 본사로 배당했다. 2021년과 지난해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배당을 지급하던 태국 전자제품 생산·판매 법인(LGETH)은 지난 1분기 본사로 1607억원을 배당했다.
LG화학도 그동안 배당이 없었던 해외법인의 배당이 눈에 띈다. 지난 1분기에 2년 동안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중국 양극재 제조·판매법인(LEYOU NEW ENERGY MATERIALS(WUXI))이 320억원 △베트남 가소제(DOP) 생산·판매법인(VINA Plasticizers Chemical)이 44억원을 본사로 배당했다. 2021년과 지난해 2000억~3000억원 정도 배당을 지급했던 중국 합성수지원료(ABS)·종이코팅원료(SBL) 제조·판매법인(Ningbo LG Yongxing Chemical)은 1분기에 747억원을 본사로 지급했다. LG화학이 지난 1분기 특별관계자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은 1162억원(별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2억원 증가했다.
◇ 종속기업 배당 증액한 현대차·기아, 예년 수준 유지한 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기아와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 세 곳이 해외법인에서 들여오는 배당을 늘린다. 올해 총 7조8000억원(59억달러)을 국내로 회수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중 69%(97조8016억원)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기아도 연결 기준 매출 72%(62조237억원)를 해외에서 거뒀다.
가장 많은 자금이 움직이는 곳은 기아다. 올해 본사로 4조4300억원이 이동한다. 지난해 기아의 별도 기준 종속·관계기업 배당금 수익은 1219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기아 미국법인(KUS)과 오토랜드슬로바키아(KaSK), 유럽법인(Kia EU) 등이 배당을 늘린다.
현대차도 유보금을 쌓아둔 해외법인이 배당 증액에 동참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배당금 수익(1조5676억원) 대비 79% 증가한 2조8100억원을 올해 해외법인에서 가져온다. 지난해 종속기업 배당금 수익(1조378억원)과 비교하면 약 3배 커졌다. 현대차 미국법인(HMA)과 인도법인(HMI), 체코생산법인(HMMC) 등이 배당 늘렸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수준의 종속기업 배당금 수취액을 유지했다. 올해 해외법인에서 총 2500억원을 본사로 송금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특수관계자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은 5662억원이다. 이 중 관계·공동기업 배당금 수령액(3138억원)을 제외한 종속기업 분은 2524억원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해 관계기업인 현대차 등에서 배당을 수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