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법 개정으로 전보다 해외에서 국내로 자금을 이전시키기 용이해진 지금,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에 세운 법인들에 쌓여 있는 돈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국내 기업이 해외법인 자금을 국내로 가져오는 방법은 '배당'이다. 배당 재원은 법인 설립부터 현재까지 사업으로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의 총합인 '이익잉여금'이다. 간혹 순손실에도 배당을 하는 곳이 있는데 그간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있기 때문에 배당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익잉여금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 등)과 함께 자본총계를 구성한다.
따라서 해외법인들의 전체 이익잉여금을 알 수 있다면 해외에 쌓인, 그리고 국내 기업들이 본사로 가져올 수 있는 자금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상장사인 해외법인들은 따로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는 탓에 각 법인별 이익잉여금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그 총합을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단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하는 방법은 있다. 바로 수출입은행이 매년 공개하는 보고서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해외법인들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총합을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 당긴순이익의 누계인 이익잉여금, 즉 배당 재원을 유추할 수 있는 셈이다.
올해 1월 공개한 '2021 회계연도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에 따르면, 분석 대상 해외법인 5404곳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올린 당기순이익은 총 589억1600만달러다. 21일 현재 환율인 달러당 1291원을 적용하면 한화로 76조605억원이다.
물론 이 자금이 모두 배당 재원은 아니다. 법인세법 개정 전에도 해외법인들은 매년 당기순이익의 누계인 이익잉여금의 일부를 국내 본사에 배당으로 지급했다. 해외법인 5404곳이 총 76조6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동안 국내 본사에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197억1200만달러다. 한화로 25조4481억원이다.
정리하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당기순이익으로 76조605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았고 이 가운데 25조4481억원을 국내 본사 배당금으로 빠져나갔다. 이 기간 순수하게 쌓인 이익잉여금은 76조605억원에서 25조4481억원을 차감한 50조6124억원이다. 해외법인들의 배당 재원이 50조6124억원이라는 얘기다.
단 이 규모는 보수적으로 추산한 값이다. 2017년 이전에 해외법인들이 올린 당기순이익과 국내 본사에 지급한 배당금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년 다수의 해외법인이 청산되거나 영업정지 등으로 자료 제출을 하지 않거나 미흡한 자료를 제출하는 까닭에, 매년 분석 대상으로 삼은 해외법인의 숫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가장 최근 발표한 회계연도 2021년 기준 보고서의 분석 대상 해외법인은 5404곳인 반면 회계연도 2020년 기준 보고서는 5556곳이다. 더 먼 회계연도 2016년 기준 보고서는 6225곳이다. 이 점만 보면 국내 기업들은 해외법인을 꾸준히 구조조정하는 것으로 풀이 된다.
분석 대상 해외법인 수의 변화를 배제해 본다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해외법인은 총 455억달러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227억2800만달러를 국내 본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했으니, 이익잉여금은 227억7200만달러가 쌓였다. 현재 환율로 한화 29조3986억원 규모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5000곳 이상의 해외법인에 쌓인 이익잉여금은 80조원에 달한다. 이번 법인세법 개정을 추진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해외법인들에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100조원 안팎의 유보금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법인세법 개정을 추진한 배경이다.
법인세법 개정과 함께 현재 현대자동차와 기아,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전기차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등에 생산법인을 연이어 세우는 만큼 앞으로 해외법인들의 당기순이익 증가와 배당 확대가 예상된다. 2021년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2813개 해외법인 중 배당금을 지급한 곳은 334개사로 비중은 11.9%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