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의 해외법인(100% 자회사)으로부터 배당수취를 크게 늘리기로 하면서 차입 부담을 줄이고 설비투자(CAPEX) 여력을 늘리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전망이다. 올해 수취가 예정된 해외법인으로부터의 배당금이 최근 수년간 수취한 배당총액을 큰폭으로 웃돌면서 향후 가용현금을 키워줄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배당수익 큰폭 확대…해외법인 호실적 바탕 현대차그룹이 국내 전기차 관련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이번에 내놓은 새로운 카드가 해외법인으로부터 수취할 배당금이다. 해외에서 이미 과세된 배당금은 국내에서 5%만 과세되고 나머지 95%는 비과세되는 내용의 지난해 법인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의 잉여금을 국내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크게 넓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에 해외법인이 국내본사에 지급할 배당총액을 약 7조8000억원(59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2조8100억원(21억달러), 기아가 4조4300억원(33억달러), 현대모비스가 2500억원(2억달러)를 각각 해외법인으로부터 배당을 수취한다.
현대차가 별도 기준으로 지난해 수취한 배당금은 1조5439억원이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 3417억원이나 2021년 8559억원보다 늘어난 것이다. 이중 단순투자처를 제외하고 종속기업이나 관계기업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이 1조540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대차가 예상한 대로 올해 안에 해외 자회사로부터 2조8100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하면 올해 배당수취총액은 국내 자회사 배당금에 더해 지난해 수준(1조5439억원)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자금으로 보탤 예정이다. 배당금 수취가 증가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키울 수 있어 차입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설비투자 여력을 늘릴 수 있다.
현대차는 별도 기준 종속·관계·공동기업별 배당기여도를 사업보고서상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자회사의 경우 현대차 지분율을 감안해 단순계산한 지난해 배당기여도는 기아가 4075억원, 현대카드 333억원, 현대커머셜 200억원, 현대건설 141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현대캐피탈, 현대로템, 현대케피코 등 배당을 지급하지 않은 곳도 있다.
해외 자회사의 경우 구체적인 배당지급액을 알 수는 없지만 해외와 국내에서 모두 과세됐던 기존 법인세법을 고려하면 그동안 공격적인 배당지급이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수년간 해외법인의 호실적을 고려하면 현재 늘어난 배당여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당기순이익 흑자가 누적될수록 배당재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이 쌓인다.
현대차는 국내본사에 대한 배당지급을 늘릴 해외법인으로 미국법인(HMA·Hyundai Motor America), 인도법인(HMI·Hyundai Motor India), 체코생산법인(HMMC·Hyundai Motor Manufacturing Czech) 등을 언급했다. 모두 현대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종속기업 형태이므로 배당지급을 늘려도 외부유출이 없는 장점이 있다.
미국법인의 경우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조285억원과 2조549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에 따라 2021년말 2조6489억원이었던 자본총계가 지난해말 5조498억원으로 큰폭 늘었다. 인도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4374억원, 지난해 7109억원이었고 체코생산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4175억원, 지난해 6801억원이었다.
◇기아 배당수익원 해외법인 확장…전기차 생산능력 확대 재원 특히 기아는 해외법인으로부터 수취할 배당금(4조4300억원)이 현대차(2조8100억원)보다 높게 책정돼있다. 그만큼 해외법인에 쌓아둔 잉여금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기아가 별도 기준으로 지난해 수취한 배당금은 1256억원으로 많지 않다. 2020년 1166억원이나 2021년 1498억원과도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의 경우 종속·관계·공동기업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은 1219억원으로 현대모비스(657억원)와 현대제철(230억원)의 배당기여도가 높았다.
최근 수년간 수취한 배당금보다 올해 해외법인으로부터 수취할 배당금이 월등히 많아 재무여력을 크게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기아는 오토랜드화성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과 오토랜드광명 전기차 전용라인 전환 등에 자금 투입을 예고한 상태다.
기아의 경우 배당지급을 늘릴 해외법인으로 미국법인(KUS·Kia America), 오토랜드슬로바키아(KaSK·Kia Slovakia), 유럽법인(Kia EU·Kia Europe) 등을 제시다. 모두 기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종속기업이다.
미국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8554억원, 지난해 2조5255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2021년말 1조8402억원이었던 자본총계가 지난해말 4조4005억원으로 큰폭 확대됐다. 오토랜드슬로바키아도 지난해 23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자본총계를 2조4398억원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