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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지배구조 재편

박규석 기자  2023-06-16 13:43:19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개요

2. 동원엔터프라이즈 설립과 지주사 전환

2.1. 동원그룹 사업 구조 재편

2.2. 동원엔터프라이즈 설립

2.3. 금산분리와 동원산업 편입

3. 동원그룹, 사업 '확장+전문화' 투 트랙

3.1. 동원F&B, 종합식품업 중추

3.2. 동원홈푸드, 식자재 유통과 푸드 서비스 확장

3.3. 동원시스템즈, 포장재 넘어 2차전지 노크

4. 중간 지주사로 부상한 동원산업

4.1. 동원산업, 미국 참치가공기업 '스타키스트' 인수

4.2. 동원산업, 아프리카 최대 수산캔 회사 'SNCDS' 인수

4.3. 동원산업, 동원로엑스 설립

5. 동원그룹 지배구조 개편 단행

5.1. 동원엔터프라이즈, 동원산업 합병 계획 발표

5.2. 기관투자자 '합병비율' 반발

5.3. 동원산업 가치 저평가 의혹 '기준시가 vs 자산가치'

5.4. 동원그룹 '기준시가' 적용 고수

6. 동원그룹 '합병비율' 재산정

6.1. 동원그룹, 합병가액 '자산가치'로 변경

6.2. 합병작업 실무 책임진 '조정균 CFO'

6.3. 김남정 부회장, '합병비율 재산정' 이사회 참여

     6.3.1. 평가

6.4. 마지막 관문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6.5. 동원그룹, 임시 주총 연기와 증권신고서 정정

7. 결과

7.1. 동원산업 '지배구조' 일원화

7.2. 이사회 투명성 강화

8. 과제

8.1. 수익성 확보와 사업 다각화

최초 문서 작성일 : 2023년 6월16일



1. 개요접기



동원그룹의 지주사 체제는 옛 동원엔터프라이즈(현 동원산업)의 출범이 시작이다.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설립과 동시에 수산과 식품, 금융 등 사업 영역별 계열분리를 통해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옛 동원산업은 그룹의 수산업과 물류를 담당하며 중간 지주사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키스트와 SNCDS를 인수했다. 물류사업을 위해서는 동원로엑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러한 옛 동원산업은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에서도 중추를 맡았다. 동원그룹은 옛 동원산업을 활용해 지주사인 옛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하는 역합병을 단행하며 지배구조를 일원화했다.

합병비율을 두고 소액주주와의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관련 비율을 재산정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은 마무리됐다. 다만 동원그룹은 지배구조 단일화로 경영 효율성 강화를 강조한 만큼 수익성 제고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해당 콘텐트는 옛 동원산업의 지주사 역합병을 중심으로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을 정리했다.


2. 동원엔터프라이즈 설립과 지주사 전환접기



2.1. 동원그룹 사업 구조 재편접기



<김남구(왼쪽)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동원그룹은 1969년 옛 동원산업의 창업으로 시작했다. 1980년대 참치 어획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고 이를 토대로 금융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사업과 경영 구조를 재정비하며 지주사 전환을 준비했다.

지주사 전환에 앞서 동원그룹은 사업영역별로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옛 동원산업은 해양사업부를 통해 수산사업을 전담하고 식품 관련 사업부는 2000년에 동원F&B로 분리시켰다. 동원F&B는 옛 동원산업과 동원식품이 담당했던 수산물, 농산물, 축산 등 대부분의 식품 사업을 책임지게 됐다.

2.2. 동원엔터프라이즈 설립접기



동원그룹은 2001년 4월 16일 식품 관련 계열사 주식을 현물출자 해 자본금 470억원 규모의 지주사 옛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F&B 주식의 47%와 동원정밀과 동원식품 주식을 각각 50.6%, 53.6% 보유하며 식품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지주사 출범 이후 동원그룹은 옛 동원산업과 옛 동원엔터프라이즈 양대 축으로 재편됐다. 이에 옛 동원산업은 6개 금융계열사와 이스텔시스템즈, 해피텔레콤 등 정보통신사업을 담당했다. 옛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F&B와 동원식품 등 식품사업을 총괄하는 구조였다.

2.3. 금산분리와 동원산업 편입접기



<한국투자금융지주 출범 당시 계열사 현황(2005년 6월)>

동원그룹은 2002년 10월 옛 동원산업을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에 편입시키는 대신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금융과 식품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1999년 지주사제도 도입과 함께 시행된 금산분리법(金産分離法)의 영향이 컸다.

2003년부터 식품과 금융 부분을 분리하는 작업이 본격화됐고 옛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그룹의 수산 부문 계열사인 옛 동원산업을 자회사로 편입시켜 금융과 식품의 분리를 시켰다. 이에 옛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옛 동원산업과 동원F&B, 동원EnC, 동원식품, 동원홈푸드, 동영콜드프라자, 레스코 등 7개의 계열사를 두게 됐다.

사실상 금융 부문의 지주사 역할을 했던 옛 동원산업이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에 편입됨에 따라 2003년 5월 30일 금융 부문 지주사인 동원금융지주(현 한국투자금융지주)
가 설립됐다. 납입자본금은 900억원으로 신한지주와 우리지주에 이어 국내 3번째 금융지주사였다. 초대 사장에는 김남구 동원증권 부사장(현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선임됐다.


3. 동원그룹, 사업 '확장+전문화' 투 트랙접기



3.1. 동원F&B, 종합식품업 중추접기



동원F&B는 지난 2000년 11월 옛 동원산업의 식품 부분에서 독립하며 설립됐다. 주력 제품인 참치캔을 중심으로 음료와 식품사업 등 영역을 확장하며 토대를 구축했다. 참치캔의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 내외다.

사업 확장을 위해 동원F&B 인수·합병(M&A)을 적극 활용했다. 2015년 10월 금천을 인수한 데 이어 2016년 7월에는 자회사인 동원홈푸드를 통해 간편식업체인 ㈜더블유푸드마켓을 인수했다. 이듬해부터 2019년까지는 두산생물자원 인수(349억원)와 양재동 사옥 매입(1073억원), 자회사 동원홈푸드의 HMR 관련 공장·설비 증설, 물류센터(성남복합물류센터) 투자 등을 연이어 단행했다.

동원F&B는 그룹 내 식품·유통 사업의 성장을 위한 계열사 간의 징검다리 역할도 맡았다. 지난 2015년 10월 인수한 B2B 축산도매 온라인몰 '금천미트'를 같은 해 12월 자회사인 동원홈푸드와 합병시켰다.

2021년에는 B2C 축산물 가공 전문기업 '세중'의 지분 100%를 흡수했다. 주식과 전환사채 등 인수에 투입된 자금은 411억원이다. 같은 해 세중 역시 금천미트와 마찬가지로 동원홈푸드에 합병됐다.

3.2. 동원홈푸드, 식자재 유통과 푸드 서비스 확장접기



동원홈푸드는 동원그룹 계열사들의 구내식당을 통합운영하기 위해 1993년 6월 오리엔탈캐터링을 설립한 데서 비롯됐다. 2001년 10월 동원그룹은 63빌딩의 관리회사인 63씨티의 FS사업부(푸드시스템사업부)를 인수해 동원홈푸드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오리엔탈캐터링은 동원홈푸드로 흡수됐다.

이후 동원홈푸드는 크고 작은 M&A를 통해 급식과 외식, 축육 등의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2006년 12월 식자재 전문 기업 푸른들의 일부 영업부문을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국채 최대 조미식품 기업인 삼조쎌텍과 합병하며 조미와 소스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2015년에는 축산도매 기업 금천을 품었다.

동원홈푸드의 기업 인수는 금천 이후로도 계속됐다. 2017년 가정간편식(HMR) 사업을 위해 더블유푸드마켓을 흡수했다. 2021년에는 세중과 시원을 흡수하며 축산물 B2C 부문 등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3.3. 동원시스템즈, 포장재 넘어 2차전지 노크접기



동원시스템즈는 1995년 동원그룹에 편입된 이후 포장재와 알미늄 제조·판매 등 기존 사업의 확장과 미래 동력 발굴을 위한 신사업 진출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를 통해 현재는 연포장과 제관 PET, 유리병 등 다변화된 포장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사업 규모 확대 등의 시작을 알린 M&A는 2013년 1월 알루미늄 압연 가공 전문기업인 대한은박지 인수다. 이듬해 1월과 10월에는 각각 한진피앤씨 테크팩솔루션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는 인쇄·수지와 유리병 제조업 등의 진출에 계기가 됐다. 이후 동원시스템즈는 2017년 9월과 2021년 10월에 한진피앤씨와 테크팩솔루션을 흡수합병하며 사업의 안전성 등을 높였다.

2021년 단행된 엠케이씨(MKC)의 인수와 합병은 동원시스템즈의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발판이 됐다. 앞서 동원시스템즈는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아산사업장에 2차전지용 알루미늄 양극박 생산 라인을 증설하며 첨단 소재 사업 강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4. 중간 지주사로 부상한 동원산업접기



4.1. 동원산업, 미국 참치가공기업 '스타키스트' 인수접기



<동원그룹은 2008년 6월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인구(왼쪽) 동원그룹 부회과 데이브 마이어스 델몬트 재무책임자 등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키스트 인수체결식을 가졌다.>

동원그룹의 모태인 옛 동원산업은 옛 동원엔터프라이즈 편입 이후에도 원양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1980년대에 국내 참치 시장에서 공고한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점진적으로 해외로의 확장을 준비했다.

이러한 옛 동원산업이 국내외 수산업 시장에서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던 계기는 '스타키스트(Starkist)' 인수다. 스타키스트는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로 현지 시장의 약 40%를 장악하고 있다.

인수방식은 미국 델몬트의 수산사업 부문 전체를 인수하는 '자산인수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2008년 10월 6일 동원은 스타키스트를 3억63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스타키스트 인수는 당시 식품업계 해외기업 M&A 중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꼽힌다.

인수 초기 스타키스트는 적자기업이었지만 반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의 경우 인수 이전인 2007년에는 5억3889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2008년에는 6억 1752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6억5346만 달러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4.2. 동원산업, 아프리카 최대 수산캔 회사 'SNCDS' 인수접기



<동원그룹은 2011년 11월 18일 서울 본사에서 박인구(왼쪽) 부회장과 쿠라이치 티암 세네갈 해양경제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SNCDS 인수 관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옛 동원산업은 2008년 미국 최대 참치캔 회사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아프리카 수산캔 제조회사인 세네갈의 SNCDS를 품었다. 동시에 현지 어업권까지 확보하며 글로벌 수산업 경쟁력을 한 층 강화했다.

투자금액은 2100만 달러 규모였고 인수 후 동원그룹이 세네갈에 신규법인을 설립해 SNCDS의 경영을 이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현재도 관련 법인은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 중이다.

동원그룹은 SNCDS 인수 후 2011년 12월 30일 회사명을 'S.C.A SA(Societe de Conserverie on Afrcue SA)'로 변경하고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정비했다. 2013년 상반기부터는 '토니카(THONICA)'라는 자체 브랜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참치캔을 생산해 유럽으로 전량 수출하기 시작했다.

4.3. 동원산업, 동원로엑스 설립접기



동원그룹은 오랜 원양어업의 냉동보관과 운반기술 경험을 토대로 저온 냉동·냉장 물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옛 동원산업의 경우 이미 이천냉장, 성남냉장과 더불어 부산감천항에 동원냉장을 운영 중이었기 때문이다.

관련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원그룹은 2014년 8월 부산항만공사에 저온물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2015년 7월에는 옛 동원산업 85%와 실버베이 씨푸드 15%의 지분투자로 동원로엑스를 설립했다.

실버베이 씨푸드는 2014년 동원그룹에서 12.5%의 지분투자를 진행한 알래스카 연어어획 가공회사로 실버베이 씨푸드의 지분투자는 앞서 동원의 지분투자에 대한 상호투자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동원로엑스의 설립으로 물류 사업까지 강화되면서 옛 동원산업은 중간 지주사 위치에 오르게 된다. 이는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옛 동원산업이 합병하기 이전인 2021년 말 기준으로 보면 이는 명확히 할 수 있다.

옛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옛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동원시스템즈, 동원건설산업,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 5개 자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옛 동원산업은 스타키스트와 동원로엑스, 동원로엑스냉장 등 21개 종속회사를 두고 있어 그룹 내에서 지주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5. 동원그룹 지배구조 개편 단행접기



5.1. 동원엔터프라이즈, 동원산업 합병 계획 발표접기



동원그룹은 2022년 4월에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2001년 단행된 지주사 전환 이후 약 21년 만의 변화였다.

지배구조 일원화가 핵심이며 이를 위해 중간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던 옛 동원산업과 지주사인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동원그룹은 4월 7일 상장사인 옛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위한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옛 동원산업과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 대 3.8385530이었다. 이명우 옛 동원산업 사장과 박문서 옛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장이 각각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의 각자대표를 맡는 게 골자였다. 옛 동원산업의 경우 합병을 위해 주식 액면 분할도 예고했다.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 1주를 1000원으로 분할하는 형태였다.

5.2. 기관투자자 '합병비율' 반발접기



동원그룹이 지배구조 일원화 작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합병 안을 발표하자 옛 동원산업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 합병비율 산정 방식에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옛 동원산업에 투자한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주주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자회사인 옛 동원산업 주주에게 불리하고 대주주 일가에만 유리한 합병비율이 책정됐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들은 동원그룹이 합병을 강행할 경우 '유지청구 소송'을 통해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합병비율이 1대3.839로 오너일가가 99.56%를 소유한 비상장사 옛 동원엔터프라이즈가 고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5.3. 동원산업 가치 저평가 의혹 '기준시가 vs 자산가치'접기



옛 동원산업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들이 합병에 불만을 갖는 핵심적인 원인은 합병비율 산정 방식이었다. 동원그룹이 두 가지 선택지 중 상대적으로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방식을 택하면서 의도적인 게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합병비율을 놓고 불만을 제기한 이유는 옛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이 더 높게 책정돼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동원그룹은 합병가액 산정을 위해 기준시가를 사용했지만 자산가치 분석방법을 따를 경우 옛 동원산업의 기업가치가 한층 더 높게 평가된다는 이유에서다.

자산가치 평가는 별도 재무제표의 자본총계에서 특정 금액들을 가감해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옛 동원산업의 1주당 가치는 38만2140원으로 기준시가보다 약 53%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동원그룹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 5 제1항 제2호 가목'에 따라 기준시가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외부평가를 담당했던 안진회계법인은 이러한 합병가액 설정에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옛 동원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더 자세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5.4. 동원그룹 '기준시가' 적용 고수접기



동원그룹은 합병가액과 비율 등의 재산정을 요구하는 기관투자자의 주장에도 초기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공식적인 성명 발표 등은 없었지만 '기준시가' 적용 등을 통한 의도적인 기업가치 저하를 염두에 둔 결정은 아니라는 게 핵심이었다.

외부평가를 담당했던 안진회계법인도 합병가액 설정에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옛 동원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더 자세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특히 안진회계법인은 외부평가에서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주권상장법인이 기준시가 대신 자산가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근거만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산가치의 적용이 요구되는 사유와 방법과 절차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기준 주가가 해당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6. 동원그룹 '합병비율' 재산정접기



6.1. 동원그룹, 합병가액 '자산가치'로 변경접기



동원그룹은 옛 동원산업과 옛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2022년 5월 합병비율을 재조정키로 했다. 지배구조 일원화 등 합병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동원그룹은 5월 18일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옛 동원산업과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비율을 기존 1: 3.8385530에서 1: 2.7023475로 조정했다. 동시에 옛 동원산업의 합병가액 산정기준을 기준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로 변경했다. 합병가액은 종전 24만8961원에서 38만2140원으로 53.5% 상향 조정됐다.

당시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영 효율성을 증대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 고려해 합병 비율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6.2. 합병작업 실무 책임진 '조정균 CFO'접기



<조정균 전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현 동원홈푸드 CFO)>

동원산업이 합병을 추진할 당시에 회사의 재무라인을 이끈 인물은 조정균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부장(현 동원홈푸드 CFO)이다. 2021년 11월부터 동원산업의 경영지원실장을 맡은 그는 회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조 CFO는 통합된 동원산업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액주주 분쟁, 합병가액 산정, 합병비율 재조정 등의 실무를 책임졌다. 지배구조 재편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그는 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 정기인사에서 동원홈푸드 CFO로 배치됐다. 동원산업의 현재 CFO는 백관영 경영지원실장(상무보)다.


6.3. 김남정 부회장, '합병비율 재산정' 이사회 참여접기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옛 동원산업의 합병비율 변경을 위한 계약 수정 관련 이사회에 직접 참여했다. 앞선 2022년 4월 합병계약을 승인하는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김 부회장은 5월 18일 오전에 열린 옛 동원엔터프라이즈 이사회에 참여해 '합병계약서 수정계약서 승인의 건'에 찬성하는 의결을 했다. 이날 이사회는 총 7명의 이사들이 모두 참석해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6.3.1. 평가접기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2022년 4월 7일에 열린 옛 동원산업과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의결하는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합병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법률검토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반면 그가 합병계약서 수정계약 안건 의결에 참여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합병을 둘러싼 그룹 차원의 진정성과 더불어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한 결정에 힘을 싣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이유에서다.

6.4. 마지막 관문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접기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일원화를 위한 합병에서 마지막 남은 과제는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였다. 앞서 옛 동원산업은 주식매수청구 총액이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산해 700억원을 초과할 경우 합병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명우 전 동원산업 대표가 2022년 9월 14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열린 옛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 관련 임시주주총회에서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옛 동원산업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접수가 시작된 9월 14일부터 이미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당시 회사 측은 "예상했던 수준에서 반대표시가 있었고 반대 의사를 밝힌 주주들이 모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준비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9월 14일부터 10월 4일까지 진행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접수 기간 중 옛 동원산업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식 수는 21만4694주로 총 443억원 규모였다.

6.5. 동원그룹, 임시 주총 연기와 증권신고서 정정접기



옛 동원산업은 옛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합병을 결정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급작스럽게 연기한 이력이 있다. 주주들과의 합병비율 논란을 잠재우고 순항하던 합병작업에 예상치 못한 오류를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당초 2022년 8월 30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9월 14일로 일정을 변경했다. 당시 임시 주총에서는 옛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합병 승인과 주식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 등을 의결할 방침이었다. 일정이 2주가량 연기됐지만 이러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공시로 알린 건 주총 5일 전인 지난 25일이었다.

주총 일정을 연기한 것은 증권신고서 때문이다. 주총이 임박한 지난 25일 기존에 제출했던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를 했다. 상장사가 지분증권과 관련해 정정신고한 증권신고서는 금융위원회에게서 수리된 날부터 7일 이후에 효력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기존 주총일에는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주총 일정은 불가피하게 미뤄졌다.


7.1. 동원산업 '지배구조' 일원화접기



동원산업은 옛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하며 사업형 지주사로 자리 매김 했다. 이를 통해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원F&B동원시스템즈, 동원로엑스, 스타키스트 등을 지배하게 됐다.

2022년 말 기준으로 동원산업이 중심이 된 동원그룹은 3개 상장사와 46개 비상장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같은 기간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43.15%를 보유한 김남정 부회장이다.


7.2. 이사회 투명성 강화접기



그룹의 지주사가 된 동원산업이사회를 새롭게 구축했다. 옛 동원엔터프라이즈 이사진을 대부분 그대로 선임했다. 큰 변화는 이사회 의장이다. 그동안 대표이사가 맡았던 의장 자리를 사외이사인 김주원 전 카카오 부회장에게 넘기면서 경영의 투명성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2022년 말 기준 동원산업의 이사회는 총 9명이다.


8.1. 수익성 확보와 사업 다각화접기



동원산업은 향후 계열사별로 추진하는 신사업의 연착륙을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투자를 늘리는 등의 계획을 실행할 방침이다. 수익성 제고의 일환으로 친환경 스마트 연어 양식과 스마트 항만 사업 등을 위한 선제적 투자,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 [1] 동원그룹의 금융사업은 1968년 12월 설립된 한신증권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한신증권은 1980년대에 들어서 증권시장의 침체로 전국의 지점망을 정리하는 등 어려움에 봉착했다. 결국 1982년 대주주인 5개 시중은행의 민영화 방침과 함께 한신증권의 매각공고가 나왔다. 동원그룹은 71억 2000만원의 입찰가로 한신증권을 인수했다.
  • [2]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1963년 10월10일생이다. 전남 강진군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 [3] 동원그룹과 스타키스트의 인연은 김재철 회장이 출발점이다. 1960년 대 초반 회장은 원양어선 선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스타키스트는 사모아 섬에 참치캔 공 장을 준공하고 미국 내 참치캔 시장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때 공장의 첫 참치캔 제조를 위해 참치원어를 납품했던 인물이 김 회장이었다.
  • [4] SNCDS는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있는 아프리카 최대의 수산캔 회사다. 연간 최대 2만5000톤(t)의 참치와 정어리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갖췄다. 동원이 인수할 당시 이곳은 세네갈 정부가 지분 51%를 보유한 국영 기업이었다.
  • [5] 동원그룹은 2014년 알래스카 연어어획회사 실버베이 씨푸드(Silver Bay Seafoods, SBS)에 2000만 달러의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연어사업을 보다 본격적으로 확대해 하기 위한 투자였다. 실버베이 씨푸드는 2007년 연어를 직접 어획하는 선주들이 모여 만든 알래스카 최고의 연어어획회사다.
  • [6]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1973년 1월21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 [7] 김주원 전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과 카카오 부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였을때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며 양측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금융 전문가로서 옛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외이사로서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등에 소속돼 있었다. 특히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사의 직무 집행 감사 등을 이행했다.
  • [8] 동원그룹의 이사회는 총 9명으로 민은홍 대표이사, 박문서 대표이사, 김남정, 이명우 등 4명이 사내이사다. 사외이사 5명은 김주원 의장, 민승규, 김종필, 윤종록, 진형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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