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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와 연동된 장기성과급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 제도를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RSU는 임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보상과 주가 부양을 연동시킨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이사회가 오너 등 특정주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모든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인 요인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RSU 도입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내부거래위원회 운영 등 이사회의 독립성 등을 평가하는 견제기능 항목에서 고루 높은 평가를 받았다. 45점 만점에 41점으로 채점됐다. 평점 5점 만점에 4.6점으로 6개 평가지표 가운데 참여도와 함께 평점이 가장 높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9개의 평가항목 중 7개에서 만점인 5점을 획득했다.
◇주식 연동 성과급 ‘RSU’ 도입, 등기임원은 10년 후 주식 수령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을 평가했다. 그 결과 255점 만점에 179점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특히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주주가치 제고 성과와 연동한 보수 체계를 마련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었다. 한화그룹은 RSU를 2020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도입해 현재까지 적용하고 있다. 임원을 대상으로 하던 RSU는 지난 7월부터 팀장급까지 확대 적용됐다.
RSU는 성과급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일정기간 이후 주식으로 주는 제도다. 이와 비슷한 스톡옵션은 회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권리를 부여하는 반면 RSU는 직접 주식을 부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임직원들이 RSU 지급시점으로부터 5~10년이 지나야 실제 주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뒀다. 등기임원은 10년이 지나야만 이를 받을 수 있다. 이같은 특성때문에 RSU는 임직원들의 장기 재직을 유도하고 임직원들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주가 상승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이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도 도입 이후 2021년부터 올해 초까지 해마다 한 차례씩 이사회와 보상위원회를 통해 RSU를 부여하고 있다. 김동관 대표이사는 올해 초 추가로 RSU를 부여받으면서 현재까지 15만주 상당이 누적돼있다. 최근 30만원 안팎을 오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를 고려했을 때 이는 450억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이를 2031년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받게 된다. 이사회 구성원인 손재일 대표이사는 약 8만주, 안병철 전략실장은 악 4만5000주 가량이 누적돼있다.
◇승계정책·내부거래 지표도 '만점', 사외이사 추천 경로 다양성은 부족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너 기업이지만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해두고 있어 해당 지표에서 만점을 얻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고경영자로서 요구되는 경험, 지식, 경영능력 등의 보유, 확고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 등의 자격사항을 점검해 후보자들을 2개의 그룹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즉시 승계가 가능한 '레디 나우(Ready Now) 후보군'과 일정기간을 가지고 육성을 통해 후보자로 역할이 가능한 '차기 후보군'이다. 주요 임원 포지션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 및 자격요건을 정의하고 단계별 평가절차를 진행하여 각 포지션에 대한 후보자군을 선정하고 있다.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해 내부거래에 대해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외이사 4명으로 꾸려진 내부거래위원회는 지난해 회의가 11차례 열렸을 정도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에 설치된 소위원회 중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다.
이밖에 이사회의 독립성을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는 지난해 12회 열리면서 만점 기준을 충족했다. 감사위원회도 3인 이상의 사외이사로 꾸려져 있어 해당 항목에서도 만점인 5점을 얻었다.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이사의 보수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대부분의 평가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가운데 몇 가지 지표에서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사외이사 추천 경로의 다양성을 평가하는 지표에서는 중간점인 3점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 추천을 받고 있다. 다만 이번 평가에서는 외부 또는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고 있어야 해당 지표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감사위원회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지표도 3점으로 채점됐다. 감사위원회 위원 중 회계사가 포함되어있지 않아 점수가 조금 깎였다. 현재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도진 사외이사는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다. 그는 서강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한양대에서 회계학 석사를 취득한 뒤 미국 켄터키 대학교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