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이 내달 초 7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은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지만 더블A급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자 유리한 조달 여건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시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회사 동원건설산업에 대한 지원 부담이 상존해있지만 투심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대한 변수는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공사 현장에 문제가 발생해 동원산업의 현금이 유출될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년 700억 발행 준비…우호적 발행 여건에 '상환 → 발행'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내달 5일 총 7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한다. 트랜치는 3년 단일물로 구성했으며 오는 28일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태핑 결과에 따라 최대 14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동원산업의 대표 주관 업무는 삼성증권이 단독으로 맡았다.
동원 그룹의 사업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은 공모채 시장의 정기 이슈어로 꼽힌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했던 2022년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매년 시장에 출현해 800억원 이상을 소화했다. 시장에서 'AA-, 안정적'이라는 우량 등급으로 평가받고 있어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공모채로 끌어들이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올해도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이 줄줄이 예고돼 있었지만 상반기 조달 움직임은 잠잠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올해 5월 1000억원, 6월 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었지만 보유 현금으로 전액 상환했다. 별도 기준 약 854억원의 현금성 자산이 전부였으나 추가 현금을 확보해 상환 대금을 마련한 것이다.
앞서 공모채 발행에 나서지 않은 것은 시장금리 인하에 발맞춰 최적의 조달 시기를 찾으려는 움직임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오는 9월 합병 전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상환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조달 여건이 상반기 대비 유리해지면서 차환 발행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블A급 공모채의 경우 금리가 기준금리(3.50%)를 밑돌고 있을 만큼 발행 여건이 우호적인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물 AA-급 회사채 금리는 전일 기준 3.424%로 집계된다. 앞서 5월과 6월 회사가 차환 발행을 선택했다면 3.7~3.8%대 금리를 지급해야 했다.
◇자회사 동원건설산업 지원부담…"채무 보증 현실화 가능성 낮다"
우호적인 조달 여건 속에서 자회사 지원 부담이 향후 투심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원산업은 올해 하반기 들어서만 4차례에 걸쳐 자회사인 동원건설산업에 710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이는 지난해 통틀어 동원건설산업에 보증한 액수(3130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동원건설산업은 건설 업황이 꺾이면서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지오앤에스 용인물류센터, 영종미단시티 공동주택 등 준공 예정 현장의 미수금이 쌓이며 재무 부담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BBB0, 안정적'으로 평가받던 신용등급은 지난 6월 'BBB0,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기까지 했다.
크레딧 하향 트리거를 지속적으로 건들고 있어 BBB-급으로 추락할 경우 지원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영업손실이 지속되면서 부채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는 영업적자와 함께 343.9%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다만 동원건설산업이 시공하는 공사 현장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해 동원산업의 채무 보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다. 신평사들은 용인물류센터와 영종미단시티 공동주택의 경우 2024년 이후에 가서 순차적으로 미수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도 "동원산업의 현금이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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