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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동원그룹

방향키 다시 잡은 동원산업, 그룹 항로 재설정

①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로 지주사 발돋움, M&A 본능 부활...재무부담 해소는 과제

박규석 기자  2023-03-06 15:19: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동원산업이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용한 투자 확대에 나선다. 중간 지주사에서 지주사로 발돋움한 이후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 발굴이 한창이다. 계열사별 시너지 창출은 물론 이종산업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동원산업이 그룹 내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동원그룹의 뿌리 기업으로서 1969년 설립 이후 지주사 체계가 확립된 2001년까지는 사업 다각화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동원산업 입장에서는 20여년 만에 그룹의 방향키를 되돌려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실제 동원산업은 1980년에 참치캔 사업 진출(동원참치캔)과 한신증권 인수를 통해 성장을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 특히 한신증권 인수는 금융업 진출의 기반을 다지는 것과 더불어 크고 작은 M&A의 신호탄이 됐다. 동원산업은 한신증권 인수 후 한성사료와 삼경건설, 북청물장수 등을 지속적으로 인수하며 폭발적인 외형 확장을 이뤄냈다.



◇지주사 등극 '투자 활로' 모색

동원그룹의 성장을 주도한 동원산업은 2000년대에 지주사 체제를 도입하면서 변곡점을 맞이한다. 사업 영역이 수산업과 식품제조업으로 양분됐고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설립됐다. 이후 동원그룹은 수산과 식품, 종합포장재, 물류 등으로 분야별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지주사의 출범과 계열사별 사업 다각화로 동원산업의 역할은 사업 초기 대비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동원산업의 입지가 새롭게 부각된 시기는 2022년 9월이다. 약 21년간 그룹의 지주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합병이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승인됐다. 중간 지배회사였던 동원산업이 지주사를 흡수하는 구조인 만큼 권한과 역할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동원그룹의 초기 사업을 설정했던 동원산업에 향후 방향성을 결정하는 방향키가 되돌아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동원그룹의 사업 지주사로 발돋움한 동원산업은 투자 확대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를 꾀한다. 합병을 통해 중간 지배구조가 해소되면서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유연성, 효율성 등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와 동원시스템즈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나머지 계열사를 동원산업이 지배하는 형태였다. 의사결정을 위한 절차가 복잡했던 만큼 경영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그룹 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와 벤처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시기, 방향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합병을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게 동원산업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동원산업의 의지는 지난해 3월에 설립한 기업형 밴처캐피탈(CVC)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자회사 동원기술투자 설립과 당국 등록(금융감독원)을 마무리했다. 이는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허용된 이후 일반지주회사로서는 처음으로 기록된 기업형 CVC 설립·등록이기도 하다.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추진...되살아난 M&A 본능

동원산업이 지주사로 전환된 후 눈에 띄는 투자 활동은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추진이다. 지난달 23일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위해 보령파트너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관련 계약에 따라 동원산업은 보령바이오파마를 단독으로 실사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받게 된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신과 유전체 진단 등의 기술개발을 진행하는 생명공학 기업으로 1991년 설립됐다. 보령바이오파마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동원산업은 제약·바이오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지난해부터 주요 유통기업들이 바이오 진출을 통한 미래 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원산업 역시 유사한 기조라는 게 업계 평가다.

동원산업 입장에서 그룹의 사업 방향성과 관련된 M&A를 추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종산업 진출과 직결되는 기업 인수 등은 없었지만 주력 사업의 확장 측면에서는 대규모 M&A를 주도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 3억6300만 달러를 투입한 '스타키스트(Starkist)' 인수는 동원그룹의 국내외 수산업 지배력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스타키스트는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로 현지 시장의 약 40%를 장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과 남미 시장에 걸쳐 180여개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현지 유통망을 구축한 게 특징이다. 인수 초기 스타키스트는 적자기업이었지만 반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현재는 동원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2011년에는 세네갈 국영기업으로 운영되던 SNCDS를 인수하며 아프리카 참치캔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S.C.A SA(Societe de Conserverie en Afrique S.A.)로 법인을 새롭게 설립했으며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 중이다. S.C.A SA 인수를 위해 투입된 자금은 2100만 달러 규모다.



◇재무 부담 가중...신임 백관영 CFO 역할 부각

동원산업이 M&A를 활용한 투자 확대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도 존재한다. 바로 합병 이후 늘어난 재무 부담을 해소하는 일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품으면서 자산(이하 연결 기준)과 자본 규모가 각각 3조4000억원에서 7조1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에서 3조원 규모로 증가했지만 계열사별 재무 부담이 함께 가중되면서 부채비율 등은 상승했다.

부채비율의 경우 2022년 9월 말 기준으로 합병 전에는 94.9%였지만 현재는 135% 수준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이 3021억원에서 5346억원으로 늘기는 했지만 차입금 규모 역시 1조218억원에서 2조7149억원까지 증가해 순차입금은 7197억원에서 2조1803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부담하던 자회사 동원건설산업에 대한 책임준공 조건부 채무인수약정 등이 이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동성도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합병 효과로 유입되는 현금성자산과 영업창출현금 규모를 고려할 경우 향후 1년간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약 1조6000억원이다. 향후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이 1조3000억원이라는 점과 CAPEX, 배당금지급액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이 안정적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원F&B(종합식품 및 유통)와 동원시스템즈(포장), 동원건설(건설) 등의 편입으로 연간 매출이 3조원 규모에서 7조60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동원산업의 이러한 상황은 올해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중용된 백관영 상무가 해결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1970년생인 백 상무는 1989년 동원산업에 입사해 지난 33년간 그룹 내 계열사의 재무를 책임진 인물이다. 동원산업 재무팀장을 시작으로 동원씨엔에스 경영지원팀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홈푸드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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