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F&B가 떼어냈던 온라인 사업부문을 다시 붙인다. '동원F&B→동원디어푸드→외부몰'로 이어졌던 유통 경로가 '동원F&B→외부몰'로 간소화된다. 이를 통해 내부거래 규모를 줄이고 경영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볼 전망이다.
동원F&B는 19일 이사회에서 자회사 동원디어푸드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원F&B가 존속법인으로 남고 동원디어푸드가 소멸법인으로 사라지는 구조다. 합병기일은 8월 31일이다.
동원디어푸드는 2021년 동원F&B의 온라인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되면서 설립됐다. 독립된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빠르게 대응해나가겠다는 전략이었다.
분할 후 3년여 만에 다시 온라인 사업부문을 흡수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동원디어푸드는 동원F&B로부터 제품을 매입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동원몰, 더반찬& 등 자사몰도 운영하지만 외부몰 판매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사업구조 탓에 동원F&B는 동원디어푸드를 통해 상당한 매출을 기록했다. 동원디어푸드가 동원F&B로부터 매입한 금액은 2021년 853억원, 2022년 1407억원, 2023년 1736억원으로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동원그룹 주요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에 따르면 동원F&B의 국내계열사 매출액은 2020년 148억원에서 2023년 1945억원으로 증가했다. 총 매출 대비 국내 내부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0.8%에서 9.8%로 증가했다.
동원F&B가 동원디어푸드를 흡수합병하면서 내부거래 규모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양사 간 내부거래액은 동원F&B 국내계열사 전체 내부거래액의 90%에 달한다. 대기업집단으로서 내부거래 공시 의무가 있는 동원F&B의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합병은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물적분할을 결정했던 2021년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기업들이 경쟁에 대거 참전했던 시기다. 당시 동원F&B는 이커머스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온라인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독립 법인을 출범시켰다.
이후 수년간 이커머스 산업은 쿠팡을 비롯한 소수의 선두 업체로 재편됐다. 자사몰로 뚜렷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 동원F&B는 갈수록 확대되는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의 영향력에 맞설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커머스 업체와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한 가운데 자회사 동원디어푸드를 내세우기 보다는 직접 협상을 진행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 흡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동원F&B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사업경쟁력과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며 "온오프라인 사업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사업 규모를 키워 경쟁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