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SK온의 반격

반년 만에 8조 조달, 기업가치 시장서 인정

②SK이노 김양섭 CFO·배기락 담당, SK온 김경훈 CFO 등 '주역'

박기수 기자  2023-06-14 16:08:16
문제는 항상 돈이었다. 성장하려면 당연히 투자를 위해 돈이 필요한데 '조' 단위는 가볍게 넘기는 규모였다. 외부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2021년 물적 분할 이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숨 고르기를 하던 중 '유동성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SK온은 작년 말부터 반 년만에 약 8조원이라는 거금을 조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 속에 놓여있던 SK온이 반격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춘 셈이다. 8조원 조달은 그 자체로도 성과지만 SK온의 기업가치를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추후 자금조달 측면도 기대해 볼 법한 성과로 평가된다.

◇반년 만에 8조 조달, '유증·채권·차입'

기업공개(IPO) 대신 프리IPO(Pre-IPO)로 방향을 바꾼 SK온은 작년 말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한투PE)으로부터 8243억원을 투자받으면서 본격적인 조달에 돌입했다. 이후 한투PE의 추가 출자로 이 금액은 1조2000억원이 됐다. 한투PE의 출자 결정 이후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을 출자했다. 작년 말 1조원에 이어 올해 1월 말 1조원이 SK온으로 입금됐다.

올해 5월 초에는 9억달러(약 1조1880억원)의 유로본드(RegS)를 발행했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음에도 북이 빠르게 쌓였고 최종 유효주문은 발행 금액의 6배에 달하는 5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니셜 가이던스로 제시한 3T+195bp 보다 40bp를 절감한 155bp로 발행하는 성과도 거뒀다.

유로본드 흥행몰이 직후 5월 말 재무적 투자자(FI)들을 추가로 유치했다. 사우디국립은행(SNB) 자회사인 SNB캐피탈과 MBK컨소시엄으로부터 최대 9억4400만달러(약 1조2460억원)를 투자받기로 했다.

이어 전략적 파트너인 현대차로부터 최대 2조원을 차입했다. 이는 현대차와의 합작공장 건설에 쓰일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당장의 유동성을 현대차에서 대신 충당하면서 현금흐름에 숨통을 텄다.

가장 최근 조달은 이달 초 싱가포르 투자자로부터 추가로 유치한 4억달러(약 5300억원)다. 작년 말 한투PE 투자 유치 시점부터 약 6개월 간 SK온은 약 8조원을 긁어모은 셈이다.


◇SK이노 '김양섭·배기락', SK온 '김경훈·김영광' 등 재무라인 조명

단기간에 수조원을 끌어모은 것은 SK온과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인사들의 활약 덕분이다. 외부 투자자 유치 등 프리IPO 작업은 SK이노베이션이, 채권발행과 해외 론(Loan)은 SK온의 재무 인사들이 주로 담당했다.

프리IPO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양섭 부사장과 김 부사장 산하에서 조달 실무를 담당한 배기락 담당이 큰 역할을 했다. FI들과의 치열한 협상 과정 끝에 조원대 투자를 이끌어낸 주역들로 꼽힌다.

작년 말 SK온으로 2조원을 출자한 것도 SK이노베이션 재무 라인의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모회사의 대규모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해당 유상증자는 추후 FI 유치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김양섭 부사장은 2021년부터 SK이노베이션 CFO로 부임해 각종 재무 관련 현안을 총괄하고 있다. 배 담당은 재무기획PL 출신으로 현재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3담당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배 담당은 SK엔무브와 SK인천석유화학의 사내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CFO(왼쪽), 김경훈 SK온 CFO(오른쪽)

그린본드 발행과 해외 금융기관의 차입 등은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영입한 인물로 꼽히는 김경훈 SK온 부사장(CFO)의 성과로 꼽힌다. 김경훈 부사장과 더불어 김영광 SK온 재무관리담당과 CJ대한통운에서 작년 영입된 박노훈 Financial Strategy 담당 등의 활약도 빛났다. 특히 박노훈 부사장은 프리IPO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재무 인사들과 합을 맞춘 인물이다.

기업공개(IPO)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2026년, 혹은 이후에도 조달은 언제나 SK온의 우선 과제다. 사업의 흑자 전환과는 별개로 SK온과 SK이노베이션의 재무라인이 한동안은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