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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차세대 지형도

LX 1세대, 구본준 회장의 독립 2년

①지분정리 마무리, 자산 8조→11조 껑충…홀딩스 초대 CFO 박장수 전무 보좌

고진영 기자  2023-05-23 17:57:19

편집자주

소유와 경영이 드물게 분리되는 국내에서 오너기업의 경영권은 왕권과 유사하게 대물림한다. 적통을 따지고 자격을 평가하며 종종 혈육간 분쟁을 피할 수 없다. 재계는 2022년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과 함께 4대그룹이 모두 3세 체제로 접어들었다. 세대 교체의 끝물, 다음 막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요기업 차기 경영권을 둘러싼 후계 구도를 THE CFO가 점검해 본다.
범 LG가(家)에서 마지막으로 뻗어 나온 줄기가 LX그룹이다. LG그룹은 장자 승계를 대원칙으로 삼고 동생들은 계열분리로 독립해 나가는 전통을 4대째 유지하고 있다.

LG그룹 성장의 핵심 축을 담당한 구본준 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이 건강 문제로 부재했을 때도 가문의 중심을 지켰다. 조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취임 이후론 LG 고문으로 있다가 2년 전 LX그룹을 꾸려 떠났다. 4세 '구광모 체제'를 완성한 마지막 조각이자 형제 중 가장 늦었던 작별이다.

LX그룹은 2021년 LG상사(LX인터내셔널)와 LG하우시스(LX하우시스), 판토스(LX판토스), 실리콘웍스(LX세미콘), LG MMA(LX MMA) 등을 위시해 독립했다. LG에서 인적분할한 지주사 LX홀딩스를 주축으로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는 자회사, LX판토스는 손자회사가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국내에 지주사 체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LG그룹의 선례를 따라 지배구조로 짠 것으로 여겨진다.

재무라인의 보좌가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구본준 회장(사진)과 이미 인연이 있었던 박장수 전무가 LX홀딩스의 초대 최고재무책임자(CFO)라는 중책을 맡았다. LG그룹 부회장으로 십여년을 지낸 구 회장이지만, 총수로서 '내 집'을 짓는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심사숙고한 인사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박 전무의 경우 구 회장이 LG 부회장으로 있던 시기 재무관리팀에서 그를 보좌한 인연이 이어졌다. 1999년 LG그룹과 처음 연을 맺었고 이후 20년 넘게 재무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재무통으로 손꼽힌다. LG화학 재무회계팀과 LG 재무관리팀, LG 재경팀 등을 거쳤다. LG그룹 시절부터 LX홀딩스 설립 준비작업을 하다가 분할과 동시에 재무수장으로 발령났다.

지주사 CFO는 그룹의 전반적 자금 사정과 지분구조, 계열사 재무현황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자리다. 올 초부터는 박장수 전무가 LX하우시스 CFO로 이동한 상태지만 LX그룹의 기반을 닦는 데 기여한 공을 부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LX그룹이 자리잡기까지 복잡한 정리작업이 필요했다. 분가를 선언하긴 했으나 당시 완전한 독립을 이루진 못했기 때문이다. LX홀딩스가 LG에서 떨어져 나왔어도 구광모 회장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15.95%)과 구본준 회장의 LG 지분(7.72%)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2021년 말 구본준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LG지분 4.18%를 블록딜로 처분하고, 이 매각대금으로 구광모 회장과 특수관계인 9명이 가지고 있던 지분 32.32%를 사들이면서 지분정리를 매듭지었다.

또 구본준 회장은 남은 LG 지분 가운데 1.5%를 LG공익법인에 나눠 기부함으로써 LG 지분율을 2.04%로 줄였다. 공정거래법은 동일인 관련 지분율이 3% 미만일 경우 계열분리를 허용한다. 이듬해 LX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LG그룹과의 연결고리가 단절됐다.


독립 이후 인수합병(M&A)과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몸집을 불린 LX그룹의 자산규모는 빠르게 불어났다. 분리 이전 8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11조2734억원으로 늘었다. LX세미콘이 반도체, LX판토체가 물류, LX인터내셔널이 상사업을 주도하면서 M&A를 통해 영토를 넓히고 있다.

굵직한 M&A를 짚어보면 LX인터내셔널이 한국유리공업지분 100%를 약 5900억원,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 지분 63.34%를 약 950억원 주고 품에 안았다. 또 LX판토스가 북미 물류회사 트래픽스에 지분 투자(311억원)를 하고, LX세미콘은 차량용 반도체 설계사인 텔레칩스 지분 10.93%(268억원)을 취득했다.

지난달엔 LX그룹이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신규지정됐으며 기업집단 내 순위는 44위를 기록했다. 현재 상장회사 4개와 비상장 회사 11개 등 1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상시종업원수는 2022년 말 기준 8284명, 임원수 112명의 대그룹이다.

이제 1세대, 독립한지 만 2년이 됐을 뿐이지만 승계를 논하기도 이르지 않다. 구본준 회장이 1951년생으로 일흔 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차기 후계자엔 사실상 이견이 없다.

유일한 아들 구형모 LX 부사장이 2대 총수로 거명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승진과 함께 LX홀딩스 지분 매수에 나섰다. 구 회장의 장녀 연제 씨의 경우 벤처캐피탈 분야에서 경영 참여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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