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LX그룹 지주사인 LX홀딩스는 올 들어 수익이 크게 나아졌다. 연결 실적에서 지분법 손익으로 반영되는 자회사들의 실적이 작년보다 개선되면서다.
그러나 별도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연결-별도 실적이 반대로 움직인 배경에는 배당금 수익이 있다. 배당금 수익은 지난해 자회사들의 부진했던 실적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올 상반기 배당금이 1년 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투자자들은 다시 LX홀딩스에 주목하고 있다. 역으로 올해는 자회사들의 실적 회복으로 결산 배당금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역대 가장 높은 현금보유고와 정부 주도의 밸류업 기조 등은 주주환원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연결과 반대로 움직인 별도 실적, 배당금 수익 급감 탓
LX홀딩스의 올 상반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8억원, 107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대비 매출은 2%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72.8%나 늘었다. 이는 투자업계 전망을 크게 상회한 수치다.
이는 연결 실적에 편입된 자회사들의 실적 호조로 지분법 손익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영업이익 1073억원 중 지분법 이익은 104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68.6% 증가했다. 지분법 이익에 반영되는 계열사는 △LX인터내셔널(지분 24.7%) △LX하우시스(33.5%) △LX세미콘(33.1%) △LX MMA(50%, 비상장)이다.
LX홀딩스 손익 측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LX인터내셔널(452억원)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7.4%나 줄었으나 같은 기간 LX세미콘의 이익이 117.8% 증가하고 LX하우시스(7.1%), LX MMA(흑자전환)의 실적이 모두 개선되면서 LX홀딩스의 지분법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실적이 가장 크게 개선된 곳은 LX MMA였다.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수급 불균형으로 국제 가격이 상승하고 판매 물량이 증가하면서 작년 상반기 115억원 적자는 올해 436억원의 이익으로 턴어라운드했다.
그러나 LX홀딩스의 올 상반기 별도 실적은 연결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별도 기준 매출은 1년 전보다 42.9% 감소한 479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49.5% 줄어든 343억원을 기록했다. 근간에는 줄어든 배당금 수익이 있다. LX홀딩스의 연결 실적은 자회사들의 올해 실적이 기반이 되지만 배당금과 상표권 수익으로 구성되는 별도 실적은 2023년 자회사 실적을 기반으로 하면서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LX홀딩스의 별도 매출 479억원 중 배당금 수익은 323억원이었다. 작년 상반기 배당금 수익이 68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주요 자회사들의 2023년 실적 저하로 순이익이 일제히 줄어든 영향이다.
일례로 LX홀딩스 배당금 수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LX MMA는 2022년 1만2500원이던 주당 배당금을 2023년 결산 기준 5000원으로 줄였다. 같은 기간 LX인터내셔널은 3000원에서 1200원으로, LX세미콘은 4500원에서 1800원으로 주당 배당금을 내렸다.
LX인터내셔널의 배당총액은 2022년 기준 1079억원에서 2023년 432억원으로, LX세미콘은 732억원에서 293억원으로 각각 60% 줄었다. LX MMA는 비상장사라 2023년 기준 배당총액이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다.
◇배당수익 반등·풍부한 곳간, 저평가 해소로 이어질지 주목
반대로 LX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올해 실적 호조는 LX홀딩스의 내년 배당금 수익이 반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LX홀딩스 주주들에겐 희소식이다. LX홀딩스가 2021년 출범한 이후 현금성자산이 계속 쌓인 점, 재계에 밸류업 바람이 부는 점 등도 주주환원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LX홀딩스의 올 상반기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546억원으로 2021년 출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금 보유고가 쌓인다는 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인수합병(M&A)을 지속해서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LX그룹은 출범 직후 M&A 시장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실제로 한샘, 한국유리공업(현 LX글라스), 매그나칩 반도체 등의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한국유리공업을 품었다. 작년에는 HMM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지주사들이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는 이익잉여금은 2021년 4분기 말 1405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4589억원까지 늘었다. LX홀딩스는 출범 첫해인 2021년에는 배당 가능한 이익이 없어 배당을 집행하지 못했고 2022년부터 배당을 시작했다. 2022년 결산 배당 당시 주당 배당금은 310원, 배당총액은 241억원이었다. 이듬해 LX홀딩스는 배당금 지급에 210억원(주당 배당금 270원)을 썼다.
LX홀딩스의 기업가치는 여전히 저점에 머물러있다. 출범 초만 해도 주가는 9000원을 상회했으나 현재 70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역대 가장 낮은 0.32~0.33배를 오가고 있다.
투자업계는 보유 현금(2546억원), 무차입 상태(순차입금 -2690억원), 자회사들의 기업가치 등을 고려하면 LX홀딩스가 저평가받고 있다고 본다. LX그룹 상장사인 LX인터내셔널과 LX하우시스, LX세미콘의 시가총액 기준 지분가치는 약 7200억원으로 평가된다.
비상장사 중에선 LX MMA, 벤처스 등의 지분가치를 합하면 1300억원 수준이다. 현재 LX홀딩스의 시가총액은 약 5400억원이다. 현금 자산과 비상장사 지분가치만 더한 수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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