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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재무 분석

10년간 매년 줄어든 정유사 고객보상포인트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총 35% 감소...낮은 적립률과 불편한 절차 등 원인

양도웅 기자  2023-05-22 16:53:16

편집자주

항공사 마일리지, 주유소·쇼핑몰 포인트 등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코인'이다. 기업 스스로 적립과 사용, 회계 처리 방식까지 통제해 가치를 조절할 수 있는 화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뿐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와 실적까지 영향을 받는다. THE CFO가 기업별 마일리지 회계 처리와 활용 전략,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조명해본다.
국내 정유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보상포인트(보너스포인트)가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포인트 제도에 대한 고객 호응은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낮은 적립률과 적립 과정의 불편함이 이유로 지목된다. 정유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와 기존 고객 유지를 위해 보상포인트 제도를 꾸준히 운영해왔다.

◇정유 3사 10년간 300억 감소...감소율 1위는 GS칼텍스

2014년 12월 말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3사의 고객보상포인트는 총 863억원이었다. 하지만 2023년 3월 말 현재 563억원으로 약 35%(300억원)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정유 3사의 고객보상포인트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줄었다. 가장 크게 감소한 건 GS칼텍스로 60%(180억원) 줄었다.

고객보상포인트제도는 회계 용어로는 '고객충성제도'다. 정유사는 자사가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고객이 매했을 때 리터(L)당 몇 원을 고객에 포인트로 제공한다. 특정 조건에서 고객은 이 포인트로 기름을 재구매할 수 있고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제휴를 맺은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정유 3사가 활용하는 '한국채택기업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고객보상포인트는 부채 계정과목 중 하나인 '이연수익' 혹은 '계약부채'로 계상한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이연수익으로, 에쓰오일은 2018년부터 계약부채로 계상한다. 이전까지는 에쓰오일도 이연수익으로 처리했다.

다만 또다른 국내 정유사인 SK에너지는 2022년 사업보고서(2023년 3월 공시)부터 '포인트충당부채'라는 이름으로 고객보상포인트를 계상하고 있다. 이전 과거의 고객보상포인트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정확한 고객보상포인트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이를 포함한 이연수익 규모는 꾸준히 밝혀 왔다.


(출처=각 사 사업보고서)

◇월 2회 3만원씩 주유시 1년 적립금 1300원 수준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의 고객보상보인트가 줄어든 건 고객 입장에서 포인트를 적립하는 일이 번거롭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러 적립 방식이 있지만 대표적인 포인트 카드를 기준으로, 고객은 주유소에서 유류비를 결제하는 중간에 정유사로부터 발급받아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한 별도의 '포인트 카드'를 사용해야 고객보상포인트를 지급받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캐시리스(Cashless)'를 넘어 '카드리스(Cardless)' 사회로 넘어가는 때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카드 없이도 포인트 적립을 할 수 있도록 한 주유소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객에게 포인트를 적립하겠냐고 묻는 주유소 직원도 점점 없어진다는 반응도 있다.

더불어 정유사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률이 낮은 점도 실질적으로 고객들이 멀리하게 만드는 이유로 지목된다. 가령 GS칼텍스는 리터당 1~10포인트, 에쓰오일은 리터당 2~4포인트, HD현대오일뱅크는 리터당 3포인트(LPG는 4포인트)를 제공한다. 1포인트는 1원이다. SK에너지는 리터당 2원을 제공한다.

21일 기준 서울 지역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85원이다. 1회 3만원 주유한다고 가정하면 약 18리터로 HD현대오일뱅크로 예를 들면 54포인트를 쌓는다. 한 달에 두 번씩 주유한다고 하면 1년에 약 1300포인트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돌려받는 금액치고는 크지 않다는 판단을 고객들은 하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객들이 포인트 적립을 하지 않으니 정유사들이 추후에 돌려줘야 할 자산(부채) 중 하나인 이연수익으로 계상한 고객보상포인트가 10년간 꾸준히 줄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보상포인트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선 포인트 적립률을 높임과 동시에 포인트 적립과 사용 절차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이 요구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차를 사용할 일이 많은 사람에겐 유용할지 모르나 차를 사용할 일이 적은 사람에겐 유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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