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항공사 마일리지, 주유소·쇼핑몰 포인트 등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코인'이다. 기업 스스로 적립과 사용, 회계 처리 방식까지 통제해 가치를 조절할 수 있는 화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뿐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와 실적까지 영향을 받는다. THE CFO가 기업별 마일리지 회계 처리와 활용 전략,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조명해본다.
현재 대한항공과의 합병 승인을 기다리고있는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마일리지 제도 '아시아나클럽'을 통해 부수입을 누려왔다. 고객들에 아시아나 마일리지라는 유인 동기를 제공한 대신 쇼핑몰, 카드사 등으로부터 홍보·판촉활동의 대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병 이후엔 이 같은 부수입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합병 승인 이후 자회사 체제로 아시아나항공 브랜드를 2년간 유지하다가 이후엔 대한항공이란 법인으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클럽 이름으로 제휴하던 업체들과의 계약도 이때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최대 규모의 항공동맹인 스타얼라이언스까지 탈퇴하게 되면 제휴 항공사들로부터 받았던 마일리지 제휴수입도 없어지게 된다.
◇마일리지 충당부채보다 쏠쏠했던 제휴수입1988년 설립된 아시아나항공은 다음해부터 상용고객 우대제도(FFP)인 마일리지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마일리지는 충당부채로 인식됐다. 제도 도입 10년 이후인 2000년 기준 마일리지 충당금은 55억원 수준이었다.
특이한 점은 같은 시기 아시아나항공이 벌어들인 마일리지 제휴수입이 84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1994년 말부터 위너스카드(현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과 제휴하면서 받게 된 부수입이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제휴카드 사용실적 1000원당 1마일리지를 제공했다. 고객들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적립하기 위해 해당 카드를 쓰면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를 제공해주는 대신 적립 마일리지에 상응하는 대가와 판촉홍보 수수료까지 합산해 받았다.
이후 카드사뿐 아니라 쇼핑몰까지 제휴에 합세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얻는 마일리지 제휴수입은 더 늘었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마일리지 적립으로 쌓인 충당금보다 제휴수입이 월등히 많은 만큼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고객혜택을 제공하는 항공사로 회사 이미지도 높이면서 기타 항공운송수입의 약 10%에 달하는 추가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3년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사 동맹체제인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서 마일리지 제휴수입과 충당금 모두 급증했다. 아시아나 고객이 얼라이언스 제휴된 외국 항공사를 타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대신 해당 항공사로부터 받는 수입이 추가됐다. 자연스럽게 마일리지 충당금보다 제휴수입의 증가속도가 더 빨라졌다.
2004년 이후부턴 마일리지 제휴수입을 별도 항목으로 공시하지 않고 기타수익에 포함하면서 정확한 제휴수입 수치를 알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내부적으론 여전히 부수입으로 존재한다. 2022년 기준 마일리지 제휴수입을 포함한 기타수익은 779억원에 달한다.
◇1조원 육박하는 마일리지 이연수익, 합병 전 부채 털어내기 시도다만 합병 이후 이 같은 마일리지 제휴수입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합병되는 건이 승인되면 아시아나항공 브랜드는 자회사 체제로 2년간 유지된다.
이후엔 대한항공 법인으로 통합되는데 이때 마일리지 등 회원혜택도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로 통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의 경우 제휴 쇼핑몰이 따로 없어 관련된 제휴수입이 발생할 수 없다.
반면 1조원에 가까운 마일리지 관련 부채는 함께 짊어지게 된다. 현재 장단기선수금으로 인식되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9404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2조7026억원)까지 합치면 4조원에 육박한다.
2009년까지 수백억원에 불과하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충당금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2000억원대로 크게 늘었다. 이연수익으로 새로 인식하면서 기존엔 원가 기준으로 설정하던 부채가 공정가치 기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적용하는 마일리지 기준가격도 올랐고 회계상 인식하는 부채 규모가 수천억원대로 늘었다.
이 같은 부채 부담에 아시아나항공은 합병 이전에 최대한 마일리지를 소진시키기 위해 사용처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합병 이후 양사 마일리지 병합 과정에서 소비자 반발 등 혼선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현재 제도 하에 마일리지 부채를 최대한 털어내려는 시도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CGV, 소노호텔앤리조트, 에버랜드 등 마일리지 사용 가능 제휴사를 늘렸다. 여기에 자체 제작한 발달장애 예술가 콜라보 상품을 구매할 때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