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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재무 분석

스타벅스 벤치마킹하던 할리스, 록인효과 오히려 감소

2013년 매출 40%가 포인트 적립고객 창출, 2018년 멤버십 리뉴얼로 충성고객 줄어

문누리 기자  2023-05-16 17:55:19

편집자주

항공사 마일리지, 주유소·쇼핑몰 포인트 등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코인'이다. 기업 스스로 적립과 사용, 회계 처리 방식까지 통제해 가치를 조절할 수 있는 화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뿐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와 실적까지 영향을 받는다. THE CFO가 기업별 마일리지 회계 처리와 활용 전략,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조명해본다.
국내 최초의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할리스'를 운영하고 있는 케이지할리스에프앤비는 한때 매출 5분의 2가 멤버십 회원들로부터 창출될 만큼 충성 고객층이 두터웠다. 인테리어 리뉴얼 등으로 특정 타깃층의 이용이 늘면서 멤버십 활용 비중도 커진 영향이었다.

하지만 2018년 스타벅스와 유사한 제도로 멤버십을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회원 혜택이 줄면서 록인효과가 줄어들었다는 평이다. 내년 커피전문점 1호 상장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잃어버린 충성고객과 록인효과를 어떻게 되찾을지가 향후 과제로 떠오른다.

◇'카공족' 겨냥 공간 변화와 멤버십 적립금 확대 콜라보

케이지할리스에프앤비 재무제표 상 마일리지충당부채 항목은 2012년 등장했다. 할리스 브랜드는 이때부터 음료나 제품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주문금액의 5%를 멤버십 포인트로 적립해주기 시작했다.

이에 2012년 기준 케이지할리스에프앤비 매출액 658억원 중 7억8270만원이 마일리지충당부채로 계상됐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마일리지 관련 부채는 공정가치(시장 판매가) 기준으로 인식한다. 당시 전체 매출액의 24%(156억5400만원)에 달하는 구매금액이 멤버십 포인트 적립과 함께 발생된 매출인 셈이다.


2013년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된 이후 할리스의 멤버십 제도 활용도는 더 강해졌다. '카공족(카페공부족)' 등 특정 타깃층을 설정해 오피스와 대학가 상권 매장 인테리어를 1인 독서실처럼 바꾸면서 할리스 멤버십을 이용하는 고객층도 견고해졌다. 1998년 사업 시작 이래 2000년대 중후반까지 맛과 공간 정체성이 모호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2013년 멤버십 포인트인 마일리지충당부채 적립 금액은 13억원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멤버십 포인트 적립 고객이 구매한 금액 비중도 커졌다. 적립 포인트 금액과 비교해 역산하면 2013년 매출액(686억원)의 37.9%가 멤버십 포인트를 적립한 '충성고객'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이었다.

충성고객의 할리스 록인효과는 꾸준히 이어졌다. 이들이 창출한 매출 비중은 2014년 30.9%, 2015년 33.9%, 2016년 30.6%, 2017년 32.4% 등으로 30%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덩달아 실적 개선도 이어졌다. 매출액 600억원대, 영업이익 70억원대에 머물던 실적에서 2015년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넘겼고, 2016년엔 영업이익 100억원대에 진입했다.


◇스타벅스 벤치마킹 리뉴얼, 인색해진 혜택에 고객 등돌려

멤버십 혜택에 후했던 할리스가 달라졌다. 2018년 3월 새로운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하면서다. '크라운(CROWN) 리워드'라는 멤버십 서비스는 스타벅스의 리워드 서비스와 유사했다.

먼저 스타벅스처럼 회원 등급을 실버, 골드, 레드 등으로 나눴다. 실버 등급은 1년 안에 크라운 12개를 적립하면 골드 등급이 되고, 이후 48개를 모으면 레드 등급이 되는 방식도 스타벅스와 비슷했다. 스타벅스와 다른 점을 찾자면 실버 등급부터 크라운 12개를 적립하면 아메리카노 무료 쿠폰이 발행된다는 점, 그리고 생일 쿠폰은 최고 등급인 레드 등급 고객에게만 지급된다는 것이었다.

회원 혜택은 상대적으로 인색해졌다. 기존엔 주문금액에 비례해 정률적으로 포인트가 적립됐는데 3000원 이상 영수증 1개당 크라운 1개가 적립됐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와 달리 추가 적립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아 비싼 음료를 여러잔 구매해도 영수증이 1개라면 크라운은 1개만 적립됐다.

자연스럽게 고객들은 등을 돌렸다. 할리스 멤버십 도입 6년만의 변화가 달갑지 않은 반응이었다. 2017년 6억원에 육박하던 마일리지충당부채는 2018년 2억원으로 급감했다.


30% 넘던 멤버십 회원들의 매출 기여도는 7%가량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의 80% 이상이 리워드 회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스타벅스처럼 충성고객층이 쌓여있지 않은 영향도 컸다.

이 기조는 2020년 KG그룹 인수 전후로 심화됐다. 케이지할리스에프앤비의 마일리지충당부채는 2019년 처음으로 1억원 아래를 기록한 이래 7000만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케이지할리스에프앤비가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사그라든 록인효과를 끌어올릴 전략 등이 기업가치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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