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사실상 자체적인 화폐로 운영되는 왕국이다. 매년 연간 매출액의 80% 넘는 2조원대 금액이 통상적인 카드결제가 아닌 스타벅스 카드 선불충전금으로 결제된다. 별적립 리워드 등으로 유인해온 충성고객층이 스타벅스 카드라는 자체 결제방식 사용자층으로 이어진 덕분이다.
별적립 무료음료 혜택 제공이라는 비교적 소액의 투자가 결과적으론 카드수수료 절감과 넉넉한 현금유입으로 선순환돼 돌아왔다. 후불로 뒤늦게 판매대금이 들어오는 카드결제방식과 달리 스타벅스는 고객들로부터 제품 판매 전부터 선불로 현금을 꾸준히 충전받고 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금 조달로 마음고생하고 있지만 스타벅스 브랜드 운영사 SCK컴퍼니는 현금이 없어 고생할 일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3000억원에 육박하는 선수금 잔액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또다른 문제다. 쌓아놓은 현금으로 금융수익까지 얻고 싶던 SCK컴퍼니는 일반 은행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관련 현금을 투자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위험성을 지적받은 뒤에는 금리가 낮은 4대 시중은행의 3개월 단기예금으로 전액 예치 변경했다.
◇리워드 혜택으로 자란 선수금 3000억원 육박
2012년 스타벅스 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 SCK컴퍼니는 현재까지 매년 선수금 규모를 늘려왔다. 앱 론칭 초반 96억원에 불과하던 선수금은 2016년 500억원, 2019년 1292억원, 2022년 2983억원 등으로 급격한 증가 곡선을 그려왔다.
스타벅스 카드 선불충전금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엔 2011년에 만든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 '스타벅스 리워드' 서비스가 있다. 앱에 등록된 스타벅스 카드를 사용해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음료를 받을 수 있는 별을 리워드로 제공해왔다.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고객들의 결제 수단은 자연스럽게 스타벅스 카드로 변경됐다. 고객이 스타벅스 카드를 충전하면 SCK컴퍼니의 선수금도 쌓였다.
여기에 2014년 스마트 주문 시스템 '사이렌 오더', 2018년 마이DT패스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연간 증가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들 서비스 모두 스타벅스 카드를 활용한 서비스라 관련 서비스 이용객이 늘어날 수록 스타벅스 카드 선불충전금을 포함한 선수금 금액도 많아졌다.
2016년 말 누적 1400만건을 기록한 사이렌오더 주문건수는 2018년 말 누적 6600만건으로 늘었다. 이후 2019~2022년 3년간 사이렌오더 주문건수 증가율은 60%에 달했다. 2018년 도입된 마이DT패스의 경우 2019~2022년 3년 간 주문건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선수금 발생 2조1159억원, 매출액의 82%… 리워드 370억원 투자효과 '50배'
스타벅스 카드를 이용해 거래한 선수금 발생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선수금 잔액(2983억원)의 7배에 달한다. 지난해 1년간 고객들이 스타벅스 카드에 선불 충전한 금액을 포함한 선수금 발생 규모는 2조1159억원으로 2022년 매출액(2조5939억원)의 8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익으로 인식된 선수금은 2조680억원으로 매출액의 80%에 달했다. 고객들이 선불충전금을 소진하면 기존에 부채로 인식되던 선수금은 그제서야 스타벅스 수익으로 새롭게 인식된다.
최근 3개년만 살펴봐도 스타벅스 선불충전금을 포함한 선수금 발생과 수익의 인식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스타벅스 카드를 꾸준히 충전하는 충성고객이 늘어나면서 매출액 대비 선수금 발생 비중은 2020년 73%, 2021년 79%, 2022년 82% 등으로 확대됐다. 고객이 선불충전금을 사용하면서 수익으로 인식된 규모의 매출액 대비 비중도 2020년 70%, 2021년 76%, 2022년 80%로 커졌다.
같은 기간 스타벅스 리워드로 고객들에게 제공한 무료음료 쿠폰 발생 규모는 2020년 281억원, 2021년 401억원, 2022년 370억원이었다. 선수금 발생(신규 선불충전금 포함) 대비 무료음료 리워드 금액의 비중은 2020년 2.01%, 2021년 2.14%, 2022년 1.75%에 불과하다. 비교적 작은 무료음료 마케팅 비용을 투자함으로써 자체 앱에 현금충전하도록 유인한 효과가 50배에 달하는 셈이다.
◇선수금 잔액 예치 방식 ABCP→단기예금, 고금리 대신 안정성 선택
거의 3000억원에 육박하는 선수금 잔액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SCK컴퍼니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새로운 고민거리였다. SCK컴퍼니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더라도 어디까지나 예치한 현금이자 부채이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함부로 쓸 수는 없었다.
오랜 시간 묶여두는 장기 예치상품은 불가했다. 선불충전이라 대부분 금액은 향후 스타벅스 제품구매로 이어지겠지만 일부는 마치 은행에서 예금을 빼가듯 고객이 환불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SCK컴퍼니 CFO는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택했다.
이는 담보부 채권상품으로 매출채권 등 만기가 비교적 짧은 자산을 기초로 기업어음(CP)를 발행한 것이었다. 당시 평균금리는 연 8.5~9% 수준으로 비교적 고금리 상품에 속했다. 3개월 이하 단기상품이면서 안정성과 유동성, 고금리 혜택을 동시에 확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스타벅스가 미사용 선불충전금을 활용해 ABCP 평균금리로 투자했을 경우 추정되는 수익은 최근 5년간 612억~649억원 수준이다. 2021년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선수금 2504억원 중 현금은 140억원, 나머지는 전부 ABCP로 투자됐다.
다만 ABCP는 금리가 높은 만큼 정기예금보단 일부 위험부담도 존재한다. 예컨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만 봐도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가 2050억원 규모의 ABCP 상환이 불가하다고 투자기관들에 통보한 사례가 그 중 하나다. 이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SCK컴퍼니를 대상으로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SCK컴퍼니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ABCP에 투자된 금액을 전부 4대 시중은행의 3개월 단위 정기예금으로 돌렸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ABCP도 예금성 자산으로 안전하고 3개월 단위로 유동성도 커서 선택한 것"이라며 "다만 지적받은 이후 2022년 12월 말까지 관련 금액을 일반적인 은행 예금으로 전부 돌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