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원의 수협중앙회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신황용 수협중앙회 기획담당 부대표(사진)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취임 후 첫 CFO를 맡은 신 부대표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의 업무는 중앙회의 재무관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앙회의 업무 재편으로 핵심 자회사인 수협은행 관리도 그의 업무로 편입됐다.
상호금융권 안팎에서는 수협은행 관리를 중앙회 최고재무책임자에게 맡긴 것은 중앙회의 캐시카우인 수협은행의 수익 성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정적인 금융지주사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의도도 숨어 있다.
25일 상호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최근 주요임원의 업무 재편과 인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획부대표와 경영지원부대표의 업무 분담이다.
기획부문은 기획조정실과 총무부, ICT전략실을 총괄한다. 이중 핵심 부서는 기획조정실이다. 기획조정실은 중앙회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부문별 사업 조정과 신사업 발굴 업무를 수행한다.
기획조정실은 여기에 수협은행 관리 부분도 추가됐다. 기존 전략지원실에서 담당해온 자회사 관리부문 중 수협은행 관리부문만 기획조정실로 이관됐다. 경영지원부문 산하 전략지원실은 경영지원실로 명칭이 변경됐다.
해당 업무는 기획 담당인 신황용 부대표가 맡는다. 신 부대표는 대건고와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수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이후 품질안전팀장(2016년)과 도매가공팀장(2017년), 판매사업부장(2019년) 등 중앙회에서 유통사업을 맡아왔다.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뒤 지난 10월 기획부대표로 선임됐다.
수협은행 관리를 재무를 총괄하는 기획부대표에게 이관한 데에는 수협은행이 중앙회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으로 보인다.
수협중앙회의 자회사는 수협은행을 포함해 수협노량진수산, 수협사료, 수협유통, 수협개발, 위해수협국제무역유한공사 등 총 6개다. 이중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 위해수협국제무역유한공사를 제외한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은 취약하다.
이들 비은행 자회사 4곳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25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중국에 한국 수산물 공급을 위해 설립된 해외 자회사 위해수협국제무역유한공사 역시 온·오프라인 판매수익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수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06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은행 자회사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은 사실상 없다. 실제 수협은행은 중앙회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올해 현금 배당액과 명칭사용료 등 중앙회 지원금 규모를 1200억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전년(962억원) 대비 24.7%(238억원) 급증한 액수다.
수협은행의 지원금 증가에도 중앙회의 실적은 하락했다. 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7.4%(156억원) 감소한 17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총이익은 전년 대비 16.6%(418억원) 줄어든 210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7531억원 늘었지만, 금리인상과 유가상승 여파로 영업비용이 전년 대비 7949억원 증가했다. 여기에는 수협중앙회가 자체 예산 100억원을 편성해 유가보조금을 지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수협의 경우 자회사 중 수협은행의 비중이 매우 높은 만큼, 수협은행의 실적이 향후 중앙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수협은행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통해 성장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앙회에서 재무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이번 CFO 업무 재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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