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 수산·어업인의 이익 증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목적을 지속 실현하려면 캐시카우의 뒷받침은 필수다. 수협에는 수협은행이라는 확실한 수익센터가 있으나 그 역할에 한계가 있다. 은행이 꾸준히 성장 중이지만 규제 및 금융시장 환경상 큰 폭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수협중앙회가 미래 비전 방안으로 Sh금융지주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협은행 외의 금융 계열사를 통해 수협중앙회의 이익 창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해 수산·어업인에 대한 직간접적인 미래 지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Sh금융지주의 롤모델로는 DGB금융지주를 삼았다. 지방은행으로 성장한 DGB금융은 지주 설립 후 10여 년간 공격적으로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며 자산규모 확대와 신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했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해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현재 수협의 청사진과도 맞닿는다.
◇높은 은행 의존도…비은행 계열사 통한 수익창구 확보 시급 수협중앙회는 은행에 의존적인 사업구조를 지닌다. 수협 내 은행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지난 2017년 이후 줄곧 70% 이상이다. 금융 계열사가 은행뿐이라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계열사를 통해 여러 수익 창구를 확보해둔 타 금융그룹 포트폴리오와는 대조적이다.
은행 의존적이어도 수익성이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수협중앙회 차원의 금전지원 여력까지 부족해지는 상황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이렇다 보니 중앙회도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해 반드시 수익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은행 수익성은 금리사이클 변화 등 외생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수협중앙회가 2030 Sh금융지주 설립 로드맵을 발표할 당시인 2022년 기준으로 타업종 대비 은행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은 10년간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난 10년간 은행업의 자산과(6.70%)과 ROE 성장률(4.92%)은 비은행 절반 수준이었다. 자산운용사의 자산과 ROE 성장률은 각각 15.4%, 11.65%였고 증권사는 10.16%, 5.85%였다.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사, 신기술금융사 등 주요 비은행 금융사 역시 자산과 ROE 성장률이 10%대 수준을 나타냈다.
◇종합금융지주로 거듭난 DGB…비은행 계열사 이익기여도에 주목 수협중앙회가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설립을 추진 중인 Sh금융지주는 DGB금융지주를 롤모델로 한다. 특히 수협중앙회가 DGB금융을 주목한 데에는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기여도에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1년 5월 지주사인 DGB금융을 설립했다. 출범 당시 DGB금융은 대구은행과 대구신용정보(현 DGB신용정보), 카드넷(현 DGB유페이) 등 3개 계열사로 시작했다. 이후 2014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M&A를 통해 비은행 계열사를 흡수하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DGB금융은 출범 이듬해 1월 메트로아시아캐피탈(현 DGB캐피탈)을 657억원에 인수했다. 2009년 설립돼 리스와 할부금융, 기업대출, 신기술금융을 주로 취급하는 캐피탈사였다. 이어 유페이(2013년 3월), DGB생명(2015년 1월), 하이자산운용(2016년 10월), 하이투자증권(2018년 1월), 하이투자파트너스(2021년 4월), 뉴지스탁(2021년 8월) 등을 인수하며 종합 금융지주사로 거듭났다.
특히 Sh금융지주 설립 선포 당시 수협은 DGB금융의 자산성장과 비은행 계열사 이익기여도에 주목했다. DGB금융은 종합 금융지주사로 거듭나면서 33조7000억원이던 자산을 2022년 3분기 연결 기준 94조원가량으로 키웠다. 비은행 계열사의 연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1481억원으로 전체 손익의 3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29.1%)과 농협금융(28.1%) 등 대형 금융지주보다 높은 수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