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수협에 기념비적인 해이다. 21년간 굴레로 작용했던 공적자금 상환을 마무리 하면서 사업 확장 등 자율 경영에 대한 운신의 폭을 넓힌 전환기이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가 수협 미래 비전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건 것도 이 시기부터다.
수협이 내놓은 미래 비전 핵심은 Sh금융지주(가칭) 설립이다. 이를 위해 수협중앙회는 2030년까지의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을 세웠다. 수협은행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비은행 자회사 M&A는 수협의 Sh금융지주 설립 로드맵의 첫 번째 단추다.
현재 수협은행은 첫 단추 끼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획보다 1차 M&A에 시일이 더 소요되면서 당초 구상한 로드맵 전 과정도 미뤄지고 있다. M&A 물밑 협상은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조직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안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협, 금융지주 설립 8단계 수립…1차 M&A 옥석가리기에 한창 수협중앙회는 지난 2022년 11월 정부로부터 수혈받은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 상환을 기념하면서 금융지주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동시에 2023년 3분기까지 Sh금융지주 설립 요건 충족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중앙회 자본출자의 효율적 배분과 수익 다변화에 비은행 계열사를 보유한 금융지주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비은행업 진출 추진 시점으로는 2022년 말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를 설정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복합위기가 오히려 M&A의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은행 업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자금경색 심화, 부실 가능성 증가 등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거품이 제거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M&A와 Sh금융지주 설립은 △M&A 추진 대상 탐색 △대상 선정 및 인수의향서 제출 △재무실사 및 가치평가 △협상 및 주식매매계약 체결 △은행 증가&비은행 자회사인수 △지주전환 정부 협의 △금융지주 설립방안 마련 △금융지주 설립 추진 등 8단계로 세분화해 계획됐다.
하지만 당초 로드맵에서 계획했던 지난해 상반기 내 1차 M&A 완료는 이미 틀어졌다. M&A 및 금융지주사 설립 계획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뚜렷한 M&A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면서 Sh금융지주 추진 계획이 답보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수협은행 측은 이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처음부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수협은행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근 금융사의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자 부실이 우려되는 회사를 걸러내는 '옥석 가리기' 작업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웰컴부터 유진자산운용까지…활발한 비은행 자회사 인수 작업 실제로 수협은행의 물밑 M&A 작업은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비은행 자회사 M&A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자문사 삼일PwC와 매물 후보에 대한 실사·검토 등 M&A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수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M&A는 캐피탈사·자산운용사로 현재 적절한 매물을 물색하는 중이다.
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던 후보군은 웰컴캐피탈과 웰컴자산운용이다. 수협은행이 웰컴크레디라인 보유 웰컴캐피탈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웰컴캐피탈은 물론 100% 자회사 웰컴자산운용까지 사들이는 구조가 검토됐다.
웰컴계열 금융사 인수가 거론된 이유는 수협이 거둘 시너지 때문이다. 웰컴캐피탈로 기업영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웰컴자산운용사를 통해 자산운용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현재 수협은 주식, 부동산 등을 외부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수수료를 내고 있다.
수협은행은 비은행 자회사 인수가 수협 미래를 바꾸는 중대사안인 점을 고려해 웰컴계열 금융사뿐 아니라 다른 가능성도 모두 열어두고 매물을 살피고 있다. 웰컴계열 외에 시장에서 수협은행의 인수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는 매물은 유진자산운용이다.
유진자산운용의 AUM은 2월 초 기준 8조원 안팎이다. 수협 자산규모를 고려했을 때 AUM이 1조원 이하인 웰컴자산운용보다 적합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PBR 1.0~1.5배 수준에서 거래될 경우 인수액은 300억~400억원대로 책정된다. 다만 양사는 M&A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