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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로 보는 통신 삼국지

5G 전환 이끈 KT, 점유율 방어 잘한 LGU+

②SKT 핸드셋 M/S 40%대 수성, 정부 요금제 인하 등 전방위 압박에 밸류 '뚝'

이장준 기자  2023-04-25 08:13:17

편집자주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통신시장은 같은 고객을 놓고 벌이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에 통신 3사는 안정적인 본업의 현금창출능력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도전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해 왔다. 산하에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계열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통신 3사 계열사의 지난해 재무 및 사업 성과를 평가하고 추후 성장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알뜰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M/S)을 달성하면서 견고한 통신 3사 아성을 흔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업계 1위 SK텔레콤은 여전히 40%가 웃도는 시장 지배력을 보여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장기 고객을 위한 탄탄한 혜택을 제공해 가장 성공적으로 M/S 하락을 방어했다. KT는 신규 고객을 5G 고액 요금제로 유도해 가장 높은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을 끌어냈다.

그런데 이들의 기업가치는 회사의 노력이 무색하게 모두 펀더멘털에 한참 못 미치는 양상이다.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 허용, 5G 중간요금제 확대 압박 등 정부의 정책이 통신사의 수익성을 떨어트리는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선통신 고객 잘 지킨 LGU+, 돈 쓰는 고객 끌어들인 KT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무선통신 핸드셋 가입자(통신사 내부용 제외) 기준으로 알뜰폰의 M/S는 13.1%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1%에서 12개월 만에 2.1%포인트 상승했다.

사실 국내 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알뜰폰의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는 건 통신 3사의 고객을 빼앗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1년 새 SK텔레콤의 핸드셋 M/S는 42.9%에서 1%포인트 하락한 41.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T의 M/S는 0.8%포인트 떨어진 24.8%를, LG유플러스는 0.2%포인트 하락한 20.2%를 기록했다.

물론 알뜰폰 시장 자체가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SK텔레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충성 고객에 힘입어 40% 이상의 M/S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한국산업 고객만족도 조사(KCSI)에서 25년 연속 1위, 국가고객만족도(NCSI) 25년 연속 1위,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23년 연속 1위 등 국내 고객만족도 3대 조사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다만 M/S 방어 측면에서는 LG유플러스가 가장 뛰어났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가족·지인 간 결합상품인 'U+투게더'도 인기가 많고 장기 고객을 위한 혜택을 많이 부여한 게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장기간 자사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찐팬'을 키우기 위한 노력에 힘써왔다. 작년 7월에는 해지 고객 찾아가 불편사항을 직접 듣고 소통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2021년 말 1.4%였던 이동통신(MNO) 해지율은 지난해 말 1.03%로 떨어졌다.

*출처=각 사 IR 자료

'알짜 고객'을 잡은 건 KT였다. 통신 3사 가운데 5G 보급률이 가장 높았다. 작년 말 기준 KT MNO 고객 가운데 62%는 5G 요금제를 가입해 이용했다. SK텔레콤(58%), LG유플러스(53.5%)와 비교해 높은 편이다.

이는 자연스레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개선으로 이어졌다. 2021년 말 KT의 ARPU는 3만1825원이었다. 당시에도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높았는데 작년 말에는 3만3542원으로 올랐다. 다른 통신사들의 ARPU가 같은 기간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KT 관계자는 "신규 가입자의 대부분이 고액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어 ARPU가 높아진 것"이라며 "마케팅을 잘해 프리미엄 가입자 유치 유도가 잘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ARPU는 2021년 말 3만740원에서 1년 새 3만495원으로 떨어졌다. LG유플러스의 ARPU는 같은 기간 3만323원에서 2만9091원으로 하락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5G 보급률은 높였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로 고객이 몰렸음을 시사한다.

*출처=각 사 IR 자료

◇규제 리스크에 힘 못 쓰는 통신주

안정적인 통신 사업을 바탕으로 지난해 3사는 모두 호실적을 냈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연초 5만7200원이었던 SK텔레콤 주가는 1년 새 17.1% 떨어져 4만7400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의 주가는 1만3650원에서 1만1050원으로 19%의 낙폭을 보였다.

지난해 연초 대비 연말 주가가 오른 곳은 KT가 유일했다. 3만350원에서 3만3800원으로 11.4% 올랐다. 하지만 이 역시 한때 4만원에 육박했으나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을 앞세워 지배구조에 개입하면서 급락한 결과물이다. 올 들어서는 낙폭이 더 커졌다.

24일 종가 기준 SK텔레콤의 주가는 4만7700원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2배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의 주가 역시 1만1020원으로 PBR은 0.58배 수준에 머물렀고 KT의 주가는 2만9900원으로 PBR이 0.46배에 그쳤다. 이들 3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이 넘었는데 기업가치는 순자산 규모만 못하다는 의미다.

*출처=네이버금융

통신주가 지지부진한 데는 정부의 규제 리스크 탓이 가장 크다. 통신 본업 자체의 성장성은 떨어지지만 이를 기반으로 하는 신사업에서 각 사는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컴퍼니'로 전환을 선언하고 지난해 5월 세계 최초 한국어 거대 언어모델을 B2C에 상용화한 AI 서비스 '에이닷(A.)'을 출시, 9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AI 수혜주로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목받는 동안 SK텔레콤은 소외됐다.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 변신을 꾀해 미디어 부문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히트작을 내놓고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배구조가 무너지며 동력이 크게 약화했고 초거대 언어모델 기반 서비스 출시도 지연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 3.0' 비전을 내세워 플랫폼 서비스에 힘을 싣고 있다. AI 승부예측 플랫폼 '스포키'는 누적 이용고객 1000만명을 넘어섰고 반려견 훈련 서비스 플랫폼 '포동'에도 출시 4개월 만에 10만마리 넘는 반려견이 등록됐다. 그러나 현재 기업가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진흥책 없이 오직 통신비 인하에만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의 부수업무로 영위할 수 있도록 한 규제 개선을 정식 승인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권의 통신 시장 진입을 허용하면서 기존 사업자들이 내놓지 못하는 수준의 요금 정책을 유도하고 있다.

제4 이동통신사를 유치하겠다는 구상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정부가 압박해 최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5G 중간요금제를 다양화해 출시했는데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추가로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도록 부추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 약화 등을 우려해 이들 3사를 저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금융 및 통신 사업자들을 '이익 카르텔'로 규정하고 '메기'를 풀어 경쟁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으로만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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