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인사(人事) 정책이 있다. 상장 준비에 적합한 인물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앉히는 것이다. 내부에서 찾지 못하면 외부에서 발품을 팔아 데려오기도 한다.
전과 달리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을 상대해야 하고 상장 주관사를 선정해 이들과 수시로 소통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보다 재무제표와 내부회계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최고경영자(CEO) 혼자서 하기에는 방대하고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이다. 상장 성패는 CFO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셈이다.
리디는 올해 2월 CFO 자리에 최기석 재무전략실장을 앉혔다. 최 실장은 2020년 10월부터 약 2년 4개월간 재무전략실장으로서 실적 관리와 재무 분석, 인수합병(M&A) 검토 및 실행 등의 업무를 맡았다. 회사 관계자는 "최 실장을 승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최 CFO가 스스로 밝힌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재무 총괄이고 다른 하나는 IPO 준비다. 재무 총괄은 재무전략실장으로 2년 넘게 근무한 최 CFO에겐 익숙한 업무다. 단 IPO 준비는 상대적으로 낯선 업무다. 상장사를 경험한 적 있지만 상장을 준비해본 경험은 없다. 리디에도, 최 CFO에게도 도전적인 상황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 CFO는 2009년 공인회계사를 취득했다. 이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3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KMPG에서 인수합병 관련 일을 두루 맡았다. 인수합병 재무 자문과 실사, 심사 등의 일을 했다.
2014년부터는 GS그룹 지주사인 ㈜GS에서 연결회계와 세무, 자회사 관리 등의 일을 했다. 2019년에 비상장 패션 B2B플랫폼인 '딜리셔스' 재무총괄로 자리를 옮겨 결산과 실적 관리를 포함한 재무 업무 전반을 책임졌다. 비상장사 경험은 이때가 최초였다. 1년여 근무했지만 여전히 딜리셔스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승진과 함께 상장 준비에 돌입한 최 CFO가 마주한 상환은 일단 우호적이다. 지난해 상환전환우선주와 전환우선주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자본 확충이 이뤄졌고 1200억원의 새로운 전환우선주 발행에도 성공하면서 자금 조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보수적으로 추산했을 때 당분간은 리디에 유동성 압박도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유동비율은 113%다. 1년간 갚아야 할 부채보다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조금 더 많다는 뜻이다. 자본총계도 908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연간 수백억원의 손실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도 만들었다.
단 반대로 해석하면 적어도 내년에는 상장 절차에 진입해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3년간 완전 자본잠식과 같은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회사도 CFO로 승진 발탁하며 힘을 실어준 만큼 1년이라는 시간표를 두고 상장 준비에 몰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코스피와 코스닥 중에 어느 곳에 상장할지는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상장 준비가 회자됐을 당시인 2019년만 하더라도 코스닥이 점쳐졌으나 이후 미국 나스닥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발행한 전환우선주에도 코스피와 코스닥 두 시장이 함께 명시돼 있다.
리디의 주주이기도 한 투자사의 관계자는 "리디의 목표는 상장"이라며 "이를 위해선 전문가가 기본적으로 가이드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이사회 일원도 바꾸고 (CFO 승진 발탁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상장 준비에 들어가면 내년 정도에는 상장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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