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지난해 3월 말 리디는 10년 넘게 사명으로 쓰인 '리디북스'에서 '북스'라는 단어를 뗐다. 점유율 1위인 전자책 시장에서 웹소설과 웹툰 등으로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는 점을 사명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회사의 정체성 변화를 대내외에 알린다는 점에서 사명 변경은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새로운 업무도 추가된다. 리디북스가 리디로 바뀌었다는 점과 그 이유를 대중에게 계속해서 알려야 하고, 온·오프라인 영역에서 리디북스로 쓰여진 것을 리디로 바꿔야 한다. 차후 상장 때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은 모두 광고와 홍보의 영역이고 적지 않은 지출이 발생하는 일이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도 할 수는 있지만 자금이 넉넉하면 사명 변경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마침 싱가포르투자청(GIC)과 KDB산업은행,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과 1200억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가 약속된 상황이었다. 사명을 바꾼다고 발표하기 꼬박 한 달 전에 투자 유치 계약을 맺었다. 광고·홍보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 여력을 만들어둔 셈이었다.
실제 지난해 리디가 광고선전비에 지출한 자금은 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68%(124억원) 증가한 규모였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급수수료(서버 이용료 등)와 급여, 상각비, 복리후생비, 임차료 등 17개의 영업비용 항목 가운데 세 번째로 증가율이 컸다.
비용 증가율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판매촉진비와 무형자산상각비였다. 단 판매촉진비는 규모 면에서 광고선전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다. 1000만원도 되지 않는다. 또한 무형자산상각비는 실제로는 현금이 유출되지 않는 회계상 비용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리디의 영업비용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사실상 광고선전비였던 셈이다.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급여(299억원) 규모를 앞지르기도 했다.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광고선전비는 12.0%로 인건비(11.6%)보다 높았다. 개발자를 다수 채용하는 플랫폼 기업 특성상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인건비의 비중이 높고 규모도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리디의 경영 우선순위 중 하나는 단연 광고홍보였던 셈이다.
리디는 307억원에 달하는 광고선전비를 자사의 가장 인기 있는 웹툰 콘텐츠인 '상수리나무 아래'를 활용한 대중 마케팅 활동에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광고를 진행한 데 이어 국내에선 버스나 코엑스에서 전시를 했다. 배우 구교환 씨를 모델로 한 SNS 광고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리디는 기존 고객들이 지속해서 리디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그로스 마케팅' 활동에 집중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다른 플랫폼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리디를 알리기 위해선 대중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콘텐츠 '진성 유저'를 확대하기 위해서도 이런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케팅 활동의 대상 범위를 대중으로 넓힌 지 약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건 시기상조로 판단된다. 리디는 지난해 영업수익으로 221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영업수익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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