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산하에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자회사들이 많다. SK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담당 계열사 SK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분리막 사업을 맡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정유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에너지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한창 투자가 진행 중인 SK온이나 SKIET는 현재로서는 배당금 지급 여력이 없다. 자회사로서 SK이노베이션 별도 재무상황에 대한 기여도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정유업 시장상황이 좋았던 2017년에는 1조4000억원의 현금을 SK이노베이션에게 밀어줬던 SK에너지는 2020년부터 배당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에 '효자' 노릇을 하는 계열사로는 단연 SK엔무브가 꼽힌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굵직한 자회사 중 배당을 집행한 것도 SK엔무브뿐이었다. SK엔무브가 책정한 총배당금은 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의 83.4%인 6170억원이다. 지분 60%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은 이중 3702억원을 수령했을 것으로 계산된다.
◇신규 임원 배기락 담당, SK엔무브 등기임원 선임SK엔무브는 올들어 경영진 구성에 변화를 줬다. 직전까지 SK네트웍스 대표이사로 있었던 박상규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맞이했다. 이와 더불어 최고재무책임자(CFO) 이름에도 변동이 있었다. SK엔무브의 CFO로는 SK이노베이션에서 재무3담당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배기락 담당이 선임됐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의 포트폴리오 관리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SK그룹의 중간 지주사다. 재무담당 임원들은 자회사에서 임원 직책을 겸직하며 자회사의 재무상황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계열사 별로 소관부서를 재무1담당, 재무2담당, 재무3담당으로 나눠놨는데 이중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 재무3담당 산하에서 맡고 있다.
배 담당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승진, 올해 SK이노베이션 재무3담당 직무대행으로 첫 임기를 보내고 있다. SK엔무브의 등기임원 직책도 겸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재무실을 계열사별로 1실, 2실, 3실로 나눠 운영한 것은 지난 2015년부터다. 그간 SK이노베이션 재무3담당을 거친 인물들이 많지는 않다. 이중 지난 2016년부터 재무3실장을 맡았던 최준성 전 전무의 경우 재무1실을 거쳐 국내 정유 4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주주로 있는 석유 물류 기업 대한송유관공사의 CEO를 지낸 바 있다.
◇2년 연속 호실적, 운전자본 관리 '집중'지난 2021년부터 호조를 보이기 시작한 윤활유 사업에 SK엔무브의 실적도 강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에 따른 판매가 상승과 공급 부족에 따른 마진 확대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에 SK엔무브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년 연속 1조원을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레버리지 지표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124.5%였던 SK엔무브의 연결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36.1%로 늘어났다. 이중 총차입금이 1년새 약 5000억원 증가하며 차입금의존도도 28.8%에서 33.7%로 올랐다.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레버리지 지표가 확대된 주요 원인은 운전자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SK엔무브의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운전자본투자가 6736억원으로 전년 3601억원 대비 87% 늘었다. 지난해 원재료와 제품가격이 인상되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늘어난 탓이다. 실질적인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항목들이므로 운전자본의 증가는 현금흐름에는 악영향을 준다.
여기에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책정하고 있는 점도 재무건전성 확보에 있어 어려움이 될 수 있다. SK엔무브의 2020~2022년 연결 배당성향 평균치는 107.1%로 나타났다. SK엔무브는 매년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과 40%의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퀴티(PE)의 특수목적법인 에코솔루션홀딩스에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을 살펴보면 배 담당은 올해 운전자본 관리로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재무부담이 완화되면 대주주들에게 일정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해도 견조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올해 중 1000억원을 넘어서는 자본적지출(CAPEX)이 예정돼있는 상태이기는 하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등락이 없지는 않지만 지난해에 비해 유가 변동폭이 좁아진 상황이라 운전자본부담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익이 꾸준히 나고 있는 만큼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