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캐시플로 모니터

SK엔무브 윤활 호조, 현금창출력 확대로 사업전환 속도

경쟁사 위축에 윤활 1위 굳건, EBITDA 1조 전망…열관리 시장 진출 가시화

김동현 기자  2023-03-07 16:03:16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는 글로벌 윤활기유 1위 사업자라는 위치에도 SK그룹이 추진 중인 파이낸셜스토리 수립을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기유(Base Oil)와 기유를 활용해 만든 윤활유(Lubricant)라는 단일 품목으로 사업모델 혁신을 추진하기에는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기차·데이터센터 등 윤활유·기유 공급 대상이 확대되며 SK엔무브도 사업모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윤활기유 시설 증설 움직임이 잠잠해지며 SK엔무브의 글로벌 시장지배력도 굳건해지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에 따른 현금창출력 역시 되살아나며 재무 건전성과 사업전환의 기반을 모두 마련했다.

◇업황 악화에도 빛난 윤활 흑자

SK엔무브의 사업 호조세는 윤활기유 품목뿐 아니라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과 비교해도 독보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크게 △석유 △화학 △윤활유 △석유개발(E&P) △배터리 △소재 등으로 나뉘는 SK이노베이션 사업 가운데 지난해 분기별로 꾸준히 흑자를 유지한 사업군은 윤활유와 E&P뿐이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과 전방 산업 위축, 경유 공급 차질 등 복합적 원인으로 석유화학 업황 자체가 불황에 빠지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는 증설 전략을 수정했다. 고품질 윤활기유 글로벌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K엔무브는 경쟁업체의 증설 위축으로 점유율을 공고히 하며 꾸준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는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 지표로 활용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2020년 연간 4000억~5000억원대 수준의 EBITDA 기록하던 SK엔무브는 2021년 말 1조1152억원의 EBITDA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9213억원의 EBITDA를 기록해 연간으로도 EBITDA 1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설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타이트한 윤활기유 수급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며 SK엔무브의 수익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이는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말 SK엔무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엔무브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5601억원으로 2021년 3분기(7588억원) 대비 26% 줄었다. 다만 2021년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EBITDA 1조원을 넘어섰던 시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과거 코로나19 이전(OCF 3000억원대)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배당에도 사업전환 여력 확보

SK엔무브에 재무부담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배당이다. 2021년 지분 40%를 IMM PE에 매각하며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지분 60%)과 에코솔루션홀딩스(지분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 지분 40%)를 주주로 두고 있다.

매년 수천억원대의 배당을 진행하던 SK엔무브는 IMM PE를 주주로 맞은 해에 64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진행했다. 지난해 역시 과거와 유사한 규모의 배당이 예상되지만 안정적인 현금 창출능력으로 당장의 재무구조 악화까진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엔무부의 부채비율은 136.8%, 차입금의존도는 28.9%로 나타났다. 2019년까지 두자릿수대에 머물던 SK엔무브의 부채비율은 2020년 112%로 올라서며 세자릿수대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차입금의존도는 2020년 40.8%를 정점으로 내려가는 추세다.

재무부담 요소가 완화되며 신사업 투자 여력도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SK엔무브는 지난해 미국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기업 GRC에 2500만달러(약 324억원)를 투입하며 유체(Fluids)를 활용한 열관리 시장 진입을 알렸다.

현재 GRC의 열관리 유체 인증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향후 GRC의 데이터센터 고객사에 열관리 유체를 공급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영국 정유사 쉘, 일본 윤활유 회사 이네오스, 영국 윤활유 회사 캐스트롤 등이 참여 중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