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지속과 경기침체 우려. 2023년 우리 기업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소를 넘어 중견사들까지 유동성 관리에 불이 떨어졌다. 저금리 시기 빌린 수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투자자들은 외면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THE CFO는 주요 중견사들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대응 전략을 취재한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부쩍 차입부담이 과중해진 곳이다. 제품원가가 치솟아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는 수천억원 단위로 집행한 탓이다. 곳간이 비니 외부에서 현금을 마련해야 했다.
그 결과 올해 만기 대응해야 할 채무가 8000억원대다. 넥센타이어 이사진은 자본시장이 경색되자 대표이사에게 조달 전권을 맡기는 수를 냈다. 이사회를 생략하고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옳은 선택이었다. 넥센타이어는 정책자금을 노렸고 최근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발행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배정받는 성과를 냈다.
◇잉여현금흐름 -3000억…실적 악화에 대형투자 결과
최근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5974억원, 영업손실 5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2조794억원)에 비해 24.9% 늘었으나 영업이익(44억원)은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46억원에서 마이너스(-) 275억원으로 돌아섰다.
넥센타이어는 타이어시장 국내 3위, 글로벌 20위권 기업이다. 해외 수출로 60% 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이에 환율 영향을 받는데 지난해는 달러 강세와 판가인상 효과로 매출이 평시보다 높아졌다.
반면 높은 수출의존도는 수익성은 악화시켰다. 국내 생산기지인 창녕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배를 통해 수출하는데 작년 선복부족과 항만정체 등으로 해상운임비가 급등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여파로 원재료(고무)가격이 높아지는 악재가 겹쳤다.
현금흐름은 악화 폭이 더 크다. 지난해 3분기누적으로만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821억원이다. 전년 동기엔 1493억원이었다. NCF는 EBITDA(상각전영업이익)에서 이자와 법인세, 운전자본투자 등을 제한 수치다. 영업활동을 하며 벌고 쓰면서 최종적으로 남긴 현금을 의미한다. 영업활동을 하며 오히려 지출(821억원)이 생겼는데 운전자본이 늘어난 여파다.
그런데 영업 외적으로도 큰 지출이 있었다. 넥센타이어는 수출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체코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체코공장은 1단계 신축(2017~2018년)은 완료했고 2단계(2019~2023년)를 진행하고 있다. 1~2단계에 대한 총 투자비는 1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집행한 설비투자비(CAPEX)는 2011억원이었다.
이탓에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 FCF)은 지난해 3분기누적으로 -2940억원이었다. FCF는 NCF에서 자본적지출과 배당금을 제한 수치다. FCF가 마이너스란 이야기는 영업과 투자, 배당에 필요한 현금을 다른 곳에서 끌어왔다는 의미다. 넥센타이어는 차입을 통해 충당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총차입금은 1조6353억원이다. 전년 말(1조3791억원)에 비해 2562억원 늘었다.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같은 기간 8922억원에서 1조3930억원으로 5008억원 증가했다.
특히 차입구조가 단기화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단기성차입금은 8369억원으로 전체의 51.2%를 차지한다. 2021년 말 단기성차입금(4920억원) 비중인 35.7%와 비교하면 15.5%포인트 높아졌다. 고금리 시기인 올해 만기대응해야 할 채권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넥센타이어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모으긴 쉽지 않았다. 2022년 1월 당시 신용등급(A+)에 부정적 아웃룩이 붙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강등 액션을 취하기 전에 발행사와 시장에 알리는 신호다. 강등이 현실화하면 채권가격이 떨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엔 레고랜드 사태로 자본시장이 경색되면서 AA급 이상 우량채도 발행이 쉽지 않았다. 넥센타이어는 같은 해 12월 신용등급이 A0(안정적)로 강등되면서 채권가격 변동성은 사라졌다.
◇레고랜드 사태 주시 '대표 위임'…3년물 700억 저리로 조달
넥센타이어 입장에선 올해 사채 발행을 통해 금리절감과 만기구조 장기화를 도모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었다. 마침 등급하락으로 채권가격 변동성도 사라졌다. 시장 변화를 주시하며 기회를 찾아내야 했다.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이사회는 이사회 결의 사항인 사채 발행 안건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의사결정을 간소화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당시는 SK텔레콤(AAA)이 회사채 발행에 성공해 투심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던 때다.
그리고 올들어 회사채 시장은 AA급 위주로 발행이 재개됐다. 다만 A급은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A+급 위주로만 소화됐다. 넥센타이어는 공모채 대신 가능성이 높은 P-CBO로 선회했다. 올 2월 27일 3년물로 700억원 어치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정책자금 성격인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본래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데 올 초엔 자금이 급한 중견·대기업까지 이용했다.
다만 P-CBO 운용규모는 코로나 시기엔(2020~2022년) 운용규모가 11조9000억원이었지만 올해부턴(2023~2024년) 5조원으로 줄었다. 한도가 줄어든 상황에서 넥센타이어가 기회를 잘 잡은 셈이다.
특히 넥센타이어 발행액(700억원)은 같은 프로그램에 신청한 발행사 가운데 가장 크다. 태영건설과 효성화학은 각 300억원, 롯데컬처웍스와 신세계건설, KCC건설, 코스맥스 등은 각 200억원이다. 부동산PF 문제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건설사들보다 많이 배정 받아냈다.
넥센타이어는 발행금리도 4.525%로 가장 낮다. 나머지 발행사들은 코스맥스(4.725%)를 제외하면 모두 5%대다. A0급 3년물 공모채 평균금리가 지난달 27일 기준 5.314% 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리절감이다.
다만 넥센타이어는 여전히 만기 채무가 상당해 올 남은 기간에도 지속 차환해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올 10월 만기를 맞는 1500억원 규모 54회 공모채 대응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채 발행을 위임받은 대표이사는 3인이다. 창업주인 강병중 회장과 2세 강호찬 부회장, 전문경영인 이현종 사장 등이다. 조달 실무는 최고채무책임자(CFO) 역할을 하고 있는 구본형 경영관리BS장(상무)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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