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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발행사 유동성

해태제과, 450억 만기 임박…대응법은

①공모채 움직임 없어…P-CBO가 최선책, 금리와 만기 '두 마리 토끼'

이경주 기자  2023-03-20 17:25:18

편집자주

고금리 지속과 경기침체 우려. 2023년 우리 기업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소를 넘어 중견사들까지 유동성 관리에 불이 떨어졌다. 저금리 시기 빌린 수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투자자들은 외면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THE CFO는 주요 중견사들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대응 전략을 취재한다.
해태제과식품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실적과 재무에 대한 방향성이 악화됐다. 이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들에 대한 차환 난이도가 높아졌다.

당장 내달 45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같은 공모채로의 차환은 선택지에서 제외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나마 금리가 저렴한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가 최선의 해법이다. 사모채나 금융기관 대출은 비용부담이 더 크다.

◇4월 10일 회사채 만기, IB "움직임 없어“

해태제과식품은 이달 20일 기준 회사채 발행잔액이 1570억원이다. 이중 오는 4월 10일 450억원 만기가 돌아온다. 2018년 4월에 5년물로 발행한 14-2회차 공모회사채다. 발행금리는 3.444%였다.




만기가 보름여로 다가왔지만 공모채를 통한 차환 움직임은 현재까지 없다. 수요예측 일정을 감안하면 현재 시점에선 주관사를 선정해 증권신고서 작성 등을 준비했어야 한다.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현재 공모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과 재무에 대한 방향성이 좋지 않은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투심을 모으기 쉽지 않다. 올 들어 경기침체 우려로 A급 구간에선 투자자들이 옥석가리기를 하고 있다. 해태제과식품 회사채 신용등급은 A0 안정적이다.

해태제과식품은 곡물가격에 수익성이 좌우되는 건과류가 주력이다. 또 매출 9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내수사업자다. 그런데 출산율 감소로 해태제과식품과 같은 내수사업자들은 매출이 수년전부터 감소추세이고 2021년부턴 곡물가격 상승으로 수익성도 악화했다.

해태제과식품은 2018년엔 매출이 7253억원이었지만 2021년엔 아이스크림 사업 매각 영향까지 겹쳐 5677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20년엔 338억원이었지만 2021년 26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4359억원)은 전년 동기(4163억원)보다 4.7%늘었지만 영업이익(144억원)은 전년 동기(183억원) 대비 21.2% 감소했다.




현금흐름은 지난해 특히 악화했다. 실적악화에 신규 아산공장 건립을 위한 비용지출이 겹친탓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같은 기간 설비투자(CAPEX)로 455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 FCF)은 마이너스(-) 501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해태제과식품은 부족한 현금을 차입을 통해 충당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총차입금은 2584억원으로 전년 말(2103억원) 대비 481억원 늘었다. 이에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52.1%에서 지난해 3분기말 165.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도 32.1%에서 37.6%로 높아졌다.

◇P-CBO가 최선책…3월엔 중소기업 배정 확대

해태제과식품은 현금이 충분치 않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87억원에 그친다. 현금흐름이 이후로 급격히 개선되지 않았다면 대체 조달을 성사시켜야 회사채 만기에 대응할 수 있다.

더불어 차입구조 단기화가 수년 새 심화됐다. 2018년만해도 단기성차입금 비중이 전체 총차입금의 36%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론 55%로 높아졌다. 절반 이상이 1년 내에 만기가 돌아온다.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악재가 발생하면 유동성 리스크에 취약할 수 있다.




이에 최우선 차선책은 P-CBO다. 금리와 차입 장기화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올 2월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 발행한 A급 기업들의 P-CBO 만기는 3년이었다. 더불어 금리도 5% 내외였다. 이달 20일 기준 A0 3년물 공모채 평균금리가 5.046%인 것과 비교해 비슷하다. 해태제과식품과 신용등급이 같은 넥센타이어(A0, 안정적)의 경우 4.525%로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P-CBO는 발행한도가 정해져 있는 정책자금이라 발행사가 원하는 데로 찍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신용보증기금이 밝힌 운용규모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5조원이다. 대기업은 최대한도가 1500억원, 중견은 1050억원, 중소기업은 250억원이다. 매월 20일 전후로 신청을 받아 자체 심사를 거쳐 자금을 배정한다.

특히 시장상황에 따라 업종, 기업규모별로 배정을 달리할 수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올 2월엔 2850억원 규모 P-CBO를 발행했는데 부동산PF 문제가 불거졌을 때라 건설사와 여전사 비중을 50% 이상으로 책정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달엔 중소기업 비중을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해당 업종 등 경쟁이 치열한 구도에 있으면 한도만큼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수시로 신용보증기금 움직임을 캐치해 경쟁이 덜한 시기에 신청을 해야 물량 배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태제과식품은 이달 P-CBO를 신청했는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이달 신용보증기금 P-CBO 발행 예정일은 28일이고 신청마감일은 같은 달 17일까지다.

해태제과식품 관계자는 “(450억원 회사채 만기에 대한) 대응은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가 없어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사모채를 발행할 경우 A0급은 3년물 기준 금리가 5.5% 이상으로 높아진다. 금융기관 대출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해태제과식품은 이미 장단기차입금에 대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463억원 상당의 유형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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