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제약이 오너 경영을 강화한다. 오너 2세 두명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고 추후 공동 대표이사로 올릴 생각이다. 이번에 새롭게 꾸린 이사회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 겸 작년 최대주주로 등극한 하나제약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삼진제약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공동창업자인 최승주·조의환 회장의 자녀인 최지현 부사장과 조규석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나아가 사업보고서 기재상 이들을 조만간 대표이사로 선임할 뜻도 내비쳤다.
◇공동대표이사 트랙…경영·영업마케팅으로 분야 구별
삼진제약은 최근 발표한 사업보고서내 등기임원 선임 계획에 최지현 부사장과 조규석 부사장을 '대표이사 부사장'이라고 기재했다. 주주총회 후 대표이사 교체 공시는 없었다. 현 최용주 대표 임기도 2025년까지 남아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수정할 예정"이라며 "아직 두 사람이 대표이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수로 오기한 것이라 해도 삼진제약 측의 승계가 머지않았음이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부친세대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초 만기다. 이에 맞춰 자식들이 대표직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삼진제약은 창업주인 최승주·조의환 회장들이 2021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현 최용주 대표는 삼진제약 부사장을 거쳐 2019년 공동대표에 선임된 인물이다. 최·조 회장들과 함께 경영하다 2022년부터 단일대표로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오너 2세인 조 부사장과 최 부사장의 역할은 경영과 영업·마케팅으로 분리하어 있다. 회계를 전공한 조 부사장이 경영을 맡고 건축을 전공한 최 부사장이 영업 및 마케팅을 맡는 2인3각이다. 국내제약사의 주요 사업활동이 영업과 마케팅임을 감안할 때 어느 한쪽에 비중이 쏠리지 않는 중요한 역할이다.
공동대표가 되더라도 이 같은 역할 분담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보수한도 상향…지분 증여 위한 자금 마련 가능
삼진제약은 조 부사장과 최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맞이해 이사회 정원인 8명을 꽉 채웠다. 정관상 이사의 수는 3인 이상 8인 이내로 하고 있다.
이번 신규선임을 통해 사내이사는 3명에서 5명으로 불어난 반면 사외이사 수는 그대로3명을 유지했다. 사외이사 비율이 기존 50%에서 37.5%로 낮아졌다. 상법상 상장법인의 의무인 25% 비율은 지켜 문제는 없는 수준이다.
늘어난 이사 수를 감안해 이사보수한도는 기존 33억원에서 40억원으로 상향했다.
삼진제약 이사회는 작년 63억원 가량의 이사보수를 지급했는데 이는 주주총회에서 정했던 33억원 한도를 초과한 액수였다. 장홍순 전 대표의 퇴직금 때문이다.
장 전 대표는 현 최용주 대표와 공동대표로 회사를 이끌다 임기가 만료되어 작년 3월 퇴직했다. 퇴직금으로 34억원 가량을 수령했는데 이는 상법 제88조에 의거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사보수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외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은 각각 11억원, 최용주 대표는 5억원 가량의 보수를 받았다. 장 전 대표 퇴직금을 제하고 작년 총 28억원이 이사의 보수로 지급됐다.
최지현 부사장과 조규석 부사장이 비슷한 수준의 이사보수를 수령할 경우 이들은 부친들로부터 지분 증여를 받기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 우호지분 합하면 하나제약의 두배
삼진제약은 작년 10월 뜻하지 않게 하나제약을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하나제약 측이 꾸준한 장내매입을 통해 삼진제약 최대 지분을 확보하면서다.
작년말 기준 하나제약이 가진 삼진제약 지분은 단일기준 6.71%였다. 조의환 삼진제약 회장 지분 6.04%를 소폭 웃돌았다. 특수관계인인 조예림·조혜림·조동훈의 지분까지 합하면 하나제약 측이 가진 삼진제약 지분은 13.09%에 달한다.
하나제약은 삼진제약 지분 확보에 대해서 아직까지 '단순투자'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대주주의 지위를 이용해 주주총회에 영향력을 끼치려 하지도 않았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하나제약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신규선임 건에 대해 어떠한 의사표현도 없었다"며 "하나제약 측 인사를 이사회에 넣으려는 시도 또한 없었다"고 말했다.
삼진제약도 특수관계인과 우호지분을 모두 합하면 당장 경영을 침범당할 상황은 아니다. 조의환 회장측과 최승주 회장측을 모두 합하면 18.52% 지분율이 된다. 우호주주인 아리바이오까지 합하면 26.52%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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