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제약 분기보고서에 생소한 계정이 등장했다. 바로 ‘건설중인 무형자산’이다. 대개 건설중인 자산 계정은 건설이나 제조업종에서 건축물이나 상품 등 유형자산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개발비를 자산화했을 때 사용한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아리바이오와 체결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 기술도입 계약에 대한 계약금을 국내 임상 3상 진입 이후 자본화했다. 이때 사용한 계정이 ‘건설중인 무형자산’이다.많은 제약사들이 단순 무형자산 처리화를 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건설중인 무형자산’ 계상, 10년 만에 처음 등장하는 계정 AR1001 기술도입 계약의 총 계약 규모는 1000억원이다. 삼진제약은 아리바이오에 계약금으로 100억원을 지급했다. 당시 삼진제약은 100억원에 대해서 ‘선급금’으로 처리했다.
같은 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 3상을 승인받으면서 AR1001은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회계 상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삼진제약은 2023년 4분기 계약금 100억원을 선급금에서 무형자산 계정으로 대체했다. 2018년 금융당국이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신약의 경우 임상 3상 개시 승인부터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삼진제약이 단순 무형자산이 아닌 ‘건설중인 무형자산’ 계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최근 삼진제약의 10년간 사업보고서 중 처음으로 등장한 계정이다. 피어그룹인 대원제약과 유나이티드제약을 비롯한 중견 제약사들이 연구 중인 파이프라인의 개발비 등을 무형자산 계정에 상계한 것과도 다른 모습이다.
‘건설중인 무형자산’이라는 계정은 제약바이오 업종 뿐 아니라 모든 산업군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계정은 아니다. 보통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 실제로 건축물 등 유형자산을 만들 때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표현하기 위해 ‘건설중인 자산’이라는 계정을 사용한다.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자산이기 때문에 상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상각은 실제 완성 시점과는 무관하게 경영진이 의도하는 방식으로 자산의 사용 가능 시점을 기점으로 진행한다. ‘건설중인’을 붙이지 않아도 회계 상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첫 상용화 근접 파이프라인, 기대감과 신중함 드러난 회계 처리 삼진제약 관계자는 “임상 3상에 진입하면서 상용화 단계에 근접해 자산화를 진행한 것”이라며 “다만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건설중인 무형자산 계정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R1001은 삼진제약이 지금까지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중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파이프라인이다. 공동 개발이긴 하지만 AR1001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삼진제약의 첫 신약이 될 전망이다.
특히 AR1001은 미충족수요가 큰 알츠하이머 타깃 신약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다. 국내 임상뿐만 아니라 글로벌 임상도 동시 진행 중이기 때문에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AR1001은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11개국에서 임상 3상을 진입하거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AR1001에 대한 기대감은 삼진제약과 아리바이오의 끈끈한 파트너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양사는 2022년 난치성 질환 치료제 분야 R&D의 전략적 협력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R1001 이외에도 아리바이오가 미국 콜롬비아대학교로부터 도입한 복합기전 치매치료제 ‘AR1002’, 경도인지장애 타깃 천연물질 ‘AR1004’ 개발도 함께 한다.
자사주 스왑도 체결했다. 삼진제약이 아리바이오 지분 5.47%, 아리바이오가 삼진제약 지분 8%를 확보했다. 삼진제약이 오픈이노베이션 목적으로 타 법인 지분을 확보한 첫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삼진제약은 신약 개발 경험이 없기 때문에 AR1001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관련 회계 처리에 있어 신중함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0억원 안팎인데 비해 계약금이 100억원에 달해 상각 등 비용 처리 부분에 있어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