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경영 복귀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서 회장 복귀 소식이 전해진 이후 셀트리온 주가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시장 참여자들과 시각차가 드러난다. 셀트리온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서 회장의 리더십보단 기업가치 훼손 이력에 주목한 모습이다.
◇국민연금 서 회장 이사회 진입 반대, 회계 이슈 영향줬나24일 기준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의 정기주주총회 안건과 관련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28일 예정돼 있으며 총 4개의 안건이 부의된 상태다.
네 가지 의안 중 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점이 눈길을 끈다. 서 회장이 사내이사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근거도 함께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셀트리온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공시했던 이력에 주목한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2018년 4월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회계 감리를 받았다.
증선위 조사 결과 회계처리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2009~2018년 사이에 개발비 과대 계상, 종속기업의 재고자산평가손실 미반영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그 결과 증선위로부터 과징금 60억원, 감사인 지정, 내부통제 개선 권고 등의 처분을 받았다. 이로 인해 한국ESG기준원은 셀트리온의 지배구조(G) 평가 등급을 B+에서 B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회계처리 기준울 위반했던 시기는 회장이 셀트리온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때와 맞물린다.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였다.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의 주요 주주로 손꼽힌다. 작년 말 기준 셀트리온 주식 7.6%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최대주주인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지분율 20.04%)에 이어 단일주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시장은 서 회장 복귀 기대 분위기, 보수 한도 안건도 '주목'서 회장의 이사회 진입을 우려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확인된다. 최근 1년 사이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던 셀트리온 주가는 서 회장의 경영 복귀 소식이 알려지자 소폭 반등했다. 이사회에서 서 회장 복귀를 결의하기 직전인 이달 2일 주가와 24일 종가를 비교하면 7%가량 높아졌다.
셀트리온은 창업주인 서 회장 리더십을 앞세워 시장 참여자들을 설득한 모습이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서 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 결정이 절실하다고 설명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서 회장 선임 안건과 함께 이사 보수한도액에도 반대 의견을 전했다. 셀트리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사 보수 한도액을 90억원으로 제시했다. 1년 사이 이사회 구성원은 10명에서 9명으로 한 명 줄었지만 보수 한도액은 유지했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은 보수한도 수준이 실제 보수 금액이나 경영성과 등에 비해 과다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경영 성과는 다소 부진한 점이 발견된다. 작년에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 낮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매출 기여도가 커지면서 영업이익은 역성장했다. 셀트리온의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보수한도 소진률도 높지 않아 보인다. 셀트리온은 2018년부터 줄곧 이사 보수한도액을 90억원을 설정한 상태다. 서 회장에게 퇴직금 59억원을 지급했던 2021년을 제외하면 평균 한도 소진률은 50%에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보수 한도 수준이 실제 지급액에 비해 높게 설정됐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작년에도 국민연금은 올해와 동일한 이유로 셀트리온 이사 보수한도액에 대해 반대한 바 있다. 당시 기관 주주 가운데 교보악사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도 국민연금과 같은 시각으로 평가했다. 다만 해당 의안에 대해 찬성하는 기관 주주가 14곳으로 더 많았으며 원안대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