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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통신3사

20년 굳어진 3강 점유율, 언제쯤 깨지나

①[점유율]외환위기 직후 인수합병에 현 구도 고착화, 스마트폰·알뜰폰·제4통신사 등 변수 주목

문누리 기자  2023-03-17 10:16:23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삐삐에서 개인휴대통신(PCS), 휴대폰, 스마트폰 등으로 이동통신 매체가 변화할 수록 이동통신사업자의 운명도 달라졌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연이은 인수합병과 단통법, 알뜰폰사업자 등장 등 대내외 변화가 기로를 만들었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필수재나 다름없는 동시에 대규모 기반설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 만큼 독과점으로 이어진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3강구도가 오랜 시간 이어진 배경이다.

여기에 내수 중심의 사업인 만큼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서로 치열하게 '땅따먹기'에 집중해왔다. 20년간 굳혀져있던 5:3:2의 독과점 구도는 알뜰폰기업들의 점유율이 올라오면서 최근 4:2:2 등으로 완화되는 모양새다. 향후 제4이동통신사가 등장할 경우 현재의 구도가 새롭게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합종연횡' 시장 판도를 재편한 인수합병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재화는 비교적 쉽게 그 가치를 책정할 수 있는 반면 실체가 보이지 않는 재화일 수록 값을 매기는 게 쉽지 않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이동통신 서비스다.

누구나 사용하지만 아무도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최고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럴 땐 브랜드와 규모, 내세우고 홍보하는 부가가치에 소비자들의 눈이 쏠리기 마련이다.

오랜시간 이어진 시장점유는 이러한 변수들에 의해 굳어졌다. 시장 형성 초반에 승기를 잡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여유롭게 앞서갔지만 제2, 제3의 브랜드가 된 사업자들은 그 뒤를 좇기에 바빴다.

먼저 SK텔레콤은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우위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선점할 수 있었다. 1984년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한국이동통신서비스'가 전신인 SK텔레콤은 1994년 민영화되면서 선경(SK)그룹이 인수했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한국 유수 기업들의 합종연횡 구도를 이끌었다. 2000년대 들어서자마자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한국통신프리텔(현 KT)이 한국통신엠닷컴을 인수하면서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때 사들인 신세기통신 덕분에 휴대폰 최적 주파수로 알려진 800MHz 대역을 2010년까지 독점 사용했다. 이 덕에 SK텔레콤은 '통화품질이 가장 좋은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고 오랜 시간 다른 이동통신사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독점 사용이 끝난 뒤 해당 주파수는 LG유플러스 등에 재분배됐으나 한 번 굳어진 이미지는 오래 갔다.


◇스마트폰·알뜰폰의 등장, 기존 판도 흔들다

이 시기 형성된 5:3:2의 시장점유 구도는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다만 2010년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동통신 주요 서비스 중심축이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에서 데이터 인터넷 등으로 전환하면서 큰 틀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3위에 머물렀던 LG유플러스는 2012년 4G LTE 서비스가 막 시작했을 당시 가장 빠르게 VoLTE 서비스를 도입했다. 세계 최초로 해당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기존 1~2등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2019년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점유율 구조에도 소폭 변화가 생겼다. 그전까지 고착화된 5:3:2 구조는 5G 도입 초기 잠시나마 4:3:3 구조로 변화했다. 당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5G 상용화 100일 만에 5G 점유율 29%를 달성하면서 기존보다 높은 시장 점유율 달성에도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알뜰폰사업자들이 새로 진입하면서 기존 시장을 흔들어 통신3사간 점유율은 10여년만에 40:23:20으로 완화됐다. 특히 LG유플러스가 KT를 상당부분 따라잡은 가운데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는 제4이동통신사 선정이 현실화된다면 현재의 구도가 일부 뒤집힐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일각에선 당분간 현재의 점유 구도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진출하기도 어렵고 국내 시장에서 레드오션으로 유명한 이동통신사업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금을 들고 진입할 사업자 찾기는 아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사업 시장은 이미 포화"라며 "기존 사업자도 탈통신을 외치며 타 사업까지 기웃거리는 만큼 새로운 플레이어 진입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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