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최고재무책임자)에 대해 쓸 때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단적으로 제목과 본문에 적힌 CFO라는 글자를 CEO(최고경영자)로 바꿔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기사가 종종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취재가 쉽지 않은 점이 원인이다. 기업 입장에서 특정 임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답할 때 조직도와 떼어놓을 수 없다. 답하는 순간 어떤 임원이 무슨 일을 하고 누구에게 보고하는지 드러난다. 기업과 임원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조직도 자체가 특종감이기도 하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100% 수준의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할 따름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역시 '사업보고서'를 탈탈 털어보는 것이다. 분기나 반기가 아닌 12월 결산 법인 기준으로 매년 3월이면 공시되는 연간 사업보고서가 적절하다.
연간 사업보고서에는 CFO가 1년간 열심히 달린 결과물에 대한 기업의 평가가 있다. 구체적으로 '인센티브(상여)'다. 인센티브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을 통해 역으로 CFO의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유추해볼 수 있다. '무엇'을 잘했기 때문에 혹은 못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줬다면 그 무엇이 곧 기업이 정한 CFO의 역할과 책임이다.
사례로 확인해보자. 웬만한 기업의 CEO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삼성전자 CFO 박학규 사장은 지난해 인센티브로만 8억8100만원을 받았다. 산정 기준은 박 사장이 속한 DX부문(가전과 스마트폰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자원 운영 고도화, 투자 재원 분배와 성장 동력 확보 등이다.
CEO는 어떨까. DX부문 경영총괄이자 대표이사인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인센티브로 32억2800만원을 받았다. CFO인 박 사장보다 4배 가까이 많다. 산정 기준은 DX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DX부문 제품 경쟁력 제고, B2B와 서비스 사업 강화를 통한 미래 경쟁력 제고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정량평가 요소이고 나머지는 정성평가 요소다. CFO와 CEO의 정량평가 요소는 같고 정성평가 요소는 다르다. CFO로 한정해서 말하면 CFO는 실적에 대한 책임과 함께 운영 효율화, 자금조달, 유망사업 발굴이라는 임무를 맡는다. 쉽게 말해 제품 개발과 판매(CEO 영역)를 제외한 전 영역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이가 CFO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은 8% 늘었고 영업이익은 16% 줄었다. 이익률은 4%포인트(p) 떨어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함께 임기를 시작한 박 사장과 한 부회장은 전임자와 비교해 각각 인센티브가 3분의 1, 2분의 1 줄었다. CFO 인센티브를 더 크게 줄인 것으로 회사는 지난해 실적 감소에 CEO보다 CFO 책임이 더 크다고 본 셈이다.
박 사장 개인으로서는 분명 아쉬운 결과일 터다. 하지만 회사가 CFO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얘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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