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이 역대급 임원 보수를 지급했다. 올 초 윤덕일 부사장에게 최고재무책임자(CFO) 바통을 넘긴 김주현 전 기획지원본부장도 마지막으로 최고 수준의 보수를 받고 떠난다.
그간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 계열사 가운데 보수 수준이 낮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창사 이래로 최대 실적을 지난해 기록한 데다 자산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보수체계를 개편한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전 CFO 5.5억 수령, 포스코 CFO와 비슷2013년 고액보수 등기이사의 보수 공시가 의무화된 이후 포스코케미칼에서 대표이사를 제외한 임원이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것은 2018년과 2020년 두 번 뿐이다. 이마저 퇴직소득이 이유였는데, 각각 박용산 전 전무와 오세민 전 상무가 3억~5억원의 퇴직금을 받으면서 6억원에서 7억원에 상당하는 보수를 수령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2022년 보수를 보면 기타비상무이사를 제외한 포스코케미칼 사내이사 3명 전부가 5억원을 넘는 연봉을 받았다. 보수한도 자체도 많아졌다. 포스코케미칼의 전체 등기이사 보수한도는 2009년 13억원, 2010년 15억원 등으로 바뀌었다가 2012년부터는 쭉 20억원으로 고정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이사회에서 한도를 36억원으로 껑충 높였다. 딱 10년 만의 한도 변경이다.
등기임원 7인이 받은 전체 보수도 2021년 18억원에서 2022년 23억원으로 확대됐다. CFO 역할을 하던 김주현 전 기획지원본부장이 받은 보수는 5억5100만원이다. 급여가 2억7600만원, 상여가 2억3300만원으로 상여금 비중이 높다. 지금은 포스코케미칼 CFO가 윤덕일 부사장으로 바뀌었지만 김 본부장의 퇴직일이 올해이기 때문에 퇴직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포스코케미칼은 CFO를 윤덕일 부사장으로 올 초 교체했다. 그룹 내 핵심 재무통이다. 윤 부사장은 포스코그룹이 작년 3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사업회사 포스코의 초대 경영기획본부장(CFO)에 올랐다가 이번에 포스코케미칼로 이동했다. 지난해 1년간 포스코에서 일한 보수로는 5억8300만원을 받았다. 김주현 전 본부장이 포스코케미칼로부터 받은 보수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포스코케미칼 등기이사(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제외)의 1인당 평균 연간보수가 5억원을 넘긴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포스코그룹 전체로 봐도 상장사 6개 가운데 2021년 기준 등기이사 평균보수가 포스코케미칼 밑이었던 계열사는 포스코 ICT 뿐이었다.
◇매출·영업이익 성장 등 정량평가…운전자본은 부담포스코케미칼의 보수 수준이 몰라보게 오른 것은 급격히 성장 중인 기업규모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18년까지만 해도 포스코케미칼 별도 자산총계는 8000억원 대였지만 이듬해 1조원을 넘겼고 2021년에는 3조7613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포함되면서 감사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구성 등 상법상 받는 규제도 강화됐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계는 별도 4조2766억원, 연결로는 4조6375억원이다.
이처럼 가파른 자산 팽창에는 2021년 유상증자를 통해 1조2586억원의 자본을 확충한 이유가 컸다. 규모가 커지면서 부채가 확대된 것도 자산이 불어나는 데 한몫 했고, 실적 증가와 함께 순이익이 자본으로 꾸준히 쌓였다.
실제로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양극재 등 배터리소재 사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덕분이다. 배터리소재에서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27.6%, 287.1%씩 성장했다. 매출에서 배터리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4%에 불과했으나 2022년 58.7%로 점프했다. 과거 내화물, 생석회 등 기초소재를 주력으로 하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배터리소재를 중심으로 바뀐 셈이다.
실적 개선은 통상 보수에 반영된다. 포스코케미칼 역시 상여금을 산정하는 경영평가 항목 가운데 정량평가 기준으로 ‘매출액, 영업이익, EPS(주당순이익) 및 영업현금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이중 EPS는 순이익을 주식수로 나눠서 셈한다. 1주당 이익을 얼마나 창출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지표이며 당연히 순이익이 많을수록 높아진다. 포스코케미칼의 당기순이익은 수년째 1000억원 초반에서 비교적 꾸준히 등락 중이기 때문에 EPS보다는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이 상여금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업현금흐름의 경우 오히려 보수 산정에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지난해 포스코케미칼 영업현금이 -610억원을 나타내면서 적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2021년 1030억원이었는데 1600억원 이상이 줄었다. 영업현금흐름 구성을 보면 당기순손익에서 1220억원의 흑자를 냈고, 여기에 감가상각비 등 ‘현금의 유출입이 없는 수익비용의 조정’으로 1770억원이 더해졌지만 이보다 운전자본으로 빠진 출혈이 더 컸다.
세부적으로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재고자산이 4031억원, 매출채권은 305억원 늘었다. 선제적 재고확보, 원재료 가격 인상이 재고자산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현금흐름에 보탬이 되는 매입채무는 655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운전자본을 포함해 상여충당부채와 사외적립자산, 영업보증금 등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 항목으로 3655억원의 돈이 빠지면서 영업현금흐름을 갉아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