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공개매수로 확보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갤럭시아에스엠 등 기관투자자 한 곳만 공개매수에 응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대신 장내매도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가 이달 정기주주총회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를 장악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어서다.
◇공개매수 참여 기관투자자 1곳뿐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 후 보유지분이 15.78%가 됐다고 6일 공시했다. 공개매수 전 지분이 14.8%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0.98%포인트 상승했다. 주관업무는 삼성증권이 맡았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들이는 돈은 모두 280억원 정도다. 주당 12만원에 모두 23만3817주를 매수한다. 결제일은 6일이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위해 모두 7200억원의 자기자금을 마련한 것에 비하면 4%에 못 미친다.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한 기관투자자는 갤럭시아에스엠 등 한 곳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아에스엠은 2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에 참가해 하이브에 SM엔터테인먼트 주식 23만3813주를 팔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예정 주식 수는 갤럭시아에스엠의 매각예정 주식 수보다 불과 4주 많다. 갤럭시아에스엠을 제외하면 공개매수에 응한 수량은 불과 4주뿐이었다는 의미다. 하이브는 "응모주식수가 매수예정 수량을 하회할 경우 전량 매수한다"며 "공개매수 대금은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6일 기준 하이브의 보유지분은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몫까지 고려해도 19.43%에 그친다. 당초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25% 확보해 이 전 총괄에게 넘겨받은 몫까지 최대 40% 보유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관투자자 등 투자자가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았다"며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대신 장내매도를 택한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2월 10일부터 3월 1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공개매수했는데 이 기간 주가가 폭등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으로 제시한 주당 12만원을 한참 웃돌았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2월 9일 9만8500원에서 4거래일만에 12만원을 넘어섰다. 2월 15일 이후 현재까지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2만원을 밑돈 적이 없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지난해 6만~8만원대에서 오르내린 점을 고려하면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은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매도를 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개매수 기간 동안 기관투자자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모두 198만주 팔았다. 기관투자자들이 2022년 한 해 동안 80만주 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대표적 사례가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은 SM엔터테인먼트 보유 지분 8.96% 가운데 4.64%를 장내매도 방식으로 처분했다. 2월 7일, 9일, 13일, 21일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서다. 2월 13일과 21일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에 해당했지만 국민연금은 공개매수에 응하는 대신 장내매도 방식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팔았다.
◇하이브, 주총 승기 잡기 '사활'
이에 따라 하이브의 다음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만큼 지분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일반적으로 지분을 30% 이상 보유했을 때 경영권에 안정성이 생겼다고 여겨진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한편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 있다는 예상도 많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취득에 제동이 걸린 덕분에 한숨 돌리게 됐다는 평가다.
법원은 3일 SM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 신주와 전환사채(C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SM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와 맺었던 유증과 CB 발행 관련 계약이 해제됐다고 6일 공시했다.
하이브가 당장은 3월 말 SM엔터테인먼트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하이브는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등 내부 임원을 SM엔터테인먼트 사내이사 후보로 올리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주주를 설득해 의결권 위임장을 확보하고자 경영진이 총출동하며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하이브는 의결권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NDR(Non-Deal Roadshow) 등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을 끝내려면 결국 이사회를 장악하는 수밖에 없다"며 "상대방 진영으로 이사회가 꾸려지면 카카오의 지분 취득 등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계속 남게 되rh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확대하는 데에도 의사결정에 애를 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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