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의 시세 조종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계기는 카카오가 제출한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신고서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기간 동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4%가 넘는 지분을 장내 매수했다. 금감원은 카카오의 이런 행위가 시세 조종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공개매수신고서 계기됐나, 금감원 조사 착수
7일 금감원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공개매수 기간 중 주식 대량매집 등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는 1일 금감원이 내놓은 입장자료의 후속조치다.
당시 금감원은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며 “공개매수 기간 중 주식 대량매집 등을 통해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금감원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과도 맥이 통한다. 이 원장은 2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와 관련해 "특정 세력이나 집단이 위법요소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최대한 권한을 사용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행위가 적발된다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의 조사가 재조명 받은 것은 카카오가 이날 제출한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신고서가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고서에 따르면 6일 기준으로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78만주로 3.28%,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38만7400주로 1.63%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쥐고 있는 주식은 모두 116만7400주로 전체 주식의 4.91%에 해당한다.
◇2월 28일, 카카오·카카오엔터 SM 지분 4.4% 매입
문제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취득한 시점이다. 2월 28일 카카오는 66만6941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38만7400주를 취득했다. 모두 105만4341주다. 두 기업이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4.91%가운데 4.4%를 단 하루에 취득했다는 뜻이다. 카카오는 2일과 3일에도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장내매수하긴 했지만 양이 많지 않다.
2월 28일은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던 때다. 이 탓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월 28일 거래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주당 12만1325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2만6200원에 장내매수했다. 이때문인지 이날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2월 27일 12만300원에서 28일 12만7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거래에 있어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비중은 무척 크다. 2월 28일 거래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의 매수물량 가운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비중은 30%가 넘는다. 이날 기타법인이 매수한 물량은 111만7013주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매수한 물량이 주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이날 기관투자자와 개인, 외국인 투자자 모두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점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날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지탱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카카오 관계자는 "2월 28일 진행한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취득은 사업상 필요에 의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향후 금감원 조사 등이 있을 경우 사실관계와 법리상 이유를 통해 상세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혹도 있다.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발행주식 총수의 2.9%, 일일거래량의 15.8%에 해당하는 68만3398주를 매수하는 거래가 이뤄졌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특정 계좌에서 순매수한 수량이 상장 주식 수 대비 2% 이상이고 종가가 전날보다 5% 이상 등락했다”며 이튿날 SM엔터테인먼트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하이브는 이를 놓고 자본시장법을 의심한 것으로 위반된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7일부터 26일까지 20일 동안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결제일은 28일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업무를 맡았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5만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이번 공개매수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35% 취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계획대로 된다면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최종 40%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는 하이브가 현재 보유한 지분의 두 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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