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I&C가 지원담당에서 재무조직을 독립시키면서 재무라인을 한층 강화했다. 서용린 담당이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른다. 신세계I&C는 신세계그룹의 SI(시스템통합) 담당 업체로 계열사 일감에 기반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대표이사 교체와 조직개편이 함께 이뤄졌다.
신세계I&C는 최근 서용린 재무담당을 새 CFO로 발탁했다. 그동안 신세계I&C는 인사와 재무조직을 지원담당 조직 산하에 두고 지원담당 임원이 CFO 역할을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에 김승환 전 지원담당(상무)이 퇴임하면서 조직을 인사담당과 재무담당 둘로 쪼갰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회사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그에 맞춰 각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용린 담당은 재무팀 팀장으로 3년간 일했다. 재무팀이 항상 지원담당 아래서 뒷받침하는구조였는데 이번 개편으로 재무조직 위상이 견고해진 셈이다. 서 담당은 인사담당으로 임명된 한훈민 상무와 함께 3월 주총을 거쳐 사내이사로도 합류한다.
작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는 종속회사 플그림의 감사를 겸했고 현재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다. 재무담당 임원이 신세계I&C에서 독립적으로 사내이사진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I&C는 그룹 내부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전체의 70~ 80%에 달한다. 작년의 경우 9월 말까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308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4260억원)의 72.3%를 차지했다. 2021년 같은 기간에 2674억원이었는데 약 15% 증가했으며, 이마트향 매출이 125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마트 새벽배송, 스타벅스 배달서비스, 온라인 면세점 등 그룹에서 온라인사업에 힘을 쏟으면 IT인프라와 솔루션 수요가 높아진 덕을 봤다. 신세계I&C의 IT서비스 사업부 매출도 덩달아 오르는 중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IT서비스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지탱하고 마진이 낮은 IT유통사업이 약 30%대, IT정보서비스 사업이 10% 안쪽을 채우고 있다.
다만 CFO인 서 담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비용 문제다. 신세계I&C는 올해 가이던스로 매출 6650억원, 영업이익 377억원을 제시했다. 매출은 작년 실적보다 11.4% 올려잡았지만 영업이익은 작년(375억원)과 같은 수준이다. 이같은 수익성 하락을 예고한 이유는 무인점포와 클라우드,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을 진행하면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세계I&C의 직원 수는 2018년 729명에 불과했지만 2021년 말 1152명, 2022년 3분기 1350명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연말에는 1400명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평균 급여액(6600만원)을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인건비가 2021년 700억원대에서 900억원 안팎으로 늘었다. 2019년 말 무인점포 등 신사업을 시작하면서 맨파워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연간 500억원 수준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내고 있고 현금이 차입보다 많은 순현금 상태라는 점에서 체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작년 3분기 말 신세계I&C의 연결 총차입금은 81억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은행 대출은 IBK기업은행에서 빌린 시설자금 단기대출 18억원(이자율 2.86%)이 전부고 나머지 63억원은 리스부채다. 회사채 시장도 찾지 않는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1250억원을 쌓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117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채용규모를 늘리는 것은 당장은 부담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구조적인 외형 성장구간에 들어갔다는 뜻이고, 신세계I&C는 내부일감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투자여력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유증 등 큰 자금조달이 필요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비용 효율화가 재무조직의 중점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I&C가 추진 중인 무인점포 사업의 경우 2024년 상용화가 전망되며 올해는 셀프 계산과 무인편의점 중간 단계의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사업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는 데 1~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