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LX하우시스 사내이사진이 전부 교체된다. LX하우시스는 최근 인사 칼바람이 불면서 한명호 사장, 박장수 전무가 각각 새 대표이사(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름받았다. 내달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멤버로 합류할 전망이다. 순차입금이 1조원대로 불어난 상황에서 박 전무가 재무 안전성 개선의 책임을 짊어졌다.
LX하우시스는 최근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한명호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선임, 박장수 전무의 사내이사 신규선임을 부의 안건으로 올렸다. 내달 24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선임이 확정되며 사외이사진에는 변화가 없다.
이에 따라 전임 CEO와 CFO인 강계웅 부사장, 강인식 전무 2인으로 이뤄졌던 LX 사내이사진은 한명호 사장과 박장수 전무로 바뀐다. 앞서 강계웅 부사장은 2020년, 강인식 전무는 2019년 임기를 시작했다. 교체 텀이 특별히 짧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시기적으로 이번 물갈이에는 문책성 성격이 강하다는 게 중론이다.
LX하우시스는 작년 9월 말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530억원에 불과했다. 2021년 같은 기간(1173억원)에 비교하면 절반도 못 미친다. 예년엔 3분기 누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900억원대를 꾸준히 기록했지만 2022년의 경우 1589억원에 머무른 영향이 컸다.
LX하우시스는 2021년과 2022년 매출이 계속 성장했지만 원자재가격 상승의 충격이 큰 탓에 시름하고 있다. 건축자재부문 주요 원재료의 KG당 가격동향을 보면 PVC(폴리염화비닐, LS100E)는 2020년 1130원었으나 작년 3분기 1735원으로 뛰었다. 가소제(DOTP)는 1406원에서 2269원, 인조대리석 제조에 쓰이는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는 1700에서 2574원으로 대폭 비싸졌다.
잉여현금흐름도 2년째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현금창출력이 약해졌는데도 투자규모는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잉여현금은 -1235억원을 기록해 적자 폭이 전년 동기(-265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커졌다.
모자란 현금은 차입으로 채웠다. 작년 3분기 말 LX하우시스 순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9528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2020년 6185억원이었지만 2021년 7453억원으로 점프, 2022년에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6069억원을 차입했으며 이중 5107억원은 기존 차입금을 갚는 데 썼다.
박 전무는 어려울 때 재무를 총괄하게 됐다.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차환, 단기화된 차입구조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어야 할 전망이다. 2022년 9월 말 기준 총차입금 1조1504억원 가운데 약 46%인 5280억원이 1년 안에 갚아야하는 단기성 차입으로 계산된다. 리스부채를 제외한 총차입금의 경우 2021년 8918억원에서 2022년 연말 1조원으로 증가했다. 이중 회사채가 4991억원이고, 1조원 중 절반인 4860억원을 올해 연말 만기가 끝난다.
업계에선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LG그룹시절부터 손꼽히던 재무통 박 전무를 소방수로 등판시켰다는 평가다. 박 전무는 LG그룹 지주사인 ㈜LG 출신이다.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 1999년 LG텔레콤 전략경영실에 입사해 LG그룹과 처음 연을 맺었다. 이후 20년 넘게 재무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2012년~2013년 LG화학 재무회계팀 △2014~2018년 ㈜LG 재무관리팀 △2018~2020년 ㈜LG 재경팀 등 이력이 빼곡한 재무통이다.
㈜LG 재경팀에서는 RM(리스크 매니지먼트) 담당으로서 자금 조달이나 인수합병(M&A) 등 리스크 관리 업무를 주로 맡았다. 2021년 ㈜LG에서 인적분할한 신규 지주회사 LX홀딩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설지주 출범과 함께 적을 옮겼다. 그 뒤론 LX홀딩스 CFO로 있다가 이번에 LX하우시스로 이동했다. 구본준 회장과는 그가 2018년 말 LG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약 2년간 보좌한 인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