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주주총회 표대결에 앞서 재무라인을 정비했다. 신임 경영기획본부장(CFO)은 주총 결과에 따라 JB금융의 자본배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김기홍 회장을 필두로 JB금융 경영진이 추진하는 고마진 대출 성장과 얼라인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 사이에서 새로운 항로를 설정해야 한다.
◇하나은행 공채 1기 출신…은행·카드 거친 '전략가'6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은 최근 송종근 전 무궁화신탁 대표를 신임 CFO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기존 경영기획본부장인 권재중 JB금융 부사장은 송 부사장에게 주요 업무를 인수인계한 뒤 이달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예정이다.
송 부사장은 1991년 하나은행 공채 1기로 입사해 행원 경력을 시작했다. 2005년 경영관리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이 아닌 공채 행원 중 처음으로 관리자가 된다. 경영관리부장은 전략을 맡는 요직으로 당시 송 부사장의 승진은 파격적이었다고 회자된다. 공채 1기 중에서도 엘리트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그는 이후 뉴욕지점장, 무교센터지점장을 맡는 등 영업 현장에서도 근무했다. 2019년 하나카드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주전공인 전략을 맡았다. 하나카드 임원에서 물러나면서는 잠시 금융권을 떠나 2019년 STX엔진 사장에 취임했다. 2022년엔 무궁화신탁 경영전략부문 대표를 맡았고 1년 만인 올해 JB금융 부사장에 취임했다.
송 부사장은 JB금융의 CFO 선임 관행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JB금융은 전임자인 권 부사장을 비롯해 강대윤 전 상무, 신창무 전 프놈펜상업은행장, 이재용 전 전무 등 CFO 역할을 맡은 역대 임원들을 모두 외부에서 영입했다. 순혈주의보다 재무 역량을 중시하는 인사 기조에 따라 서치펌의 추천을 받은 송 부사장 영입을 결정했다.
◇얼라인과 맞붙는 주총이 데뷔전송 부사장은 김 회장을 보좌해 JB금융의 재무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JB금융은 수년째 순이익을 개선한 것은 물론 금융권 최고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탁월한 수익성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얼라인이 배당 성향과 자본배치 전략을 두고 주주제안에 나선 게 추총 표대결로 이어지면서 송 부사장은 첫수에 곤마를 두게 됐다.
얼라인은 위험가중자산(RWA) 7~8%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면 주주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목표 성장률을 낮추고 주주환원률을 높이라는 입장이다. 김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고마진 자산 중심의 질적 성장이 이어진다면 오히려 주주환원 재원이 늘어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오는 30일 주총 표대결로 배당 성향과 얼라인 추천 사외이사 선임 여부가 정해진다.
송 부사장 입장에서 주총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주총으로 CFO 데뷔전을 치른 뒤 표결에 따른 재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현 JB금융 경영진이 표결에서 승리할 경우 내실성장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얼라인이 더 많은 표를 확보하면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추후 이어질 얼라인의 주주행동을 대비해 순이익과 수익성을 관리하는 것도 송 부사장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