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중 JB금융 부사장(
사진)이 경영기획본부장(CFO) 자리에서 물러난다. 조만간 새로운 CFO가 취임하면서 재무라인이 개편될 예정이다. JB금융은 자본배치 전략을 두고 경영진과 2대 주주 얼라인파트너스 간 갈등이 촉발된 상황에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15일 권 부사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현 시점에서 밝히기 조심스럽지만 다음달 물러나기로 한 것은 맞다"며 "다른 곳으로 거취를 옮기는 건 아니고, CEO 뜻에 따라 새로 취임하는 CFO가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사장은 김기홍 JB금융 회장 체제의 키맨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 대학교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대외경제정연구위원, 대통령자문 금융개혁위원회 등에서 일했다. 당시 한국조세연구원 전문위원이었던 김 회장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았다.
김 회장은 2019년 JB금융 회장에 취임한 뒤 그룹을 함께 경영할 인물로 권 부사장을 지목했다. JB금융은 김 회장 취임 후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차별화된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리스크 관리와 자본비율 개선으로 김 회장의 경영 전략을 뒷받침 할 인물로 권 부사장이 낙점된 것이다.
권 부사장 합류 후 JB금융은 순이익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 지표를 기록해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순이익이 2019년 3419억원, 2020년 3635억원, 2021년 5066억원, 2022년 6010억원으로 매년 성장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2%, 10.1%, 12.8%, 13.9%로 우상향 추세였다. 순이익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경영 효율성도 좋아졌다는 의미다.
자본적정성도 개선됐다. JB금융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2019년 9.67%, 2020년 10.05%, 2021년 10.3%, 2022년 11.41%로 상승했다. JB금융은 권 부사장 재임 기간 동안 타 금융그룹에 견줄 수 있는 기초 체력을 쌓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부사장이 화려한 성과를 뒤로한 채 물러나는 건 세대교체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는 1962년생으로 2019년 CFO 취임 후 세 차례 임기를 연장했다. 이젠 후임자에게 CFO 자리를 내줄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JB금융은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와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재무라인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 경영진의 자본배치 전략에 이의를 제기하고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을 예고했다. 김 회장은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목표치를 연 7~8% 수준으로 잡고 있다. RWA 성장률 목표치가 높으면 대출 등에 자본을 투입해야 하고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든다는 게 얼라인파트너스 측의 주장이다.
권 부사장은 본인이 물러나는 게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 제안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경영진이 수립한 자본배치 전략에 근거해 이사회 의결이 마무리된 만큼 전략 수정을 위한 CFO 교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새로 취임하는 CFO도 김 회장의 자본배치 전략을 뒷받침할 인물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JB금융은 C레벨 임원을 외부에서 적극 영입하는 인사 정책을 쓰고 있다. 고마진 자산 중심으로 RWA를 늘리면 되려 주주환원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새 CFO의 과제로 남았다.
권 부사장은 "(자본배치 전략은) 이사회에 의결된 사안으로 현 시점에선 CFO의 손을 떠낫다고 본다"며 "주주제안이 있었으니 주총에서 관련된 논의가 있을 것이고 추후 전략에 대해서는 후임 CFO가 경영진, 이사회와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