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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백종일 전북은행장(
사진)은 첫 임기에 준수한 재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임 행장대에서 기록한 연간 최대 순이익을 경신하진 못했으나 이에 준하는 실적을 냈다. 임기 내내 주요 과제로 꼽혔던 연체율 관리 측면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 행장은 은행권에 흔치 않은 PE업계 출신 CEO로 JB금융의 신사업에 기여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전북은행은 그룹의 핀테크 동맹 전략에 발맞춰 지분 투자와 사업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제휴를 맺은 핀테크 업체와 시너지를 구체화하는 게 백 행장 연임 관건이다.
◇1% 웃돌던 연체율 진화 성공 백 행장 임기 첫해인 2023년 전북은행은 순이익 20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2051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역대 최대치에 준하는 순이익을 냈다.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에 도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1127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2억원(10%) 증가했다. 상반기 JB금융이 역대 최대 순이익을 갱신하는 데 전북은행도 한몫을 했다.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개선에 성공했다. 전북은행 연체율은 0.95%다. 백 행장이 취임한 이후 1%를 밑도는 연체율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3년 1분기 1.19%를 시작으로 2분기 1.07%, 3분기 1.34%, 4분기 1.09%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1.56%로 정점을 찍었다.
전북은행 연체율은 다른 은행에 비해 높지만 이는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을 취급하는 영향이다. 중저신용자는 1금융권에서 대출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으나 소매금융 강자를 표방하는 전북은행은 중금리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과 거래하는 만큼 연체율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북은행 연체율이 1%를 웃돈다 해도 대출 금리가 7~8%에 달하는 만큼 큰 리스크로 여겨지진 않았다. 다만 백 행장은 건전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전북은행은 국내 거주 외국인 대출을 늘리는 등 중저신용자 거래를 추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연체율 상승세가 꺾여야 중저신용자 대출 전략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전체 연체율이 0%대로 하락하면서 백 행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지난 2분기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1.55%, 기업대출 연체율은 0.6%다.
◇'핀테크 동맹' 기여 과제 백 행장은 JB금융의 핀테크 시너지 확대 전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JB금융은 다른 은행지주와 달리 증권업, 보험업에 진출하지 않고 핀테크 제휴를 통한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백 행장은 은행권에 드문 PE업계 출신 CEO로 전통적인 금융 비즈니스보다 신사업 추진에 장점이 있는 인물이다.
대출 비교 플랫폼 기업 핀다(finda)에 지분 10%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JB금융은 핀다와의 제휴를 위해 지분을 총 15% 확보했다. JB금융지주가 5%, 전북은행이 10% 가량을 인수했다. 또 해외송금 스타트업 한패스 지분 15% 인수 딜에 참여해 5%에 해당하는 지분을 사들였다.
핀테크 제휴는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백 행장은 제휴사와 시너지를 추진해야 한다. 핀다와 한패스 플랫폼 이용자를 전북은행 고객으로 유치하는 구체적인 전략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핀다, 한패스와 연계한 글로벌 비즈니스도 강화해야 한다. 백 행장은 전북은행장에 취임하기 전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동남아시아 현지 사정에 밝은 만큼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할 적임자라는 평이다.
남은 임기 중 설득력 있는 신사업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백 행장 연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백 행장의 임기는 연말 만료된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9월에는 CEO 승계 프로그램이 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