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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콜 Q&A 리뷰

JB금융, '스타 매니저' 깜짝 등장…김기홍 회장과 격론

VIP 김민국·얼라인 이창환 '질문 세례'…질의 대부분 CEO 직접 답변

최필우 기자  2023-02-10 10:23:17

편집자주

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JB금융 실적발표회(IR)에는 금융투자업계 '스타 매니저' 2명이 등장해 청취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와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각각 가치투자, 행동주의 펀드로 이름을 날린 이들은 컨콜에 직접 참여해 주주환원 및 성장 정책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두 대표의 질문에 대한 김기홍 JB금융 회장의 답변은 컨콜의 하이라이트였다. 김 회장은 민감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거의 모든 질문에 직접 답변자로 나섰다. 특정 질문에는 답변 시간으로 8분을 할애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질의응답에 임했다.

◇'가치투자·행동주의' 첨병, '자사주 소각 확대·RWA 성장률 하향' 주장

기업은 물론 금융지주 컨퍼런스 콜 Q&A는 대부분 해당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몫이다. 애널리스트는 투자 당사자가 아닌 만큼 다소 정제된 질의응답이 오가는 게 통상적인 Q&A 풍경이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고객들의 돈을 투자한 펀드 매니저들은 달랐다. 1976년생인 김 대표는 젊은 나이에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등과 1세대 가치투자 대표 주자로 활약한 인물이다. 2010년대 중반 JB금융지주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고 보고 10%를 웃도는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현재는 1%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장기 투자자 주주를 위해 JB금융의 환원 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당만을 고집해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 대표는 "주주가 적극적으로 배당을 원한다고 하는 게 아닌 이상 자사주 소각 비율을 늘려달라"며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전체 주주와 장기 주주를 위해 용기있는 의사 결정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적극적으로 자사주 소각 비율을 높여 가는 게 주주들에게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질문에 가세했다. 그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출신의 1986년생 매니저로 SM엔터테인먼트 감사 선임을 주도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분 14.04%를 보유해 JB금융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다. 경영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공개 석상을 택했다. 경영진과 주주가 주요 논의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JB금융이 제시한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JB금융은 7~8% 수준으로 RWA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 목표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3%가 됐을 때 주주환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RWA 성장세를 감안했을 때 CET1비율 13% 달성이 요원하다고 봤다.

이 대표는 "RWA가 7~8% 수준으로 성장하면 대출 자산도 많이 성장하게 되고 나머지 차액으로 주주환원을 하게 돼 지금과 달라지기 어렵다"며 "업계 최고 수준 (주주환원) 달성하겠다고 하셨는데 다른 금융지주는 주주환원율 50% 이상 갈 것으로 보이고, (CET1비율) 13%는 지금보다 상당히 높아져야 하는데 가시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례적으로 답변을 받은 뒤 한 차례 더 질문했다. 연체율이 많이 오르는 배경에 대해 질문했고, 저원가성예금이 지나치게 많이 줄고 있는 점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다. Q&A 세션의 8개 질문 중 3개가 이 대표의 몫이었다.


◇한 질문에 '8분' 답변한 김기홍 회장

김 회장은 총 8개의 질문 중 6개에 직접 답변했다. 확고한 '2인자' 입지를 가진 권재중 J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IR에 참여했으나 1개 질문에 답변하는 데 그쳤다. 회장 취임 후 친정체제를 구축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김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엿보인다.

김 회장은 자사주 소각 비율을 늘려달라는 김 대표의 질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사정을 토로했다. CET1비율이 9.5%를 넘은 이후로 주주환원을 늘려가고 있고 안정적인 배당 흐름을 만든 후 자사주 소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ET1비율 12%를 넘기 전에도 자사주 소각을 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김 회장은 "(김민국) 대표님 생각과 다른 건 하나도 없고 10년 주주이신데 그동안 주가 관리도 잘 안되고 배당 못받은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올해부터 다른 금융그룹과 CET1비율이나 주주환원 관련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이고 그 전에는 솔직히 (JB금융을) 다른 금융그룹과 단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RWA 성장 목표치 지적에 대해서는 작심한듯 8분간 답변을 이어갔다. 전체 질의응답 시간이 10분에 못미치는 컨퍼런스 콜이 다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긴 시간을 한 질문에 할애했다. 평소 얼라인파트너스 측과 RWA 성장률에 대해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은 RWA가 큰 폭으로 성장하면 주주환원 재원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고 반론을 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 중소기업 대출, 아파트 담보대출 등 기반 사업이 아니라 중금리 신용대출 등 마진이 큰 사업 중심으로 RWA를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RWA가 증가하면서 수익이 늘고 있어 CET1비율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창환 대표가 얘기하는 건 RWA 증가분 만큼 수익이 못따라 왔을 때 하는 말인데 우리는 RWA 증가보다 (수익이) 훨씬 높은 수준이고, 계속 높아지고 있어 이렇게 가는 게 맞다"며 "이런 자리에서 말하긴 그렇지만 성장 목표를 높게 제시하는 건 경영진 입장에서 힘든 일임에도 우리가 수익 성장률이 가장 높은 금융그룹을 만들자는 취지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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