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지난해 1월 코스피 상장 이후 단숨에 시가총액 2위에 오른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도 주목할 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CFO를 포함한 임직원 다수가 참여할 뿐 아니라 실적발표 IR에서 이뤄진 시장 관계자와의 질의응답(Q&A)도 사후에 음성파일로 다시 들을 수 있게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실적발표 IR에서 드러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실적발표 IR 전문을 PDF 파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Q&A를 사후에 공개하지 않는 기업이 많은 점을 미뤄보면 높은 시장 관심도에 부합하는 정보 제공을 하는 셈이다.
◇이창실 CFO 필두로 한 9명의 참석자들
상장 이후 현재까지 LG에너지솔루션은 총 4번의 실적발표 IR을 진행했다. 진행 순서는 비슷했다. 사회자인 IR담당이 실적을 설명하고 CFO가 사업 전략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시장 관계자들 질의에 참석자들이 답한다.
이점까지는 다른 상장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바로 참석자 규모다. 지난달 27일 열린 LG에너지솔루션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IR에 참석한 인원은 사회자인 IR담당을 포함해 총 9명이었다.
이창실 CFO 겸 CSO(최고전략책임자)와 황수연 IR담당, 장승권 재무총괄, 이상현 금융담당, 정재욱 기획관리담당, 김경훈 자동차기획관리담당, 노인학 소형전지기획관리담당, 최신근 ESS전지기획관리담당, 장성훈 경영전략담당이 참석했다. IR 참석자 9명은 시총 1위인 삼성전자 IR 참석자 8명보다 1명 더 많은 규모다.
이번 실적발표 IR에서만 유독 참석자가 많았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4월 열린 첫 번째 실적발표 IR에서도 이창실 CFO를 포함해 총 8명이, 같은 7월과 10월에 열린 실적발표 IR에서도 총 9명이 참석해 시장 관계자들과 소통을 책임졌다. '대규모 IR 군단'은 LG에너지솔루션의 차별화 전략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단순히 참석 인원만 많은 것도 아니다. 이창실 CFO는 회사의 거시적인 실적 전망과 전략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 답했지만, 세부적인 사업 전망과 전략을 묻는 말에는 참석자 가운데 적합한 인물을 선택해 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CFO가 사회자로서도 일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를테면 최근 열린 실적발표 IR에서 '테슬라의 가격 인하 영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를 노인학 소형전지기획관리담당 답하도록 했다. 노 담당은 "배터리 판가는 고객과 계약에 의거한 것으로 차량 판매가에 영향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수주 계약에 미칠 영향은 일부 있다는 의미다.
최고위급 경영진이라고 해서 사업에 대한 세부 사항까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무급에서 사업을 담당하는 상무 혹은 부장급 임직원의 참석과 발언은 정보 제공의 구체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수주와 캐파'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공세
성장성에 대한 압도적 기대감으로 단숨에 시총 2위에 오른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시장 관심사는 무엇일까. 2022년 1월 이후 총 4번의 실적발표 IR을 살펴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은 항상 '수주 규모'와 '캐파(Capa, 생산능력) 확대'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회사가 속한 전기차 산업이 성장 산업이기 때문에 이창실 CFO는 질의응답 순서 이전에 진행되는 사업 전략에서 수주 규모와 캐파 확대 전략을 꼭 설명했다. 그런데도 시장 관계자들은 재차 질문하며 새로운 사실이 없는지 확인했다. 수주 규모와 캐파 확대가 곧 회사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의 김현수 연구원은 최근 실적발표 IR에서 장기 증설 계획을 물었다. 2023년 말 300Gwh 규모의 캐파 확장 목표 이후 전략에 대한 질문이다. 이에 대해선 장성훈 경영전략 담당이 답했다. 장 담당은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상무 승진과 함께 해당 직책을 맡게 됐다.
장 경영전략 담당은 "이미 수주 완료한 글로벌 OEM의 신규 전기차 프로젝트 양산 일정, 그리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기반한 2025년 말까지의 증설계획은 확정됐다"며 "저희 플랜대로 증설이 이뤄지면 총 540Gwh까지 양산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540Gwh는 1회 충전시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를 675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용량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LMC오토모티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780만대다. 2025년에는 이보다 늘겠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한정하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87%를 책임지는 생산량이다.
이 CFO는 "지난해 4분기 전략 고객향으로 약 20조원의 수주를 확보했다"며 "이번 추가 확보로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385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계산해 보면 매년 매출 성장 폭보다 훨씬 큰 폭의 신규 수주를 확보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실적발표 IR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기준으로 매출 증가율은 2021년 44%, 2022년 43%고, 수주잔고 증가율은 2021년 73%, 2022년 48%다. 수주잔고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앞지른다. 시장 관계자들이 캐파 확대를 집중해서 물어보는 배경이다. 캐파 확대가 담보돼야 지속 성장이 가능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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