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터리 업계는 해외 정부의 정책 변화, 환율 변동 등 여러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관련 사업을 벌이는 각 회사들은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한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응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국내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위기 상황 속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핵심 전략은 북미를 중심으로 한 생산능력 확대다. 그 최전선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이창실 부사장(사진)이 서 있다.
이 부사장은 27일 열린 LG에너지솔루션 2022년 4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1분기가 시작되면서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신규 증설을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셋업(Set up)하는 게 중요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가 또 하나의 기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CFO는 지난해 말 LG그룹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전사 투자계획 및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직을 겸임하게 됐다. 이날은 그가 CSO직을 겸임한 후 처음으로 진행된 경영실적 설명회였다.
이 자리에서 이 CFO는 현재 회사가 당면한 여러 위기 요소를 설명하며 이 안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갖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 요소는 역시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들 수 있다.
미국 정부가 현지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시행한 IRA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부품 비율 요건을 규정해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보조금 혜택을 제공한다. 배터리 소재의 광물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하는데 그 비중을 올해 40%에서 2028년까지 80%로 높여야 한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나 세제 혜택 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으로, 미국 정부는 오는 3월 IRA 세부규칙을 발표한다.
이 CFO는 "IRA 시행 세칙이 다소 혼탁한 상황이지만 경영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펀더멘털한 원가 경쟁력 확보"라며 "일찍부터 북미 공급망을 갖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2024년 50% 기준을 충족하는 데 문제없도록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위기 요소는 환율 변동성을 꼽을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지던 강달러 기조가 4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하향 안정화하며 당장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CFO는 이 역시 일시적인 요소로 회사가 보유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성장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세계 최대 수준의 수주잔고와 품질 경쟁력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385조원 규모로 전년 말 수주잔고인 260조원 대비 48%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주를 기반으로 한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세운 상황으로 올해 말 목표 생산능력은 300GWh(기가와트시)다. 2021년 말보다 100GWh 증가한 규모로, 중국과 북미에 각각 40GWh를 추가하고 유럽 폴란드에 20GWh를 확충한다.
특히 올해 고성장이 예상되는 북미 지역의 경우 배터리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실제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GM과의 합작 1공장은 목표 생산능력이 45GWh에 이르지만 현재 생산능력은 10GWh 내외로 추산된다.
이 CFO는 "GM 합작 1공장을 시작으로 2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정해진)일정 하에서 생산능력이 정상적으로 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환율이 떨어지면 이에 상응해 원가를 절감하고 제품 경쟁력을 갖추면 겁낼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6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3%와 58%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0.4%포인트(p) 올라간 4.7%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목표치로 매출 25~30% 성장, 한자릿수 중후반대의 영업이익률을 제시했다. 올해 연간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지난해(6조3000억원) 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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