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사진)이 '임종룡 체제' 출범을 앞두고 곳간을 채워 넣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완료해 주요 아젠다인 계열사 인수합병(M&A)에 대비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 전후로 재무라인 핵심인 그는 줄곧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M&A 재원을 마련하고 자본비율을 관리했다.
◇신종자본증권 활용 '종합금융그룹' 재건…증권사 인수 '화룡점정' 대비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은 공모 희망금리를 4.7~5.6%로 예상했으나 하단보다 낮은 4.65%로 발행금리가 최종 결정됐다.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1.41%로 우리금융 신종자본증권 발행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지휘한 이 부사장은 이번에도 안정적인 자금 조달 역량을 입증했다. 이 부사장은 2019년 지주사 전환 이후 재무관리부 본부장, 재무기획단 상무, 재무부문 전무를 거쳐 CFO로 재직하고 있다. 이 기간 우리금융의 핵심 조달 전략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후 열한 차례에 걸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2019년 1조원, 2020년 9000억원, 2021년 4000억원, 2022년 7200억원 규모로 발행이 이뤄졌다. 이번에 3000억원 규모의 발행에 성공하면서 총 3조3200억원을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했다.
이 부사장이 끝임 없이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이라는 숙원을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종합금융그룹 재건을 사명으로 여기고 비은행 계열사를 대거 추가했다. 손 회장 체제 키맨인 이 부사장을 필두로 한 자금 조달 덕분에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잇따라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번에 조달된 금액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취임 후 쓰일 M&A 실탄이다. 우리금융은 벤처캐피탈(VC)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지분 52% 인수가는 약 2100억원이다. 이사회 주축인 사외이사들이 인수에 동의한 만큼 다올인베 인수는 임 내정자 취임 전후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금융그룹 재건 화룡점정인 증권사 인수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성사시켜야 한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사업 핵심인 증권사가 없어 4대 금융그룹 내 경쟁에서 열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임 내정자에 발맞춰 증권사 인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연내 추가적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BIS 개선됐지만 CET1 그대로…'M&A·배당' 병행 과제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우리금융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15bp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5.3%다. 15bp가 높아진다 해도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 전 자본비율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일축시키기엔 충분하다는 평가다.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는 이 부사장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CET1비율은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보통주자본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는 오르지 않는다. 우리금융이 추후 증권사 인수를 성사시키면 RWA가 증가해 CET1비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관리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주주환원 강화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CET1비율 관리에 대한 이 부사장의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은 CET1비율에 연동돼 정해진다. 우리금융은 CET1비율 12%를 달성하면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CET1비율은 11.5%다. 2021년 말에 비해 10bp 오르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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