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규제가 생기면 관련 시장도 덩달아 성장한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말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면서 플라스틱 재생원료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 의무화했다.
2050년까진 썩는 플라스틱인 바이오 플라스틱 사용률 지침이 100%로 확대된다. 이에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도 2025년까지 연평균 6% 넘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일반 플라스틱 시장 성장세(3~4%)보다 높은 수준이다. 코카콜라,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도 2030년까지 친환경 재생 소재로 만든 제품을 출시하는 등 움직임이 빠르다.
CJ제일제당이 오랜시간 공들여온 그린바이오 사업은 플라스틱 대체소재 관련 바이오 분야로 확대하는 기반이 됐다. 미생물과 균주·발효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화이트바이오까지 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는 식물 등 재생 가능한 자원 또는 미생물·효소 등을 활용해 기존 화학·에너지 산업의 소재를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사업을 뜻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49%의 지분을 갖고있는 CJ HDC 비오솔은 지난달 충북 진천공장에서 생분해 소재 컴파운딩 생산에 들어갔다. CJ HDC 비오솔은 지난해 2월 CJ제일제당이 HDC현대EP과 함께 투자한 합작법인이다.
이번에 생산 가동한 진천공장은 CJ HDC 비오솔이 사업비 24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2060㎡ 규모로 만들었다. CJ제일제당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량 상업생산중인 해양 생분해 소재(aPHA)를 비롯해 산업 생분해(PLA), 토양 생분해(PBAT), 셀룰로오스 등 연간 1만1000톤의 생분해 컴파운딩 소재를 생산하게 된다.
컴파운딩은 두 개 이상의 플라스틱 소재를 일정 배합으로 섞어 용도에 맞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이를 통해 CJ제일제당은 생활용품 포장재, 화장품 용기 등 생활과 밀접한 곳에 쓰이는 소재부터 자동차 부품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생분해 소재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합작법인 외에도 자체적으로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에서 PHA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생분해 소재 전문브랜드도 만들어 'PHACT(팩트)' 이름으로 론칭했다.
현재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PHA 연간 규모는 5000톤이다. 아직 추가증설을 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3년간 단계적 증설을 거쳐 2025년까지 6만5000톤으로 케파를 늘릴 계획이다. 2021년 약 5조원이었던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6조원(419만톤)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CJ제일제당의 인도네시아 바이오공장이 생산을 시작하기 전부터 유럽, 일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초기 양산물량을 뛰어넘는 선주문을 이어왔다고 전해졌다. 앞으로 케파를 꾸준히 늘리면 안정적으로 물량 확보도 가능해지면서 시장 점유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생분해 플라스틱 PLA는 특정한 공정을 거쳐야 분해된다. 반면 CJ제일제당은 바닷물 속에서 100% 생분해되는 PHA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100%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기술은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미국 다니머 사이언티픽 등 극소수의 기업만 보유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이 같은 화이트바이오 소재를 실제 자사 제품에도 활용하고 있다. '행복한 콩 두부' 묶음 제품 10종에 생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PHA와 PLA를 활용한 투명 비닐을 적용 중이다. 생분해 소재를 적용하면서 '재포장 금지법'에서도 제외돼 번들백으로 판매와 사용이 가능해졌다. 생분해성 포장재는 일반쓰레기로 쉽게 버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닐, 포장, 빨대를 비롯해 식품용기가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추세인 만큼 화이트바이오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며 "특히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PHA는 해양에서 생분해되는 유일한 소재라는 점에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