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CJ제일제당

셀렉타, 농축대두단백 사업의 명암

②이재현 CJ그룹 회장 복귀 직후 해외 M&A 첫작품, 글로벌 입지 확대 기여

문누리 기자  2023-01-27 17:31: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2013년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7년 5월 복귀한 뒤 곧바로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발표한 대규모 인수합병건은 글로벌 1위 농축대두단백(SPC) 기업인 브라질 셀렉타였다. CJ제일제당 설립 후 가장 큰 규모의 해외기업 인수합병이었다.

CJ셀렉타는 내수 위주였던 CJ제일제당의 입지를 해외로 내돌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4년간의 공백기 동안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CJ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이 회장의 한 획이었다.

다만 한계는 존재했다. 가축 사료의 원료를 제조하는 소재사업인 만큼 원재료의 가격 변동에 실적이 민감하게 요동친다. 최근 바이오 등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분야로 눈을 돌리는 배경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거쳐 제3의 변혁기를 준비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셀렉타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계 매출은 8909억4500만원, 당기순이익은 1227억9300만원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셀렉타 매출은 2020년 5730억원, 2021년 7567억원이었던 만큼 2022년 9개월치 매출이 예년 1년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연간 순이익으로 봐도 2020년 331억원, 2021년 867억원을 상회한다.

식물성 고단백 소재를 생산하는 셀렉타는 농축대두단백 글로벌 시장의 38%를 점유하는 1위 회사다. 농축대두단백은 콩 등 식물에 발효와 농축기술을 적용해 단백질을 뽑아낸 소재다. 인수 당시 글로벌 식물성 고단백 소재 사료시장이 1조6000억원 규모였던 만큼 이를 상당부분 따라잡은 셈이다. 셀렉타 인수를 통해 CJ제일제당이 사료 소재사업 글로벌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지 5년만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 내부 목표와 견주면 2년 정도 더딘 속도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20년 세계 식물성 고단백 소재시장에서 매출 8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실제론 6000억원에 미치지 않는 매출을 보이면서 조기 목표달성이 좌절됐다.

CJ제일제당의 목표달성 실패 결과는 영업권에도 반영됐다. 2020년 셀렉타와 삼해상사㈜ 영업권과 관련해 1284억3000만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코로나19로 연어, 김 소비가 감소하면서 실적 악화세까지 반영한 결과다.

셀렉타를 두고 CJ제일제당의 부정적인 전망은 한동안 지속됐다.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셀렉타 매각설도 돌았다. 당시 CJ제일제당 측은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매각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해 중반기부터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대두 가격은 지난해부터 1부쉘(약 27.2㎏)당 1253센트 수준에서 1552센트로 급상승했다. 지난해 실적 호조의 주요 요인으로도 대두 및 대두박 가격 상승이 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판가로 원활하게 전이되면서 주력 품목인 농축대두단백의 매출이 늘었고 생산품목 중 대두유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CJ제일제당이 밀고있는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측면도 부상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지난해 7월 "매각과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바가 없다"며 매각의사 철회 의미를 담은 공시를 내보냈다.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식품업체들이 셀렉타를 인수하기 위해 거의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제시했음에도 매각의사를 회수한 것이다.

다만 농업이라는 1차 산업과 연관된 제조업 특성상 원재료의 가격 변동에 과하게 요동치는 실적, 그리고 관련 시장의 성장세 한계 등 장애물이 존재한다. CJ제일제당이 최근 레드바이오, 화이트바이오 등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 키움증권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3011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렉타의 업황 부진이 다양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에서 1위를 점유하던 업체들도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CJ제일제당도 기존 소재사업 외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다양한 기술, 사업 등을 추가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